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문답 돌연 중단…"불미스러운 일" 책임 전가
"이 XX들" 발언 무조건 부인…잡아떼기 패턴 반복
'개사과' 때부터 뚜렷…부인·장모·인사 문제 마찬가지
성찰 없는 검사식 사고…은폐와 제식구 봐주기 습성화
"비판 자체 거부, 잘못 인정 안 하는 방어기제 내면화"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21일 전격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MBC 출입 기자가 '난동'을 벌였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윤 대통령 본인이 잘못을 한사코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잡아떼는 방식으로 불리한 국면을 돌파하려는 습성이 숱한 갈등을 일으키며 국정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국민과 더 나은 소통을 하기 위해 부득이 (도어스테핑) 중단을 결정했다"며 "(특정 기자가)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도착한 뒤 곧장 집무실로 향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의해 멀리서 목격됐다. 평소 출근길 문답이 진행되던 1층 로비에는 전날 나무 합판 가림막이 설치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출근 모습이 직접 노출되지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짜뉴스'라는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많은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순방 중 했던 문제의 발언은 '날리면'이 아니라 실제로 '바이든'으로 들리는 데다 "이 XX들이" "쪽팔려서"라는 비속어 대목은 더욱 분명하게 식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MBC뿐만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과 TV조선을 비롯한 종편들도 자체 판단에 따라 똑같은 자막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보냈던 것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조차 기자단 브리핑에서 '이 XX들'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향해서 한 말이라고 밝혔음에도 윤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버텼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 때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국회 모독"이라며 사과를 촉구하자 "하지 않은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사실을 부정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잘못을 사과하는 데 인색하고 아울러 잘못을 저지른 측근들을 감싸는 데 급급해 문책에도 최대한 뜸을 들인다. 이런 행태는 하나의 습속으로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을 보여왔다. 그로 인해 스스로 정치적 위기를 키우는 결과를 자초하곤 했는데, 유사 사례가 부지기수이지만 우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 이른바 '개사과 사태'에서부터 그런 징후가 뚜렷이 나타났다.
당시 그는 "전두환 대통령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는 '전두환 미화'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시점에서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황당한 사진을 공식 SNS 계정에 올려 거센 역풍을 초래한 바 있다. 사과는 개나 줘라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같은 당 이준석 대표마저 "상식을 초월한다"고 개탄하는 등 파문이 확산됐지만 윤 대통령은 '실무진 실수'로 치부하며 논란을 키우다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제 불찰이 맞다"고 고개를 숙였다.
역시 후보 시절 부인 김건희 씨의 각종 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지자 윤 대통령은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허위가 아니다"라며 "제대로 알아보고 보도하라"고 도리어 언론에 역정을 냈다.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지지율이 추락하자 윤 대통령은 뒤늦게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지만 이 또한 진정성 없이 사과의 핵심을 비껴가는 교묘한 레토릭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장모 최은순 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기소되고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과 잔고증명서 위조, 부동산 차명 소유 등 여러 특혜 및 사기 사건에 연루됐음에도 유감 표명은 고사하고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강변했던 발언도 유명하다.
대통령 취임 이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등 잇따른 '인사 실패'가 저조한 지지율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도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기자들에게 반문하고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사과 대신 거꾸로 호통을 치는 적반하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 친구 아들, 측근 아들,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출신들,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의 누나 등 갖가지 사적 채용과 나토 순방에 지인을 동행한 일 등 숱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결코 사과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여론에 떠밀리듯 발생 일주일여 만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발언을 통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으나 한참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참모들과 관계부처 장관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그럴 게 아니라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등 제대로 격식을 갖춘 대국민 사과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번 사태에 책임이 큰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경질 등 문책을 일절 시행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왜 이리 강박적으로 사과를 안 하려 하는 걸까. 우선 지도자의 기초적 소양인 '성찰'이라는 개념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사고방식 및 자질의 문제가 거론된다. 사회생활 내내 사과한 적이 없고 사과할 사건이 발생해도 어떻게든 은폐하고 조작하며 본인뿐 아니라 '제식구 봐주기'가 철저히 습성화된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그 주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그는 특수통 검사 중에서도 수사에 절제가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독한 검찰주의자로 현직 시절부터 유명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자 수차례 말을 바꿨으며, 라임 사태 때 피의자 측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은 검사들을 1인당 '96만 원' 계산법으로 봐주고, 고발 사주 사건에서도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위장 출국을 긴급 제지한 인사들을 오히려 기소한 경우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같은 평소 행태에 비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매우 짙은 김건희 씨와 관련해 여러 거짓말을 하며 악착같이 사과를 거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김태형은 윤 대통령의 화법을 분석한 글에서 "윤석열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비판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이라며 "비판 자체를 거부하니까 당연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게 되고, 반성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책임을 지기 싫어서이고,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것은 혼나거나 비판받는 것이 무서워서다"라고 윤 대통령의 방어기제를 유년 시절부터 분석하기도 했다.
김태형은 불리한 상황을 맞았을 때 윤 대통령의 대응 방식으로 '회피적인 태도', '자기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사과할 줄 모르는 것', '저열한 방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 등을 특징으로 꼽은 뒤 "윤석열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심리를 가지고 있다"면서 "자기보다 강한 권력이나 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지만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는 절대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내면 심리가 무엇이든 이 같은 습관적 책임 회피, 책임 전가 행태가 국민 불신을 심화하고 공무원 사회 내부까지 자극해 국정 운영 동력을 지속적으로 상실하는 결과를 자초할 것임은 명확해 보인다. 집권 1년차에 레임덕을 맞을 가능성조차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권 인사들이 거리낌 없이 거짓을 말하고 전 정권 등 남 탓만 하며 사과하지 않는 자세를 반복하는 원인 중 하나는 언론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숱한 음모와 은폐의 흑막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감시견 언론은 몇 안 되고 대통령실 해명만 충직하게 강조해주거나 하나 마나 한 질문으로 물타기를 해주는 기자들이 다수이니 대충 뭉개고 가도 대세에 지장 없다는 인식이 윤 대통령 본인과 이 정권 인사들에게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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