제76차 WHO 세계보건총회 중국대표 발언

"독이 없다는 일본 주장 근거없다" 비판

더 협의하고 국제적 감독 받으라고 충고

방사선 피폭량 인체 안전 절대기준치 없어

IAEA, ICRP(국제방사선방호위) 기준치도 마찬가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 참석한 모습. 이번 총회에서는 코로나19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때를 대비한 국제규범 제정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2023.05.23. 로이터 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 참석한 모습. 이번 총회에서는 코로나19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때를 대비한 국제규범 제정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2023.05.23.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76차 세계보건총회(5월 21~30일)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원전 핵 오염수 해양 투기는 ‘자국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전 인류 공동의 장기적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며 다시한번 강도 높게 비판했다. 29일 중국 <인민일보> 인터넷 온라인판 <인민망> 보도(아래에 전문 게재)에 따르면, 총회장에서 중국대표는 해양 투기로 핵 오염수 “세탁”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웃 나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및 관련 국제기구와 충분히 협의해서 가장 안전하고 온당한 방법으로 핵 오염수를 처리”하라면서, “엄격한 국제 감독”도 받으라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보건총회장에서 중국 대표가 공식 발언을 통해서 한 이런 공개적인 비판의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총회 주제 “생명을 구하고, 모두의 건강을 위해”

올해 75주년을 맞은 WHO의 76차 세계보건총회의 주제가 “생명을 구하고, 모두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자’(WHO at 75: Saving lives, driving health for all)는 것이다. 중국대표는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생명을 위협하고 모두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고 총회 주제를 비틀어 비판한 셈이 됐다. 이번 총회에 한국도 대표단을 파견했는데,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해 어떤 자세를 보일지 궁금하다.

 

 일본 후쿠시마의 도쿄전력 제1원전 부지에 늘어서 있는 약 1천개의 사고원전 핵 오염수 저장탱크들.  2023.02.22. AP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의 도쿄전력 제1원전 부지에 늘어서 있는 약 1천개의 사고원전 핵 오염수 저장탱크들.  2023.02.22. AP 연합뉴스

일본 주장 “전혀 근거없다”

중국대표는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일본 쪽의 주장은 한마디로 “(오염수가) 독이 없고 (해양 방류가) 이치에 맞다”는 것이라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이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선택한 것은 여러 가능한 선택지들 가운데 그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는 일본 전문가들 평가를 인용하면서, 이는 자국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인류의 장기적 공동이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짓이라는 점을 재차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전 사고 때 녹아내린 원자로 노심과 직접 접촉한 오염수는 60여 종의 방사성 핵종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중 삼중수소(트리튬)는 반감기가 약 13년이고, 탄소-14는 반감기가 5000년이 넘는다면서, “많은 핵종에 대한 유효한 처리 기술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완벽한 핵 처리기술은 없다

유효한 처리 기술이 아직 없다는 것은, 인류 전체가 아직 핵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마찬가지다. 일본정부가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하는 IAEA의 ‘안전 기준치’라는 것도 최종 검증되지 않은 잠정적인 것일 뿐이다. 반감기가 13년, 수십년, 수백 수천년인 방사능 핵종들의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유효 또는 무효 방사선량 기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만한 세월을 통해 체험적으로 검증해 보지 않는 한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제시한 안전 기준치는 필요에 따라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 매우 자의적인 수치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량 안전 기준치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일본)정부가 정하고, 그 기준치 이하로 정부가 관리를 하는 것”이다. ‘기준치 이하니까 괜찮다, 안전하다’는 것을 일본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기준치는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 먼저 제안을 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것을 받아들인다. 이와 관련해 김익중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는 1인당 1년에 1밀리시버트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한국, 미국, 일본 등 모두 1밀리시버트였어요.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니까 일본은 1밀리시버트를 지킬 수가 없게 된 겁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근처의 20밀리시버트로 기준치를 올려버렸어요.”(<뉴스토프(NEWSTOF)> 2020년 12월 1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피폭량 기준치를 20배로 높였다는 얘기다.

 

지난 22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후쿠시마 사고원전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안전성 검증을 위한 한국 시찰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 외무성에 들어서고 있다. 2023.05.22. AP 교도 연합뉴스
지난 22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후쿠시마 사고원전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안전성 검증을 위한 한국 시찰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 외무성에 들어서고 있다. 2023.05.22. AP 교도 연합뉴스

방사선 피폭량 기준 20배로 올려버린 일본정부

원전사고 뒤 방사선량이 그때까지의 국제적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 이상으로 나오니까 그것을 별다른 검토나 객관적 근거자료도 없이 하루아침에 20배로 올려버렸다는 것이다. ICRP가 설정한 ‘안전 기준치’ 자체가 절대기준이 아닌 ‘이 정도면 아마 안전할 것이다’ 수준의 잠정적인 수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IAEA 기준치도 마찬가지다. 민간 차원의 사적인 측정치보다는 신뢰도가 높은 국제기관의 기준치인 만큼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겠지만, 그것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잠정 추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인류는 아직 방사선 피폭량의 인체 안전 기준치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그렇게 때문에 일본정부가 기준치를 하루아침에 20배로 올려도 그것이 어떤 근거인지 설명하지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왜 그것이 안전 기준치가 될 수 없는지, 일본정부 조치가 왜 엉터리인지를 입증할 정확한 핵 또는 방사선 피폭량 안전기준에 관한 과학지식을 인류는 갖고 있지 못하다.

IAEA 기준이란 것도 마찬가지

일본정부가 IAEA가 점검해서 제시하는 안전기준을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속임수에 가까운 무책임한 짓일 수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IAEA 기준을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용인하는 근거로 삼겠다면, 그것 또한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자기파괴적인 지극히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정치적 입장 차이나 중국에 대한 호불호 입장과 상관없이, 일본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중국의 의구심과 비판, 경고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아래에 중국대표 발언을 전한 <인민망>의 29일 보도 전문의 번역문을 싣는다.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19일, 서울의 시민단체 회원이 "우리는 방사능 오염 생선을 먹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5.19. AP 연합뉴스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19일, 서울의 시민단체 회원이 "우리는 방사능 오염 생선을 먹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5.19. AP 연합뉴스

 

<인민망> 보도내용 전문

중국 대표는 5월 27일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바다 배출 문제에 대해 발언하면서, 다시 한 번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일본 대표의 답변을 반박했다.

중국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일방적 결정에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배출 과정은 무려 30년이나 걸린다. 후쿠시마 해안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해류가 흐르기 때문에, 핵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된 뒤 10년이 지나면 해당 방사성 핵종은 전 세계의 바다로 퍼질 것이다. 이는 인류 전체에 위험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 한 나라만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공중보건에 관한 중대한 문제다. 많은 국가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모든 당사자와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 일본이 일방적으로 핵 오염수를 바다로 배출해서는 안 된다.

일본 쪽의 답변에 대해 중국 대표는 일본 쪽의 해명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오염수는 독이 없고 배출은 이치에 맞다(有理)는 것이다. 일본 쪽이 한 말은 전혀 근거가 없다. 일본은 일련의 질문에 대해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답을 내 놓아야 한다.

첫째,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은 왜 자체적으로 사용하지 않는가? 국내 농업 및 제조업에 왜 쓰지 않는가? 왜 국내 호수에 배출하지 않는가? 이에 대해 일본 쪽은 마땅히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둘째,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가?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찍이 5가지 처리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정부 전문가 위원회는 증기 배출, 새로운 저장 탱크 건설, 시멘트로 굳히기(固化) 등의 방안은 비용이 많이 들어 해양 배출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이며, 일본 자체에 대한 오염 위험도 가장 적다는 것을 인정했다. 까놓고 얘기하면, 바다 배출을 선택하는 것은 일본 자국의 수고와 돈을 절약하는 대신 지구 전체가 재난 피해를 입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핵 오염수 배출은 장차 세계에 어떤 장기적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핵 오염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녹아내린 원자로 노심과 직접 접촉해서 60여 종의 방사성 핵종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중 삼중수소(트리튬)는 반감기가 약 13년이고, 탄소-14는 반감기가 5000년이 넘는다. 많은 핵종에 대한 유효한 처리 기술은 아직 없으며, 일부 수명이 긴 핵종은 해류와 함께 확산되어 생물 농축효과를 낳고, 환경의 방사성 핵종 총량을 추가로 증가시켜 해양 환경과 인체 건강에 예측할 수 없는 위해(危害)를 가할 것이다. 오염수가 해롭다는 걸 알면서 바다에 배출하려는 일본 쪽의 의도는 무엇인가? 자국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전 인류 공동의 이익을 해치는 이런 행위는 반드시 엄중 규탄하고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태평양은 일본이 핵 오염수를 버리는 하수도가 아니다. 일본이 해양 방류 이외의 다른 처리 방안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논증 없이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일방적으로 국제사회에 떠안기고, 바다 방류 결정으로 이를 ‘세탁’하려 온갖 궁리를 다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일이다. 중국은 일본이 국제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이웃 나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및 관련 국제기구와 충분히 협의해서 가장 안전하고 온당한 방법으로 핵 오염수를 처리하고, 엄격한 국제 감독을 받도록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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