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재판장도 판례 들어 "엄격 적용" 쟁점화 예고

이재명 공소장, '범죄' 아닌 '배경 사실' 절반 이상 차지

재판장 "검찰, 지나치게 많은 언론보도를 증거로 제출"

검찰의 장황한 '예단 형성' 시도, 재판부가 적극 제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오후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3.3.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오후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3.3.3. 연합뉴스

‘공소장 일본(一本)주의’라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형사소송 원칙이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관련 재판의 중요 쟁점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부가 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재판 주요 쟁점 중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거론한 데 이어,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의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재판부는 더욱 구체적으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쟁점으로 다루겠다고 밝힌 것으로 6일 <민들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진상 재판장 “일본주의 엄격 적용 경향”

정진상 전 실장 재판의 준비기일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지난 2월 28일 열린 2차 준비기일에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여부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검사가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대한 근거로 행위 동기나 내심이 특정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시한 여러 판례들을 제출했는데, 그것은 모두 공안 시국사건들로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반대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인정해 공소기각한 구체적인 판례들을 제시한 뒤 “자백 등 진술된 부분을 적시하는 등 예단을 불러 일으키고 암시를 주는 부분의 기재는 일본주의 위배라는 판단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만 보면 일부분 삭제하라고 지휘하고 말겠는데, 다른 사건들도 모두 일본주의 위배가 쟁점이 되고 있고, 저희 재판부가 예단이 없다고 해서 판단하더라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달리 볼 수 있는 기준도 마련되어 있다”며 “최근 일본주의 위배된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경향”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상 실장의 재판을 준비 중인 형사합의23부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준비기일에서도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이 지난 해 11월 18일 서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공소장, ‘배경 사실’이 절반 이상

공소장 일본주의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서류 외에는 공소장에 첨부하면 안 되고, 재판부에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을 기재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법 상의 규정이다.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배됐다고 인정될 경우 공소기각의 사유가 된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의 부정청탁방지법 등 위반 사건의 공소장은 공통적으로 ‘범죄 사실’ 이외에 ‘사건 관계들의 관계’, ‘배경 사실’ 등이 장황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원칙적으로 ‘범죄 사실’ 이외에는 모두 예단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기재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이재명 대표의 공소장은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 전 처장을 모를 수 없는 이유”를 매우 자세하게 나열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공판 과정에서 진위를 다투어야 할 쟁점들로서 마치 이재명 대표가 이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거나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확정된 듯한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다.

또한 정진상 실장의 경우도 범죄 혐의와 관련이 없는 이재명 대표와의 관련 사실들을 길게 나열하고 있고, 사실과 위법 여부가 전혀 다투어지지 않은 금전 거래 및 선거운동 등에 대해 불법을 전제로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분량에 있어 이재명 대표의 경우 범죄 사실 이외의 부분이 공소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김용 전 부원장의 경우 28페이지의 공소장에서 범죄사실은 단 2페이지 분량에 불과하다.

재판장 “과도한 언론보도 증거 제출, 문제”

또한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모든 재판에서 검찰이 다량의 언론보도를 정황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공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강규태 재판장은 지난 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입증 의도가 불분명하고 재판부의 심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많은 언론보도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당초 160개의 언론보도를 증거로 제출했다가 준비기일 과정에서 변호인단의 반발로 그 양을 축소했지만, 재판장이 “여전히 너무 많다”며 축소와 정리를 요구한 것이다.

재판장은 “준비기일 중에도 몇 번 말했는데, 언론보도의 제시로 입증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으므로 그 점을 분명히 해야하고, 기사 내용이 어떤 취재원을 근거로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전문증거에 해당하는데 그것을 여과없이 제출받게 되면 재판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장은 “이 많은 신문기사들을 재판정에 띄워서 보는 걸 반복하다 보면 당연히 심증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고 “발언 동기와 배경을 입증하려는 것이라면 이렇게 많이 필요 없을 것 같다”며 “향후 기일에서 하나하나 모두 살펴보고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대변인 시절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2018.10.17.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 대변인 시절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2018.10.17.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예단 형성’ 시도, 재판부 적극 제지

한편 이재명 대표의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서증조사 과정에서 설명과 평가를 붙여 지나치게 장황하게 진술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판장이 강력하게 제지하기도 했다. 검찰은 증거 사실들을 나열해 제시하는 단계에서 각각 그 부분과 공소사실과의 관련성과 의미에 대한 설명을 붙이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변호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까지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변호인이 “증거조사는 내용을 고지하고 낭독하고 제시하는 것인데 검사의 의견을 얘기하거나 변호인의 의견을 논평하는 것은 증거조사 범위를 벗어난다”고 항의하자 재판장은 “피고인 측이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아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문제가 있다”며 “어디까지가 의견이 들어가는 부분이고 어디부터 증거내용만 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사가 “증거조사가 내용을 제시하고 고지하는 것도 있지만 설명을 듣기도 한다”고 변명하자 재판장은 단호한 말투로 “필요하면 제가 묻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대장동·위례·FC…줄줄이 이어지는 ‘이재명 재판’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와 과도한 양의 언론보도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 또한 증거 고지 단계에서의 장황한 설명은 모두 혐의 그 자체보다는 주변 사실들을 과장해 제시하고 검사의 주관적인 의견을 확정된 사실 혹은 판단인 것처럼 강조하여 재판부의 예단을 형성하게 하려는 시도로서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관련 재판부들이 공통적으로 엄격하게 대응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공판 진행에 영향을 줄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재판은 이 대표 본인의 선거법 위반 재판과 함께 대장동 재판과 위례신도시 재판이 이미 진행 중이고,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의 본 공판이 곧 개시될 예정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관한 성남시 공무원과 두산건설 전 사장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사건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기소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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