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재판' 학습효과, 직설·강공모드로 변화

‘공소장 일본주의’ 강공, 검찰 후퇴 이끌어내

김용 변호인 “국가보안법 사건 떠오르는 공소장”

“유동규 발언이 유일한 증거…신빙성이 관건”

“유, 형량 감경 등 허위 진술할 이유 충분”

재판장 “검찰, 유동규 돈 전달 날짜 특정하라”

 경기도 대변인 시절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2018.10.17.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 대변인 시절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2018.10.17.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3일 있었던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첫 공판에서 이 대표의 변호인단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검찰을 질타한 데 이어, 7일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첫 공판에서도 김 부원장 변호인이 검찰의 수사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재판에서 변호인단이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으로 ‘점잖고 학구적인’ 변호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는 김종근 변호사는 3일 열린 첫 공판에서 “‘김만배 몰랐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은 조사도 없이 고발을 각하했다”며 수사의 불공정을 지적하고, 이 대표의 발언을 임의로 변형하여 기소한 데 대해 “참 이상한 기소”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재판도 1심부터 계속 맡고 있어, 이 대표 재판에서의 ‘강공 모드’ 변신은 조 전 장관 관련 재판에서 받은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충격’과 ‘배신감’에 따른 전략 변경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역시 조 전 장관 및 정경심 교수 재판을 맡고 있으면서 성남FC 사건으로 기소된 성남시 공무원의 변호를 함께 맡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도 지난해 11월 1일 있었던 첫 공판에서 보인 평소의 절제된 자세와는 달리 “기소 과정과 절차가 정치적 의도에 오염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향후 재판 절차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검찰을 직격해 공판정에 있던 검사들로부터 “말조심하라”는 격렬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김용 전 부원장의 변호인도 첫 공판에서 "국가보안법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공소장" "이게 어느 나라 법리냐" '투망식 수사' 등 시종 공격적인 자세와 표현으로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공소장 일본주의’ 강공, 검찰 후퇴 이끌어내

이재명 대표와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의 변호인단은 각각 따로 구성돼 있지만, 세 개의 재판 모두 공통적으로 기소 단계부터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강하게 지적해 재판부들로부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서 이에 대해 적극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7일 김용 전 부원장 첫 공판에서는 변호인단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던 “예단 형성 우려가 있는 배경 사실” 등 범죄 혐의 이외의 부분을 대폭 줄여 “재판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달아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의 강공에 공소장 부분에서 꼬리를 내린 셈이다. 

그러나 이날 김용 전 부원장의 변호인단은 “내용을 줄였다고 하지만 직접적인 공소사실은 너무 빈약한 데 반해, 대장동 관련 등 불필요한 언급이 여전히 너무 많다”고 반발하며 ‘불필요한 내용’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지적했다. 이에 재판장은 “상호간 유착 관계에 대한 부분 등이 너무 장황하다”고 동의한 뒤 “재판부가 판단해 필요하면 검찰 측에 추가적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김용 변호인 “국가보안법 사건 떠오르는 공소장”

김 전 부원장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와 관련해 지적하면서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한 형사소송법 상의 규정과 대법원 판례에 대표적인 예가 이 사건”이라며 “이 사건 공소장이 초임 판사 시절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안기부가 수사했던 다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그 사건 공소장은 피고인의 태생, 자라온 배경, 대학교 때 읽은 책까지 모두 기재해, 공소사실은 실제로 한 페이지도 안 되는데 공소장은 100페이지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김용은 유동규 정민용과 함께 8억4700만 원을 받았다”고 기소한 데 대해 “유동규가 8억4700만 원을 받아 1억은 남욱에게 돌려주고, 1억4000만 원은 본인이 써버리고, 700만원은 정민용이 써서 김용에게 6억 정도가 전달됐다는 것인데,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유동규는 본인이 중간에서 뺀 돈은 김용에게 주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그런데 김용은 얼마가 오는지도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8억4700만 원에 대해 책임을 져라? 이게 어느 나라 법리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 사건 기소는 투망식 기소”라며 검찰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변호인은 “정치자금법 사건에서 남욱이 김용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할 동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검사 공소사실을 보면 남욱이 대장동 보은으로 정치자금을 줬다는 것인지, 아니면 신탁사 신규 설립, 안양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과 관련됐다는 것인지 매우 모호하다”며 “둘 중에 하나 걸리라는 식”이고 지적했다. 

“유동규 발언이 유일한 증거…신빙성이 관건”

변호인은 “이 사건은 유동규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일 뿐 객관적 증거는 전혀 없다”며 “어떻게 이 자금이 남욱을 통해 유동규에게 전달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대부분의 수사기록을 차지하고 있고, 정작 유동규가 어떻게 몇 월 몇 일 몇 시에 김용에게 자금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품 수수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뒷받침할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 제공한 사람의 진술로 유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고, 유동규 진술의 일관성과 허위진술할 동기, 그리고 진술의 허점 등을 하나하나 열거해 지적했다. 

변호인은 진술의 일관성에 대해 “분배금 700억이 누구 것이냐에 대해 유동규는 처음에는 이 부분을 몰랐다고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이재명 지사의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 9월 김용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말을 하기 이전에 수십 차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장시간 검찰과 면담이 있었는데 그 과정이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다”며 검찰의 회유 및 구속과 형량에 대한 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남욱 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남욱 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유, 형량 감경 등 허위 진술할 이유 충분”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인 8억4700만 원의 전달과정에서 유동규가 핵심인데, 그 중 상당한 액수를 본인이 중간에서 가로채서 사용했다고 한다”며 “그러면 유동규는 공무원 지위에서 있어서 뇌물죄로도 의율될 수 있는 사건인데도, 검찰은 구속 만기에 따른 추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수사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김만배는 석방 후 추가 사건으로 기소, 재구속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천화동인 1호를 유동규 몫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본인 입장에서 자기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재명 시장 측’이나 ‘형님 측’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돈이 전달됐다고 하면 본인의 책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가법상 뇌물죄와 (기소된) 정치자금법은 형량에 있어서 뇌물은 10년 이상, 정치자금법은 5년으로 비교가 안 된다”며 “유동규 입장에서는 당시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남욱에게 돈을 요구하면 뇌물죄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김용을 언급하면서 돈을 받게 되면 설사 나중에 처벌받더라도 5년 이하의 가벼운 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장 “검, 유동규 돈 전달 날짜 특정하라”

변호인은 “공소사실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며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구체적인 돈 전달 시기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돈을 받은 날짜는 2021년 4월, 2021년 6월 초순, 2021년 8월 초순, 이렇게 적혀 있다. 6월 경이라고 하면 한 달 중에 도대체 언제냐”고 반문하며 “이렇게 되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해당 날짜의 알리바이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유동규는 돈을 전달했다는 날짜를 한 번도 특정 못하고 있는데, 최근 시작한 유튜브 방송을 보면 14~15년 전의 일이었던 이재명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정작 돈을 줬다는 시기에 대해서는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불과 1년 전의 일인데도 날짜도 모르고, 장소도 모른다(고 한다)”며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진술의 신빙성과 함께 ‘공소사실 불특정’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증인신문이 시작되면 검찰에게 말하려고 했다. 돈을 받았다고 하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변호인의 주장에 동의했다. 이어 “선택적으로라도 이날 아니면 이날 받았을 것 같다 하는 정도로 해야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적절하다”며 “공소사실 특정을 위한 변경을 하더라도 대략 어느 날짜 정도는 제시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