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결의 불이행과 이스라엘 학살 심화

팔레스타인 참혹한 피해 상황과 국제사회 의무

전세계 시민사회에 절실한 연대 행동의 호소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안 주요 내용들과 의미

국제보호군 파견 논란과 역사적 경험의 차이점

안보리 의장국 한국 정부의 중대 책임과 의무

8월 28일 가자시티 서부에서 무료 식량을 제공하는 자선 식당에서 사람들이 쌀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2025.8.28. AFP 연합뉴스
8월 28일 가자시티 서부에서 무료 식량을 제공하는 자선 식당에서 사람들이 쌀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2025.8.28. AFP 연합뉴스

코앞으로 다가온 유엔 총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년 전인 2024년 9월 18일, 유엔 총회는 결의안을 채택하여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을 1년 이내에 종료할 것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집단학살 사건에서 명령한 잠정 조치를 즉각 따를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오히려 더욱더 잔인하고 참혹하고 악랄해졌다. 이미 6만 4000여 명이 넘는 가자 주민이 살해당했고, 구호품을 받으려다가 총격 살해당한 사람만 1300명이 넘는다. 최근에 이스라엘은 가자시티 점령을 선언했고 지난 한 달 동안 가자시티 고층 건물 1800여 채를 파괴했다. 

탱크 포격 등 지상작전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NGO 네트워크(PNGO)와 전 세계 시민사회와 반전 평화 운동은 2025년 9월 18일을 '전 세계 총파업 및 행동의 날'로 정해서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요구를 제시하며 행동으로 각국 정부와 유엔 총회를 압박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유엔 총회에서 긴급 특별 세션을 소집해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것의 내용은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와 포괄적 제재,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유엔에서 이스라엘 추방, 전쟁범죄 처벌, 국제보호군 파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스라엘군이 15일 가자시티 주거지인 알-가파리를 공습한 후 연기가 치솟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2025. 09. 15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15일 가자시티 주거지인 알-가파리를 공습한 후 연기가 치솟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2025. 09. 15 [EPA=연합뉴스]

유엔 총회에서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안이 절차에 따라 채택될 경우

1. 모든 국가에 이스라엘 정권에 대한 포괄적 제재 및 군사적 금수 조치를 채택할 것을 촉구할 수 있다. 제재 이행 권한은 없으나, 제재를 요구하고 감시하며 필요시 보완할 수 있다.

2. 유엔 총회가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의 유엔 총회 자격을 거부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3.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아파르트헤이트, 집단학살을 다루기 위한 책임 추궁 기구(형사 재판소 등)를 설립할 것을 명할 수 있다.

4.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다루기 위해 오랫동안 휴면 상태였던 유엔의 반아파르트헤이트 기구를 재가동할 수 있다.

5. 팔레스타인의 요청에 따라 가자지구(나아가서는 서안지구)에 배치될 다국적 유엔 보호군을 구성하여 민간인 보호, 육상 및 해상 출입구 개방, 인도적 지원 원활화, 이스라엘 범죄 증거 보존, 복구 및 재건 지원을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국제적인 반전 평화 단체들과 진보 좌파 단체들도 상당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제국주의 사상가인 질베르 아슈카르는 비슷한 취지의 제안에 대해서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반대할 수도 없고, 반대해서도 안 된다. 절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할 타당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 바가 있다.

하마스 같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은 민감한 정치적 파장과 역효과 등을 고려해서인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반대하지도 않고 있다. 물론 일부 좌파 단체들은 이것을 반대한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노동자연대' 같은 단체가 있다.(노동자연대는 민주노총의 연대 단절 결정으로 인해서 280여개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공동행동'과는 별개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이들은 '서방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유엔을 어떻게 믿냐, 유엔을 내세워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한 역사적 경험들을 모르냐'고 논박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유엔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고 비판하면서도 얼마든지 특정한 쟁점에서 전술적으로 유엔이나 유엔의 입장을 활용할 수 있다.

유엔이 서방 강대국 주도의 기구이면서, 200여개 국가가 가입한 국제기구로서 '국제평화와 인권, 정의로운 국제질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모순 때문이다. 여기서 가치와 실체의 불일치를 폭로, 비판하면서 그 모순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예컨대 이스라엘 집단학살 과정에서도 유엔 산하기관이나 협력 기관들, 구성원들은 집단학살을 지지하기보다는 구분되는 입장을 취했다.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형사재판소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를 하고 있다고 판정하거나 기소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난민 보호 기구는 가자에서 폭격으로 구성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구호에 애쓰며 이스라엘과 미국에 '하마스'라고 공격받고 있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특별보고관은 오늘날 가장 열정적으로 이스라엘을 고발하고 비판하며 미국에 보복받고 있는 사람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목소리와 움직임을 적극 지지하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안도 대부분 충분히 지지할 만한 내용들이다. 다만 '국제보호군 파견'이 걸릴 수 있는데, 어차피 사회 진보를 위한 운동에서 어떠한 요구에 대한 지지는 100% 지지가 아니라 '비판적인 지지'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여기서 '국제보호군 파견'은 유엔의 '민간인 보호 책임' 명분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독재정권이 폭격으로 집단학살을 할 때 유엔은 비행금지 구역 등을 설정해 전투기 출격을 막고 민간인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라는 논리가 그 바탕에 있다. 이것을 반대하는 이들은 '2003년 이라크 침공과 2011년 리비아 내전 때 이런 논리가 미국의 침략을 정당화했다'라고 주장한다. 

 

유엔총회를 앞두고 한국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1인시위 - 출처: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공동행동
유엔총회를 앞두고 한국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1인시위 - 출처: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공동행동

그러나 이것은 맥락과 상황의 차이, 각각의 방안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를 삭제하는 접근이고 주장이다. 두 사례 모두에서 표적이 된 것은 '반미' 독재정권이었다. 미국은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개입해서 '친미' 정권으로 정권 교체를 시도했다. 이라크 침공 때는 석유와 중동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였고 2011년 리비아에서는 '아랍의 봄'을 납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가자에서 집단학살을 하는 것은 골수 친미 정권인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이다.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친미 친서방적인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추방하고 네타냐후 정권을 교체하려 한다고?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래서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안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기는커녕 그들의 어떤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에서는 상정될 수조차 없으니 유엔 총회에서 특별 상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안이 처음 비슷한 형태로 나타났던 1956년 수에즈 위기와 상황이 더 비슷한 점이 있다. 당시 이집트 나세르 정권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에 분기탱천한 영국과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집트를 침공하며 폭격을 시작했다.

영국, 프랑스가 막아서고 미국, 소련은 기권하는 상황에서 유엔안보리는 마비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은 긴급총회를 통해서 캐나다,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 유고, 핀란드, 스웨덴 등이 주도한 유엔 비상군을 창설해 파병했고 복잡한 국제적 상황 속에서 폭격과 침공은 중단됐다. 주로는 정치적, 외교적 압력의 결과였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제국주의 패권이 교체되는 상황도 작용했다.

물론, 이번에는 그마저도 힘들 수 있다.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2/3 찬성으로 통과해도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은 그 조치들이 무산되도록 끝까지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결의안의 통과는 집단학살의 마지막 단계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정치적 효과와 의미가 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것을 지지하고 정부에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집단학살 2년을 규탄하는 전국 집중 집회에 대한 포스터 
집단학살 2년을 규탄하는 전국 집중 집회에 대한 포스터 

한국 정부 역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침묵하고, 이스라엘과 군사 협력과 무기 거래 등을 지속하며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공모해 왔기 때문에 이것은 더욱 중요하다. 더구나 한국은 9월 한 달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수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인공지능과 국제 평화·안보’ 공개 토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이 현재 AI를 활용하여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 절대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집단학살 중단을 촉구하고, 기아 학살을 종식시키기 위해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요구해야 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포괄적 무기 금수 조치 결의안을 발의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독자 제재에도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미 지난 2021년 미얀마 쿠데타 이후 미얀마와 국방·치안 분야 교류·협력을 중단하며 군용물자 수출을 불허한 적이 있고, 2022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러시아에 대한 전략 물자 수출을 차단했고, 비전략 물자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한 바가 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는 집단학살을 방조하거나 공모해서는 안 되고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번 유엔 총회에서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안을 앞장서 촉구하고 있는 크레이그 모카이버 전 유엔 인권 최고 대표 뉴욕사무소장은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미국의 거부권 뒤에 숨어 "우리는 노력했지만 미국이 거부했다"라는 익숙한 변명으로 피해서는 안 된다. … 역사적 잔혹 행위들 앞에서, 한 민족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 행동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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