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진출하자 국힘‧조선일보 '종북몰이' 본격화

비리 소굴로 몰며 간첩이나 테러리스트 취급해

진보당,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반전평화 적극적

윤석열 정부 퇴행에 맞서 야권의 강경 투쟁 강조

보수세력 위기감 속 집중 공격…침묵‧방조 안 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4·5 재보선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두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오은미 전북도의원,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강 후보, 배우자 박수경 씨. 2023.4.6. 연합뉴스
4·5 재보선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두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오은미 전북도의원,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강 후보, 배우자 박수경 씨. 2023.4.6. 연합뉴스

얼마 전 재보선을 통해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국회로 들어간 다음부터 이 나라의 보수우파 세력들 속에서 '적색 공포'와 히스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이들의 달력과 시계는 '종북 통진당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며 목청을 높이던 2012~13년의 종북몰이 절정의 시절로 돌아가는 조짐이다. 2014년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으로 치달았던 당시 종북몰이는 '박근혜-김기춘 체제'의 핵심적 무기이자 통치 수단이었다.

이번에도 앞장서서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특집 기획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 <조선일보>이다. 기사 제목과 단어들에서까지 흥분과 살떨림이 느껴진다. "경기동부연합", "이석기파", "강성 주사파", "폭력 혁명", "국가기간 시설 타격", "북한식 사회주의", "반국가 단체", "내란 음모", "간첩"……. 진보당-민주노총-건설노조를 엮어서 '종북'으로 낙인찍는 것은 물론 각종 비리의 소굴로 몰아가는 기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노조를 "숙주"로 삼고 있는 진보당 간부가 건설 현장에 이름을 올려놓고 돈을 뜯어갔으며,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진보당 가입과 후원금 상납을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또 이석기 석방 시위 등에 참가하지 않으면 일거리를 주지 않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협박했다고 한다. 근거가 불분명한 이 보도들에서 진보당과 건설노조 등은 파렴치한 괴물 집단처럼 그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일보>는 최근 사회적 관심과 공분을 일으킨 '전세사기 대책위'에도 진보당과 민주노총이 "올라탔다"며 거부감을 부추겼다. 아무 상관이 없는 이상한 집단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들어갔으니 걱정이 태산이라는 뉘앙스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위한 정당한 운동에 대해서 부정적 낙인을 찍으며 그 정당성을 깎아내리고 있다.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4.17. 연합뉴스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4.17. 연합뉴스

이번에 특히 보수우파 세력이 강조한 것은 국회로 들어간 강성희 의원이 절차에 따라 유일하게 자리가 남아있는 상임위원회인 국회 국방위원회로 가게 되면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강성희가 국방위로 가서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사 기밀 정보들을 입수하면 북한에 넘길지도 모른다'는 게 이들의 논리 구조였다.

미국의 도청은 "선의"로 믿어줄 수 있지만 진보당 의원은 결코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강성희 의원이 국방위로 가게 되면 당장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의 이런 기사와 사설과 칼럼들을 읽다 보면 강성희 의원이 테러리스트이거나 간첩이거나 시한폭탄과 같은 위험인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러한 종북몰이는 이미 전주을 재보선 선거운동 공간에서부터 시작됐었다.

재선거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강성희 후보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후보만이 아니라 민주당에서 탈당한 일부 무소속 후보마저 현수막과 문자를 통해 "공산주의", "간첩", "종북"을 운운하는 색깔론으로 강성희 후보를 공격했다. 이런 종북몰이와 양당 구도, 언론의 외면 속에서도 강성희 후보가 2위와 큰 격차 속에 당선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었다.

일부 언론과 사람들은 '종북으로 낙인찍히고 강제 해산됐던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부활'이라고 그 의미를 짚었다. 한국 사회에서 다시는 제도 정치권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세력이, 윤석열 정부가 '종북몰이 시즌2'를 시작하고 국민의힘이 '종북 간첩단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도 낙인과 편견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셈이다.

지금,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한미일 군사동맹과 전쟁연습에 반대하고 반전평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국회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진보당은 진보정당 중에서도 특별히 더 이 문제에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종북몰이가 만든 낙인과 편견을 벗겨놓고 보면 강성희 의원은 간첩이나 테러리스트가 아니고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의 국회의원이다.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이끌던 활동가 출신이고, 그 후에 다시 택배노조에 들어가서 비정규직 노조 건설을 계속했다. 진보당의 강령도 공약도 사실 다른 진보정당들과 큰 차이는 없다.

이번 재선거에서도 진보당과 강성희 후보는 대출금리 인하, 전기·가스비 인하, 지역 공공은행 설립, 깡통전세 방지법 등을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의 퇴행에 맞서 강경하게 투쟁하는 진보 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러한 진보당과 강성희 의원의 국회 진출은 제도권에서 위축되고 있던 진보정당들의 목소리와 연대의 힘을 강화하고 민주당을 왼쪽에서 압박하면서 윤석열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진보당과 강성희 의원을 겨냥한 집중적인 공격과 '종북몰이 시즌2'는 보수세력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임기 초부터 국정원 댓글공작이 들통나 심각한 위기에 몰렸던 박근혜 정부가 종복몰이에 매달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도 화살을 돌릴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과 조선일보의 집중적 견제와 공격을 받던 강성희 의원은 결국 국방위로 가지 못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안과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3.4.20. [공동취재] 연합뉴스
진보당 강성희 의원(왼쪽부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안과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3.4.20. [공동취재] 연합뉴스

아쉽게도, 이 과정에서 '강성희가 국방위로 가면 왜 안 되나'라는 다른 목소리는 족벌언론은 물론 개혁언론들에서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현재 진보당과 강성희 의원에 대한 종북몰이를 비판하며 막아서는 움직임은 민주당은 물론 진보정당들에서도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진보정당과 좌파진영 속에서는 다른 논란이 더 많았다.

예컨대 강성희 의원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에 '[후보를 안 내고 양보해서] 고맙다'는 현수막을 걸었다거나, 종북몰이에 대응하는 웹자보에서 '색깔론의 최대 피해자는 김대중'이라고 썼다는 게 논란이 됐다. 이런 것이 진보정당의 독립성보다 민주당에 대한 무비판적 의존을 보여준다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비판이었다. 물론 종북몰이가 진행되는 중이라도 상호 치열한 비판과 지적은 해야 한다.

다른 모든 정치세력처럼 진보당도 장점과 잘한 일만이 아니라 단점과 문제점도 있다. 그런데 더 설득력 있고 생산적인 비판과 토론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종북몰이에 함께 맞서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것이 빠져 있으면 '종북몰이 시즌1'에서처럼 검찰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정당화하는 근거로서 진중권, 홍세화 같은 지식인들의 글을 인용하는 일이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

실제로 진보진영 일부 인사들이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의 종북몰이에 선을 긋는 게 아니라 '나도 진보당의 문제점과 내부 비리들을 알고 있다'며 거들고 나서는 불길한 조짐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종북몰이 시즌2'가 박근혜 정부의 '종북몰이 시즌1'의 재방송이 될지도 모른다. 당시 민주당뿐 아니라 진보정당들과 좌파진영까지 침묵하고 방조하면서 종북몰이는 성공을 거두었고, 박근혜 정부는 위기를 벗어났다. 그때 새겨진 낙인과 상처, 불신과 갈등의 씨앗은 아직까지도 민주진보 진영을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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