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카타르 폭격 8일 만에 전격 체결
트럼프 '묵인·방조'에 미국 불신 확산
"미국 안보 우산에 이스라엘용 구멍"
CNN "미국에 누적된 실망의 결과"
다른 걸프국, 사우디 따를 가능성도
미국, 가자 휴전 안보리 결의안 '비토'
사우디아라비아발 뉴스가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우디가 17일 수도 리야드에서 '핵보유국' 파키스탄과 '전략적 상호방위 협정'(Strategic Mutual Defense Agreement)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트럼프를 믿고 있다간 '카타르 꼴'
사우디, 파키스탄과 '상호방위 협정'
이 협정은 "어느 한 나라에 대한 어떤 침략도 양국 모두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할 것이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여러 면에서 양국 간 방위 협력을 발전시키고 어떤 침략에도 맞서기 위해 공동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사우디 고위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모든 군사적 수단을 포괄하는 방위 협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협정에는 사우디의 실세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서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는 협정에 서명한 후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 상호방위 협정 체결과 관련해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우선 왜 지금이냐다. 사우디 관계자는 "1년 넘게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지만, '지금'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아랍·중동에선 지난 9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 제거를 구실로 가자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를 폭격한 것과 연관 짓고 있다.
이스라엘, 카타르 폭격 8일 만에 체결
"어느 한 나라 침략, 양국에 대한 침략"
이는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을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을 포함한 아랍·중동 국가들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지란 두 번째 지점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게 된다.
아랍·이슬람권 약 60개국 정상이 15일 카타르에서 아랍연맹(AL)-이슬람협력기구(OIC) 합동 긴급 정상회의를 가진 데 이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도 별도 회의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에 '긴급행동'을 요구한 것에서 이들이 느끼는 분노와 우려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미국의 안보 보장에 의존해왔던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은 이번에 미국의 주요 비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MNNA)인 카타르를 또다른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공격하는 걸 지켜보면서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만 믿고 있다간 '카타르 꼴'이 날 수 있다고 여겼음 직하다.
이와 관련해 FT는 "걸프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워싱턴의 불가측성과 방위 공약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아무 견제도 받지 않는 이스라엘의 역내 군사 행동에 대한 두려움을 악화시켰다"라고 진단했다. 사우디의 이번 행동은 앞으로 카타르 등 다른 걸프 국가들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묵인·방조'에 미국 불신 확산
"미국 안보 우산에 이스라엘 위한 구멍"
문제의 핵심은 미국에 대한 '불신'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사태를 대하는 과정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부인했지만, 네타냐후가 전화를 걸어 사전에 카타르 공격을 통보했다는 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트럼프가 '알고도'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을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얘기다.
카타르는 미국 방산 장비의 주요 고객인데다 가자 휴전 협상 등 미국의 요청으로 각종 중재역을 떠맡고, 알우데이드 미 공군 기지 제공과 미 중부사령부 주둔을 허용하는 등 온갖 호의를 베풀고도 미국의 '이스라엘 우선주의' 탓에 봉변을 당한 셈이다. 미 해군 출신인 제임스 더르소 국제평론가는 '카타르, 미국의 안보 우산 재고'란 16일 자 <유라시아리뷰> 기고에서 "아랍 산유국들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다고 착각했지만, 그 우산에는 이스라엘 미사일을 위한 큰 구멍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CNN "사우디 변화, 갑작기 아니라,
미국에 대한 실망이 누적된 결과다"
호주 시드니 기술대의 남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무함마드 파이잘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공격(6월 13일)과 휴전 중재국 카타르(9월 9일) 폭격에 대해 알자지라에 "이들 사건은 최종 방패로서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신뢰를 위태롭게 함으로써 걸프 국가들의 안보 우려를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WSJ는 "중동 최대 미군 기지가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카타르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사우디는 미국이 더 이상 완벽한 방패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으며 CNN은 "사우디의 이 같은 변화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실망이 누적된 결과다"라고 했다.
더예루살렘포스트도 "카타르 공격은 이미 미국의 안보 보장 신뢰성을 경계하던 걸프 국가들을 흔들었다"며 "사우디는 유일한 무슬림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과의 동맹을 공식화함으로써 이란, 이스라엘, 미국을 향해 억지력의 대안 축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풀이했다.
사-파 동맹 공식화, 인도에 전략적 도전
미국, 가자 휴전 안보리 결의안 또 '비토'
FT에 따르면, 사우디는 파키스탄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른 걸프 국가들과 함께 파키스탄에 중요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양국은 수십 년 동안 긴밀한 국방 파트너십을 공유해왔고, 전직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리야드에서 사우디 주도 대테러 부대를 지휘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또한 파키스탄과 긴장 관계인 인도와도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의 주요 석유 공급국 중 하나다. 그러나 파키스탄과 인도가 지난 5월에 공중, 미사일, 드론 공격을 주고받으며 전면전 직전까지 갔던 점을 고려할 때 사우디-파키스탄의 동맹 공식화는 인도에 상당한 전략적 도전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8일 9월 의장국인 한국의 김상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주재로 회의를 열어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 10개국(E10)이 제안한 가자 전쟁 즉각 휴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나머지 14개국은 찬성했다. 미국이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관련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한 건 여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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