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집회 참석한 '극우' 이제봉은 부결

차 "영화 '화려한 휴가' 등으로 5·18 오해 번져"

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위대한 이승만 덕분"

차기환 변호사(왼쪽)와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오른쪽). 2023.2.24. 연합뉴스 자료사진
차기환 변호사(왼쪽)와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오른쪽). 2023.2.24.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에 극우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차기환 변호사와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이 24일 연임됐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차 변호사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인물이며, 이 소장도 이른바 '건국절' 등 극우세력 사관을 옹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차 변호사, 이 소장과 함께 이제봉 울산대 교수까지 3명을 위원으로 추천했지만, 이 교수는 부결됐다.

진실화해위 제2기 제2대 위원회는 위원들이 새롭게 선출되거나 연임이 확정되면서 인적 구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지만, 시민 사회에서는 5·18 및 4·3 폄훼 전력으로 파문이 일었던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과 함께 극우 세력의 주장을 대변하는 위원들이 또 다시 자리를 꿰차면서 과거사 진실규명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 7명의 선출안을 표결에 부쳐 6명을 선출했다. 특히 이날 재적의원 269명 중 찬성 138명, 반대 120명, 기권 11명으로 연임이 통과된 차 변호사는 극우세력의 주장을 대변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차 변호사는 지난 2019년에도 5·18진상조사위원 자유한국당 몫으로 추천돼 파문이 인 바 있다. 그는 과거 5·18민주화운동과 관련, "영화 '화려한 휴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 국민을 잔혹히 죽이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정치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뿐만 아니다. 차 변호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폄훼하기도 했다. 그가 올린 사진은 1980년 5·18 당시 계엄군 총에 맞아 사망한 조사천 씨의 영정을 그의 어린 아들이 들고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당시 광주의 비극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는 해당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시위대의 칼빈 소총에 맞아 죽은 조사천의 영정을 들고 있는 아들의 사진. 좌익은 이 사진을 유포하면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선동질을 했고 그게 먹혀들어간 사회"라고 썼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2기 진실화해위 1대 위원회 위원에 차 변호사가 위촉됐을 때도 시민사회의 반대가 거셌다.

 

2019년 5월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희생자 조사천의 묘역에서 유가족이 관련 사진을 들고 서 있다. 유가족이 들고 있는 사진은 조사천씨의 영장을 그의 아들이 들고 있는 모습으로, 5·18의 참상을 알린 사진으로 유명하다. 2019.5.18. 연합뉴스
2019년 5월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희생자 조사천의 묘역에서 유가족이 관련 사진을 들고 서 있다. 유가족이 들고 있는 사진은 조사천씨의 영장을 그의 아들이 들고 있는 모습으로, 5·18의 참상을 알린 사진으로 유명하다. 2019.5.18. 연합뉴스

아울러 국회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소장도 재적의원 269명 중 찬성 215명, 반대 47명, 기권 7명으로 연임을 통과시켰다. 이 소장은 지난 2020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9번을 받았으나 최종 명단에서 제외된 바 있는 인물로, 극우세력들이 주장하는 건국절 사관을 옹호하는 등 편파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이 소장은 2019년 극우단체인 '대한민국수호 예비역장성단'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위대한' 이승만 대통령이 도입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설립의 근간이 형성됐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 이 소장은 지난해 6월 인터넷 신문 <미디어펜>이 주최한 MP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해 "한국 사회에서 전체주의적 사고의 일상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촛불시위"라며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 나오는 국민주권론의 국민은 상징적 존재이지,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나온 조직화한 대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폄훼했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2기 진실화해위 위원 7명 선출안을 표결에 부쳐 이 중 6명을 선출했으나, 국민의힘 추천 인사 1명이 더불어민주당의 무더기 반대표로 부결됐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성으로 항의하는 한편 일부는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이 여파로 본회의가 법안 60여건 표결을 앞두고 정회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진은 정회 뒤 회의 속개를 기다리는 야당 의원들. 2023.2.24. 연합뉴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2기 진실화해위 위원 7명 선출안을 표결에 부쳐 이 중 6명을 선출했으나, 국민의힘 추천 인사 1명이 더불어민주당의 무더기 반대표로 부결됐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성으로 항의하는 한편 일부는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이 여파로 본회의가 법안 60여건 표결을 앞두고 정회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진은 정회 뒤 회의 속개를 기다리는 야당 의원들. 2023.2.24. 연합뉴스

다만 이날 국회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에 대해서는 재적의원 269명 중 찬성 114명, 반대 147명, 기권 8명으로 부결했다.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극우 계열의 역사관을 공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극우매체 <뉴데일리>에 기고한 칼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에서 "최근 공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사과 시안을 보면 우리 사회의 좌경 세뇌화 교육이 어느 정도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다"며 "우리사회에 침투되어 있는 좌파세력들은 해방이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여 왔다"고 썼다.

또 "이들(좌익세력)이  DJ, 노무현 정권에서는 부분적으로 그리고 암암리에 침투되어 공작을 펼쳤던 반면, 문재인 정권에서는 주도세력이 되어 대한민국 해체를 과감하게 기획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문재인 정권이 '반대한민국 세력'이었고 '종북, 종중 사대 매국세력'이었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같은 칼럼에서 교과서가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나와 있는 것은 "'건국' 의미를 정부 수립으로 격하한 것"이라면서 극우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또 '8·15 광복'이 '광복'으로 바뀌었다며,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건국이라는 주장을 위해 고의적으로 삭제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또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받은 것이다.

이 교수는 극우 정치 활동에도 앞장섰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유사전체주의"라고 주장하는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의 2020년 국회 앞 기자회견에 참석했으며, 2019년에는 같은 단체가 개최한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에 참석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 교수의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성으로 항의하고 일부는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국회 본회의는 파행 끝에 결국 산회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진실화해위원 부결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2.24.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진실화해위원 부결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2.24.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부결 뒤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는 없지만, 경위를 파악하니까 이 교수가 예전에 성명 올린 것 때문이었다"며 "류석춘 교수를 검찰이 기소하자 검찰의 기소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에 (이 교수가)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지난 2019년 연세대 사회학과 강의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당시 류 교수는 이 발언으로 인해 검찰에 의해 재판에까지 넘겨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 교수가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했다' 이렇게 민주당에 소문이 퍼졌다고 하는데, 이 교수 본인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교수가 학문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발언한 걸 가지고 일일이 재판하기 시작하면 학문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취지의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재차 두둔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오동석 아주대 교수, 이상훈 변호사,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연임), 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 등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들의 선출안은 모두 가결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대통령 추천 몫인 위원장 1명과 여야 추천위원 각 4명씩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날 이제봉 교수 결의안이 부결되면서 진실화해위는 8명으로 여야가 4 대 4 동수(대통령 추천 1, 여당 추천 3, 야당 추천 4)가 됐다.

이날 가결된 인원을 포함해 현재 진실화해위 위원은 △위원장 김광동(대통령) △이옥남 상임위원(국민의힘) △장영수 위원(국민의힘) △차기환 위원(국민의힘) △이상훈 상임위원 (민주당) △오동석 위원(민주당) △이상희 위원(민주당) △허상수 위원(민주당) 등이며, 여당 추천 장영수 위원은 오는 8월5일 임기가 끝난다.

과거사정리법은 임기 중 위원이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 또는 지명하고 대통령은 즉시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교수 부결에 따른 후임자 추천 작업이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