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윤석열의 '김만배 몰랐다' 발언 조사도 안해"
"검찰, 이재명 말 변형해 허위라고…참 이상한 기소"
재판장, '공소장 일본주의'도 쟁점으로 이례적 언급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이 3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첫 공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유사한 발언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실을 거론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재판장은 공소장에 기소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소장 일본(一本)주의' 위반을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이 ‘김만배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조사도 없이 각하 처분했으면서 ‘김문기 몰랐다’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수 차례의 압수수색을 거쳐 결국 기소했다"며 “사건에 따라 검찰이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 공박했다.
변호인은 “윤 대통령은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언론인 출신 김만배에 대해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가, 박영수 특검과 동석했다는 지적을 받자 ‘박영수 중수부장 시절 한두 번 왔던 게 기억나고 개인적 관계는 전혀 없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고, 윤 대통령 부친의 연희동 주택을 김만배의 누나가 매입한 것과 관련한 의혹이 있는데도 검찰은 기존 판례를 적용하여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검찰이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 대표와 같은 스탠스를 취했다면 김만배와 윤 대통령의 접점을 수사하고 밥을 먹었거나, 술을 먹었거나 하는 ‘행위적 부분’에 대해 수사해서 그런 행위 없었다고 조사했을지도 모르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수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 “‘김문기 몰랐다’ 발언, 모든 관련 사실 부인의 뜻”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이던 때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고 한 발언과 백현동 식품연구소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공직선거법 제 250조 1항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했다.
위 조항은 “후보자 등의 출생지ㆍ가족관계ㆍ신분ㆍ직업ㆍ경력등ㆍ재산ㆍ행위ㆍ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되는 조항인 바, 검찰은 법이 열거한 사례 중 이 대표의 발언이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기소했다.
‘행위’는 ‘뭔가를 했거나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것으로서, 검찰은 이날 공소요지 진술을 통해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김문기 씨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해외 출장을 같이 갔다거나 골프를 같이 쳤다는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백현동과 관련해서도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협박을 받거나 압력을 받은 적도 없는데도 그런 사실이 있었던 것처럼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이 대표 발언 변형해 기소…참 이상한 기소”
이에 대해 변호인은 “이 대표의 발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에 불과할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하고 “검찰은 그 말을 ‘업무보좌·출장·골프 등의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말로 변형해 그것이 허위라고 기소했다”며 “참 이상한 기소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변호인은 “대법 판례에 의하면 ‘사실’이라고 하는 것은 가치 판단이나 평가를 하는 의견 표명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공간적인 사실관계를 의미하며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는 말이 시간과 공간이 특정되는 구체적인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성남시장 재직은 8년 가까이 되는 포괄적인 기간이어서 시간적 구체성이 없고, 공간적인 구체성도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사람을 안다는 기준은 상대적이고 평가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며 “한 번만 만나도 안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몇 번 만나도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개인적으로 안다 모른다는 주관적이고 내부적인 것이어서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남시 공무원만 약 2500명이고, 산하기관 임직원까지 더하면 4000명에 달한다"며 "김문기 씨와 같은 직급인 팀장만 600명"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대표와 김 처장이 함께 다녀온 출장을 두고 "피고인이 성남시장일 때 해외 출장을 16차례 갔고 한 번에 10여명이 함께 갔는데 이 가운데 한 출장에 같이 간 직원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실제로 몰랐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재판장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이 사건의 쟁점”
검찰과 변호인의 모두 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피고인 발언이 공표에 해당하는지, 공표한 것이 무엇인지, 공표 사실이 아니라 인식에 관한 문제인지 등이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정리한 뒤 “검찰이 당초 신문 기사를 160개 넘게 제출했는데 일부 철회해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공소장 일본(一本)주의’는 ‘공소장에 판사에게 유죄의 예단을 심어줄 수 있는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 규칙으로, 검찰은 기소된 혐의와 직접 관계 없는 이 대표의 정치 역정과 대선 과정 및 언론 보도,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행위 등에 대해 공소장에 장황하게 기재해 변호인들은 준비기일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적극 제기했다.
원칙적으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되며, 드물지만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재판부에 대해 ‘예단 형성의 우려’를 환기시키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재판장이 직접 “이 문제가 사건의 쟁점”이라고 정리한 것은 단순한 ‘우려 환기’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재판장은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 진술을 지나치게 장시간 이어가자 진술을 마친 뒤 검사를 향해 “공소장을 다 읽었냐?”고 비꼬듯이 묻기도 했다. 검찰이 공소 사실을 간략하게 요약한 ‘공소 유지 진술’을 한 것이 아니라 26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처럼 장황하다는 점을 꼬집어 지적한 것이다.
관련기사
- '내우외환' 이재명, 법정까지…김문기·백현동 발언 진위는
- 이재명, 한달새 검찰 세 번째 출석…"유검무죄 무검유죄"
- 이재명 압색‧재수사 '무한반복'…이번엔 백현동‧코나아이
- 줄잇는 이재명 재판, '공소장 일본주의' 주요 변수 되나
- 김용 첫 공판…변호인단 "이게 어느 나라 법리냐" 초강경
- '증 제1호' 유동규 자술서 "검사실에서, 검사가 준 용지에 썼다"
- 故 김문기 씨 "이재명 시장에 직접 대면보고 한 적 없다"
- "몰랐다" vs "그런 적 없다"…이재명 선거법 재판의 진짜 쟁점
- 이재명만 보면 ‘공산당’ 돼버리는 대한민국 검찰
- 이재명 "정진상 한 번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