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동시간 1915시간…OECD 회원국 최장 수준
평균보다 199시간 길어…계속 줄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정부 되레 '주 69시간제' 입법예고에 청년층 등 거센 반발
대통령실 "노동약자 여론 더 세밀히 살필 것" 한발 물러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이나 덴마크 등에 비해서는 무려 550시간 이상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과 주요 선진국 노동시간 규제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전체 취업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9시간 길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2128시간) 한 나라 뿐이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독일(1349시간)과 덴마크(1363시간)의 노동시간이 특히 적었다. 한국은 독일보다 566시간, 덴마크보다는 552시간 더 길었다.
독일, 덴마크 외에 프랑스(1490시간), 영국(1497시간), 일본(1607시간) 등이 OECD 평균보다 노동시간이 짧았다.
한국 취업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2008년 2228시간에서 지속적으로 줄어왔지만, 여전히 거의 모든 OECD 회원국보다 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0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2시간, 주요 7개국(G7) 평균보다는 5시간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1995년엔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53시간이었고,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2004년엔 49.6시간, 주 5일 근무제를 전체적으로 시행한 2011년엔 44.9시간으로 줄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확대 적용한 2021년에는 40시간까지 감소했다.
주요국의 노동시간 규제를 보면 노동생산성이 높은 독일은 노동시간법에 따라 하루 2시간 연장 노동이 가능해 최대 10시간까지 일할 수 있지만 6개월 또는 24주 범위에서 1일 평균 8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주 단위 법정 기준 노동 시간 규정은 없다.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노동시간 규제를 최초 도입해 주당 최장 노동 시간은 48시간이며, 일일 노동 시간은 8시간이다. 영국은 주 48시간 초과 노동이 가능하나, 연장 노동 및 연장 노동 수당은 노사 간 합의로 정한다.
프랑스에선 일자리 창출, 일과 가정의 조화 증진 등을 목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해 2002년 1월 법정 노동시간을 주 35시간 또는 연 1600시간으로 고정했다. 또 10% 이상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과 노동자의 6% 이상 신규 채용으로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 이하로 하는 기업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명시했다.
프랑스의 1일 최대 노동 시간은 10시간이며 주당 최장 노동 시간은 48시간으로 제한된다. 노동시간은 12주 동안 평균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일본은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2018년 노동시간 상한을 두는 법을 제정했다. 초과 근무 상한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규정했는데 이를 주 단위로 환산하면 최장 노동 시간은 주당 51.25시간으로 한국(주 52시간)과 비슷하다.
법 제정 전에는 법정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규정했지만 노사 간 합의로 제한 없는 초과 근무가 가능했다.
한국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주 52시간제'를 '주 69시간제'로 개편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체 근로시간 총량은 줄이되 '52시간'으로 묶인 주 단위 근로시간을 개별 기업 사정에 맞게 유연화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장시간 노동 허용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에 개편안 보완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과 관련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 핵심은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라며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종래 주 단위로 묶인 것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노사 협의하도록 하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이날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 '주 최대 69시간'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가능성은 다 열어놓고 가는 것"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40일은 다양한 의견을 더 듣는 기간이고 미비한 사항이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는 개편안에 대해 특히 청년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본 방향은 유지하되, 주당 최대 69시간에 대해서는 대폭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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