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예금금리보다 높아…올해도 계속 될듯
공공요금 줄이은 폭등에 당국은 금리 인상 자제 압박
예금금리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높을 때 나타나는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지난 2년간 계속됐고,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에 예·적금을 해서 받는 이자로 물가 오름폭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6일 한국은행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2.77%로 나타났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로 실질금리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명목금리다.
지난해 저축성 수신금리는 2012년(3.4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를 표방하면서 0.5%였던 기준금리를 10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지난달에는 3.5%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폭인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저축성 수신금리도 크게 올랐어도 물가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상승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저축성 수신금리(2.77%)에서 물가 상승률(5.1%)을 뺀 실질금리는 -2.33%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고(高) 인플레(물가 상승)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은행에 예·적금을 새로 들었을 때 물가 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실질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마이너스 폭 역시 역대 최대였다.
가중평균 금리 자료가 작성된 1996년 이래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해는 2011년(-0.31%)과 2017년(-0.34%), 2021년(-1.42%), 2022년(-2.33%) 등 네 차례뿐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가 10%대에 달해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예·적금을 들면 5∼6%대 실질금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실질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2012년 1.23%, 2013년 1.43%, 2014년 1.13%, 2015년 1.04% 등 1%대에 이어 2016년 0.48%, 2017년 –0.34%까지 추락했다. 이후에도 2018년 0.37%, 2019년 1.35%, 2020년 0.55% 등으로 1% 전후를 기록하다가 물가 상승이 시작된 202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전달(5.0%)에 비해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되면서 9개월째 5% 이상을 기록했다. 한은은 2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5%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당시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슝률을 3.6%로 제시했는데, 이달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를 상향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플레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수신금리는 금융당국의 인상 자제 권고와 은행채 발행 재개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해 11월 4.29%까지 상승했다가 12월 4.22%로 떨어지면서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연 3.5%로 인상한 이후에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연 4%대 중반의 정기예금 상품을 제공하던 인터넷 은행들은 최근 연 4%대 초반으로 금리를 큰 폭 내렸고, 일부 저축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연 3%대까지 인하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3%대 중반 수준으로 내렸다.
5일 기준 5대 은행의 상품별 1년 만기 최고 우대금리는 ▲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70% ▲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3.67% ▲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3.63% ▲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3.63% ▲ 농협은행 NH올원e예금 3.47% 순이었다.
은행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예금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수신 규모를 늘려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 입장에선 은행채보다 비싼 이자를 지급하면서까지 예금 유치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질금리가 사상 첫 3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퇴직자 등 은행 이자에 기대 생활하는 이들의 형편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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