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도 옹호 포기…이스라엘 고립 심화
미 "이스라엘 방어 안 해"…비토 없이 성명 동참
카타르 "이스라엘, 어떤 경계·한계도 넘어"
한국 "카타르 영토 주권 침해로 용납 못해"
미국, 성명 동참 대신 '이스라엘' 명시 안 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은 핵심 중재국 (카타르의) 영토인 도하에 대한 최근 공습을 규탄했다. 이사국들은 민간인 인명 손실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안보리는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9월 순회 의장국인 한국의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정권이 9일 가자 전쟁 휴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 도하의 한 주거용 건물을 불법 폭격한 행위를 논의하고 이런 내용의 규탄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긴급회의는 카타르, 알제리, 파키스탄, 소말리아의 소집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한국, 긴급 안보리 주재…"카타르 공격' 논의
이스라엘 규탄 성명 채택…미국 비토 없었다
하마스 정치국원들은 이 건물에 거주하면서 10·7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미국,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 측과 휴전 협상을 벌여왔다. 이 공격으로 하마스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이칼릴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의 아들 등 하마스 멤버 5명과 카타르 장교 1명이 숨졌다.
또한 안보리 이사국들은 △ 긴장 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카타르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고 △ 유엔 헌장 원칙에 따라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고 강조했으며 △ 카타르가 이집트, 미국과 함께 중재 노력을 계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석방과 시신 송환, 가자의 전쟁과 고통 종식이 최우선 과제이며 △ 카타르, 이집트, 미국의 현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당사자들이 평화의 기회를 포착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 지지"
미국, 이스라엘 규탄 성명 동참은 처음
영국과 프랑스가 초안을 작성한 이번 안보리 성명엔 눈여겨볼 지점들이 있다.
첫째는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음은 누구나 짐작하지만, '이스라엘'을 직접 명시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처한 '딜레마'를 고려한 타협의 산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대학살과 강제 이주,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확대를 강행하는 한편,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등 친이란 무장세력을 뿌리 뽑는다며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이란, 레바논, 시리아, 예멘, 튀니지를 무차별 공격할 때도 유일하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동맹인 이스라엘을 '방어'해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네타냐후가 공격한 카타르 또한 미군 중부사령부가 위치한 미국의 동맹국이자 휴전 협상 중재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을 대놓고 비난할 수도 없고 피해자인 카타르와 국제사회의 분노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규탄 성명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동참하되 이스라엘은 명시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타협했다고 볼 수 있다.
미, 안보리서 이스라엘 적극 옹호 없었다
"방어할 수도 없고 방어하지는 않을 것"
둘째는 이스라엘 행위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옹호가 없었다는 점이다. 과거완 달랐다. 뉴욕타임스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사 대리는 발언을 통해 "미국과 함께 평화를 중재하고자 매우 열심히 협력하고 용감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주권국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인 카타르에 대한 일방적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하마스 제거는 "가치가 있는 목표"라고 주장은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을 방어할 수도 없고 방어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스라엘의 대니 다논 유엔 대사는 "그들은 합법적 정치인, 외교관 또는 대표단이 아닌 테러리스트들"이라면서 "그 공격은 이 회의장에 울려 퍼져야 할 메시지를 보낸다. 가자도, 테헤란도, 도하도 테러리스트들을 위한 성역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카타르 공습은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에도 도를 넘는 행위였을 수 있다"면서 "미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 전체가 동참해 이스라엘 문제에서 드문 단결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카타르 "이스라엘, 어떤 경계‧한계도 넘어"
한국 "카타르 영토 주권 침해로 용납 못해"
카타르의 모함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총리 겸 외무장관은 발언을 통해 "이번 공격은 국제사회를 시험대에 올려놨다"며 "허세 가득한 극단주의자들이 이끄는 이스라엘의 행동은 어떠한 경계나 한계도 넘어섰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이런 공격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우리가 이스라엘 대표들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안보리 내 유일한 아랍권 대표인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는 이스라엘이 반복적으로 자행한 시리아, 레바논, 예멘, 이란에 이은 카타르 공격을 거론하고 "이스라엘은 법이 없는 듯이, 국경이 환상인 것처럼, 주권 자체가 불필요한 개념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가자의 인도적 위기와 이스라엘의 최근 가자시티 급습에 좌절한 많은 안보리 이사국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도발'하고 '평화 협상을 방해'한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의 김상진 유엔 대사대리는 "이스라엘 정부가 또 다른 적대 행위를 추구하기로 결정한 것은 개탄스럽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10일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카타르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서 정부는 동 공격으로 역내 불안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동 평화를 위한 카타르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조속한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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