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조사위 발표, 135명 사망·300여명 부상

머리, 가슴 등 치명적 부위 총격 많아

도청 앞 발포 때 인근 건물에 망원 저격수 배치

희생자 166명 중 25명 미성년 여성 장애인 노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전남 일원에서 20곳 이상에서 50여 차례에 걸쳐 진압군이 시민을 향해 발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발표했다.

조사위는 1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갖고서 광주 전남 지역의 계엄군 진압 작전을 재구성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으며, 병원진료 기록과 보상심의 서류를 분석한 결과, 총상에 의한 사망자는 총 135명이고 총상에 의한 부상자는 300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피해자가 두부 및 흉부 등 치명적 부위에 총격을 당했다고 조사위는 덧붙여, 총격이 매우 공격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확인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갖고 있다. 가운데가 송선태 위원장, 오른쪽이 안종철 부위원장.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갖고 있다. 가운데가 송선태 위원장, 오른쪽이 안종철 부위원장.

조사위에 따르면 계엄군의 첫 발포는 1980년 5월 19일 오후 4시 50분께 광주고등학교 앞에서 시작됐다. 이어 20일 오후 11시께 광주역 인근에서 발포가 이뤄졌고, 21일에는 11공수여단과 7공수여단이 배치된 전남도청 일원과 3공수여단이 배치된 전남대 일원에서도 발포가 있었다. 그리고 조선대 앞, 학동, 지원동, 송암동 등 계엄군이 배치된 대부분 작전지역에서 발포와 그에 따른 피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도청 앞 집단 발포 상황에서 공수부대는 흩어져 횡대로 ‘앉아 쏴’와 ‘서서 쏴’ 자세로 동시에 여러 곳에서 사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사위는 말했다. 나아가 공수부대는 망원조준경을 장착한 저격수를 전남도청 인근의 주요 건물(전남도청 본관, 민원실, 수협 도지부, 전일빌딩 등)에 배치한 후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고, 이 저격 사격으로 여러 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도청 앞 집단 발포는 우발적인 총격이 아닌 의도적인 발포였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43년이 지난 지금도 몸 안에 박힌 총탄을 제거하지 못한 채 후유증으로 신음하는 이들이 다수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진압작전 과정에서 희생된 사망자 166명 가운데 14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8명, 여성이 12명, 장애인 및 60세 이상의 노령자가 5명이었다. 조사위는 저항 능력이 없거나 시위와 무관한 다수의 민간인이 계엄군의 폭력적 진압과정에서 사망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장애 9등급 이상의 중증 피해자들을 분석한 결과 5월 18일 이후 날짜가 지날수록 시위 진압은 갈수록 폭력성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5월 18일 부상자 442명 중 44명(10%), 19일 부상자 431명 중 58명(13%), 20일 부상자 308명 중 59명(19%), 21일 부상자 346명 중 108명(31%)이 장애 9등급 이상의 중증 장애를 얻었다. 상해의 유형을 분석한 결과, 전체 피해자의 70% 이상이 상체에 피해를 입었으며, 사상자들을 방치하거나 응급처치 등의 과정 없이 트럭에 실어 연행하면서 피해가 더 심해졌다는 사실도 발견했다는 것이다. 진료기록과 보상심의서류로 분석 가능한 상해 피해는 2617명으로 집계됐다.

조사위는 또 발포 지휘계통과 연관된 중요인물 70여 명을 조사한 결과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게 발포 책임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첨단 조사기법을 동원해 책임 소재를 명료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육군본부 보안부대장 김모 대령은 “10·26 후 이희성은 실권이 없는 사람이었고, 참모차장 황영시가 광주 진압작전의 실질적 사령관이었는데 황영시를 움직인 사람은 전두환 사령관”이라고 조사위에 밝혔다.

아울러 코브라 공격헬기에서 20㎜ 벌컨 연습탄 사격이 이뤄진 정황이 발견됐다. 조사위는 2022년 3월 헬기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 조선대 절토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20㎜ 벌컨 연습탄두 1개를 발견했다. 벌컨포 특성상 단발 사격은 불가능해 주변을 수 차례 추가 조사했지만 탄두를 더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조사위는 2018년 제정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2019년 12월 26일 시행됨에 따라 만들어졌다. 조사는 오는 12월 26일에 종료되며, 조사위는 내년 6월 종합보고서를 채택해 대정부 권고안을 제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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