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판결문, 김건희 수사 필요성 간접 강조

"김건희 계좌 매매 유죄"…거래 과정 상세 기록

가장 높은 수익, 도이치 주가조작 최대 수혜자

주가조작 연루 사실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주가조작 연루 사실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그래픽=고일석 에디터

“김건희의 주가조작 연루 사실을 판결문에 기록시키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판을 담당하는 검사들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연루 정황을 증인신문을 통해 상세하게 ‘폭로’하는 양상이 이어지자, 이를 지켜보던 전문가들이 해당 검사들의 ‘의도’를 해석하면서 한 말이다.

즉 김건희 씨의 뚜렷한 연루 사실을 확인해놓고도 검찰총장 부인과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하는 일선 검사들의 답답한 상황을 공판 과정을 통해 드러내고, 직접 기소를 하지는 못해도 나중에라도 김건희 씨 측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판결문에라도 확실하게 못박아놓으려는 뜻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런 관측이 사실이라면 공판정에서 김건희 씨 연루사실을 연속적으로 공개했던 검사들의 목표는 이루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재판부는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씨의 연루 사실을 판결문에 상세하게 기록했고, 특히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10년 10월 20일 이후 김건희 씨와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계좌를 통해 이뤄진 의심거래들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통정매매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판결문에 기록된 김건희 씨 계좌 관련 공범들의 대화 내용
판결문에 기록된 김건희 씨 계좌 관련 공범들의 대화 내용

“김건희 계좌 유죄”…거래 과정 상세 기록

공소장에 기록된 김건희 씨 계좌 거래는 284건으로 이중 233건이 공소시효를 넘긴 1차 시기에 해당되고 2차 이후 거래된 51건이 유무죄 판단의 대상이 됐고, 재판부는 이 중 48건을 통정·가장매매, 1건을 현실거래를 통한 시세조종행위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은 김건희 씨 계좌의 48건의 거래를 일련번호 대로 나열하고 각 거래에 대해 “주문 내용 및 시간적 접근성에 비추어 통정매매 혹은 통정·가장매매로 인정된다”고 명시하고, 해당 거래의 거래의 정황과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판결문은 2차 조작부터 주포로 나선 김기현 씨와 ‘김건희 파일’의 작성자로서 블랙펄인베스트 임원이었던 민모 씨와 문자 통화가 있은 후 김건희 씨 계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0년 10월 28일 오후 1시 2분 민 씨가 김기현 씨에게 “지금 처리하시고 전화 주실 듯”이고 문자를 보낸 뒤 3분 뒤인 약 3분 뒤인 1시 5분 주당 3,100원에 10만 주의 매도주문이 제출되고 곧바로 2명의 공범이 같은 가격의 매수주문이 제출되어 매매가 체결됐다.

11월 1일 오전 11시 22분에는 김기현 씨와 민 모 씨 사이에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라는 대화가 오간 뒤 김 씨가 22분 뒤인 11시 44분에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7초 뒤에 김건희 씨 계좌에서 김기현 씨의 주문 대로 3,300원에 8만 개의 매도 주문이 제출됐다.

판결문은 “위 주문들은 김기현과 민 모, 권오수 등에게로 차례대로 의사 연락이 이루어진 결과 제출된 주문이라고 인정할 수 있고, (중략) 해당 계좌는 피고인들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김건희 씨는 2단계 작전 초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가 주가가 가장 높게 상승한 시점에 집중 매도했다. 
김건희 씨는 2단계 작전 초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가 주가가 가장 높게 상승한 시점에 집중 매도했다.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최대 수혜자

김건희 씨의 계좌로 통정매매가 이루어진 2차 주가조작 시기는 1~5차로 구분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 과정에 걸쳐 가장 급격한 주가 급등이 이루어진 시기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1차 주가조작 시기에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 주식 69만 주를 전량 매각해 3억 7200만원의 수익을 올린 뒤, 2010년 10월 28일부터 도이치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해 이 물량을 2011년 1월 11일까지 모두 매각해 6억 78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날은 2010년 10월 20일 도이치모터스의 2차 주가조작이 개시된 지 8일이 지난 시점이었고,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한 2011년 1월 11일은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최고 정점에 다다른 시점이었다. 재판부가 “큰 수익을 올리는 데는 실패한 주가조작”이라고 평가한 데 따르자면,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 관련자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에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최대 수혜자인 것이다.

특히 김건희 씨가 다시 대량 매입을 시작한 2010년 10월 28일은 판결문에 기록된 김기현-민 모-김건희로 이어지는 통정매매가 있었던 날로서, 이는 김건희 씨가 1차 주포 이정필 씨와의 거래를 종료하면서 2차 주포인 김기현 씨와 ‘공모’로 의심되는 거래를 시작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3.2.10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2023.2.10  연합뉴스

김건희 수사 필요성 간접 강조한 판결문

또한 판결문에 따르면 주가조작에 참여한 공범들은 각기 자신의 계좌나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지인과 타인 계좌를 동원했는데, 이정필이 주도했던 1차 주가조작의 전주들이 그 이후의 범행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데 반해 김건희 씨와 최은순 씨는 다시 권오수 회장의 소개로 2차 주포인 김기현 씨와 연결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5차로 이루어진 전체적인 주가조작 단계에서 공소시효 도과로 면소 판결된 1차 주가조작과 그 이후의 2~5차 주가조작으로 구분한다면, 양 단계에 전주로 참여한 사람은 김건희 씨와 최은순 씨가 유일한 셈이다.

단지 판결문은 김건희 씨 계좌 관련 거래에 대해 “직접 주문을 낸 것이 누구인지는 확정할 수 없다”는 여운을 남겼지만, 판결문에 적시한 공범들의 대화를 보면 주문 주체가 김건희 씨라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 것이어서 이는 김건희 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대목으로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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