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첫 공판 출석해…"검찰 주장 모멸감 느껴"
"수백 번 압수수색…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
변호인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공소 기각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보석 조건 때문에 제가 정진상 피고인과 전혀 접촉을 못하는데, 이 법정 안에서라도 휴정하거나 재판이 종료되면 대화는 하지 않을 테니 신체접촉만 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 제가 한 번 안아볼 수 있도록"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첫 공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재판부에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신체접촉 허가'를 요청하며 한 말이다.
재판장은 이 대표에게 "지금 (접촉) 하시겠냐"고 물었고, 이 대표는 "(공판이) 끝나고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공판을 마친 뒤, 정 전 실장에게 다가가 몇 초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정 전 실장을 포옹했다. 그리고 등을 토닥이며 악수를 했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이 대표는 재판정을 떠났다.
이 대표가 재판부에 신체접촉 허가를 요청하며 정 전 실장을 포옹한 것은, 정 전 실장이 자신의 측근으로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 고초를 겪는 데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미안함 등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모멸감 느낀다"
"검찰, 내가 살아있는한 계속 수사할 것"
이 대표는 이날 공판에서 발언권을 얻어 검찰이 자신에게 씌운 혐의에 대해 직접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측근들을 통해 직무상 비밀을 업자들에게 흘려 7886억 원을 챙기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FC 구단주를 겸임하며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 50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비밀을 이용했다 이런 식으로 기소가 돼 있는데 상식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기본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민간사업자였던 사람들은 제가 혐오해 마지않는 부동산 투기세력들이고, 이들이 성남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한 내심의 목표 중 하나였다"며 "그들이 원하는 바들을 단 한 개도 들어준 게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개발 해달라는 거 절대로 안 해줬고, 환지사업 해달란 것도 제가 끝내 안 해줬고, 자기들이 산 땅 중심으로 사업 지정해 달라고 하는 주민을 빙자한 민원도 전혀 들어주지 않았고, 병합개발이 아니라 대장동 따로 떼서 하자는 것도 안 들어줬고, 자기들 입찰 말고 경쟁공모 말고 사업자 지정해달라고 하는 것도 성남시 차원에서는 하나도 된 게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명한 그 녹취록(정영학 녹취록)에도 나오지만, 그들을 제가 얼마나 혐오하는지 자기들끼리 스스로 얘기하고 있다"며 "검찰이 그런 기록을 다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제가 그들에게 유착이 됐다는 건지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그들과 유착됐으면 조용히 수의계약을 하면 되지 뭐하려고 이렇게 요란하게 공개 입찰을 거치면서 하겠냐"며 "녹취록에도 나오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저에 대한 수사가 지금 계속되고 있다. 그것도 검사가 수십 명이 투입돼서 수백 번씩 압수수색을 하고, 지금도 또 하고 있다. 제가 살아있는 한 계속하지 않겠느냐"면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정치적이고 강압적인 수사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350명 참고인 조사해놓고 증거 없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공소기각해야"
이 대표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기 때문에 공소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서류 외에 재판부에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을 기재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법 상의 규정으로, 위배됐다고 인정될 경우 공소기각의 사유가 된다.
이 대표 변호인은 "전체적으로 아직도 심리의 대상이 무엇인지, 도대체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무엇인지 특정이 안 됐다. 많은 증거자료 제출과 350명에 이르는 참고인 조사한 것을 보면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본다"며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돼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현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경합했던 정치인에 대해서 어찌보면 말살 내지 무력화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공소 제기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공소권 남용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24일간 단식을 한 뒤 후유증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두고 변호인과 검찰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도 대장동과 관련해 2시간, 위례신도시 30분, 성남FC 1시간 30분 등 총 4시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준비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영장실질심사 당시 500쪽 분량의 PPT를 준비해 5시간 가까이 진술한 바 있다.
이 대표 변호인은 "(이 대표가) 근육이 많이 소실돼 사실 앉아있는 것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얼마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8~9시간 장시간 앉아 있어서 굉장히 크게 후유증을 겪고 있다. 회복하는 과정이 더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먼저(영장심사)와 같이 장시간 모두절차가 진행된다면 똑같이 악순환에 빠져서 향후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굉장히 두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지팡이를 짚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이에 검찰 측은 "저희도 재판을 떠나서 피고인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면서도 "다만 이미 지난 번에 한 번 기일 연기됐다. 상당히 오랜기간 준비기일이 걸리면서 상당한 시간 소요됐다. 종전 일정대로 재판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 측은 "영장심사 때도 혹시 모를 경우 대비해 의료진을 대기해 9시간 심문이 된 걸로 안다. 오늘은 그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면서 "그 사이에 이 대표는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회복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고 있고 SNS 활동하는 것을 봐서는 재판 진행할 정도는 되는 거 같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의 일부 공소사실과 관련한 모두진술, 이 대표의 반박 발언 등을 듣고 1시간 20여분 만에 공판을 마쳤다.
이번 사건 공판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오는 13일에는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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