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대북 소통 단절, 일본 한반도 발언권 키워
중국,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고위 인사 파견
한‧미‧일, 21일 히로시마서 정상회담 개최 추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서울 한일 정상회담 직후인 9일 곧바로 외교부 아시아 담당 국장을 일본에 보냈다.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도문에 따르면 류진쑹 아주사(司) 사장(아시아국 국장)이 9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해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났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실무 협의에서 중‧일 두 나라는 "양국 관계와 기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야마다 시게오 외무심의관(차관보급)을 만나고 일본의 관련 전문가들과 좌담회도 가졌다.
중국,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고위 인사 파견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파견 시점을 고려하면 서울 한일 정상회담에 관한 일본의 시각을 파악하는 한편,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는 군사협력을 비롯한 '일‧한 및 일‧미‧한' 반중국 연대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전달했음 직하다.
중국이 언급한 "기타 공동의 관심사"에는 △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 동참 가능성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한국 시찰단 파견 △ 의장국인 한국이 추진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등이 포함됐을 공산이 크다.
중‧일 양국은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남북한 대치와 같은 한반도 문제, 그리고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개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이 자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한일 정상회담 내용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중‧대북 소통 단절, 일본 한반도 발언권 키워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 소통 창구로 윤 정부의 한국이 아니라 기시다의 일본을 먼저 찾았다는 점이다. 오랜 앙숙인데도 일본을 찾아가 한반도 문제까지 논의했다는 얘기가 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관계가 궤도에 오른 뒤론 거의 전례가 없던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중, 대북 소통라인의 단절이 한반도 문제에서조차도 일본에 의존하게 만드는 그 첫 번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3월 16일 도쿄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보름 후인 4월 1일 베이징을 찾아 중국 측과 양국 관심사를 논의했다.
과도하게 미국과 일본에 굴종하고 반중 전선에서 '행동대'를 자청해온 윤 정부의 흑백 논리식 '가치 외교'가 낳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다 알다시피 한‧중 정부 간 외교 활동은 전면 중단 상태다. '파국' 직전이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프놈펜에서 잠시 회동한 이후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외교부 장관급에서도 다르지 않다.
작년 12월 12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당시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통화를 했고, 올해 1월 9일 축하 인사차 친강 신임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한 게 다였다.
중국, 한국에 '싸늘'…한국 존재 무시 단계로
한‧중 관계는 최근 들어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한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싸늘할 뿐 아니라, 아예 한국의 존재를 '무시'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12일 시 주석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기지를 직접 찾아 '한중 우의'를 강조했다가 대만 문제를 건드린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발언으로 일종의 '면박'을 당한 게 그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의 윤 대통령 비판 기사들과 관련해 주중 한국대사관(대사 정재호)이 서한을 보내 공식 항의하자, 이에 대해 이들 매체가 반박 사설을 내고 중국 외교부 가 "중국 국내의 민의를 반영한다"고 가세하는 등 볼썽사나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3국은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인 오는 21일 3국 정상회담을 열고 3국 연합 군사훈련과 반도체와 첨단기술 대중 수출통제 등과 같은 반중 연대 가속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여 한‧중 관계의 복원은 한동안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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