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학살에 분노한 유대계 미국인도 등 돌려
유대계 미국인 석학 '정착민 식민주의' 비판
트럼프 MAGA 지지층도 가자 참상에 경악
"미국이 계속 지원해야 하는지 묻기 시작"
서방 진영서도 '제노사이드' 논의 본격화
"네타냐후 이스라엘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남아공 같은 처지"
"이스라엘의 미국 내 핵심 정치적 지지 기반은 더 이상 유대인(Jews)이 아니라 복음주의 기독교인(evangelical Christians)이다."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 스쿨의 학장인 다니엘 W. 드레즈너는 16일 자 폴리티코 기고에서 가자 지구에서 2년 가까이 자행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의 대학살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으며, 특히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이제 그 지지 기반이 이른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로 협소해졌다는 얘기다.
"이스라엘의 미국 내 핵심 정치적 지지 기반,
더 이상 유대인이 아니라 복음주의 기독교인"
저명한 유대계 미국인 국제정치학자인 드레즈너가 최근 가장 충격을 받은 계기는 가자에서 지금까지 어린이 112명을 비롯해 263명의 주민이 '굶어 죽은' 사실이다. 네타냐후 정권이 지난 3월 모든 식량 공급을 차단하면서 이런 참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물자를 조직적으로 훔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유엔 식량안보 그룹은 "기근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자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굶어 죽어가는 가자 어린이들의 이미지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드레즈너는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자에서 사망자는 6만 명이 넘었고 주택의 절반 이상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점을 거론한 뒤 "무차별적 죽음과 파괴의 시각적 증거는 피할 수 없다"며 "가자의 기대 수명은 35년 이상 감소하여 전쟁 전 75세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 때보다 더 급격한 하락이다"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 분쟁의 시작에 누가 책임이 있든, 이스라엘 정권은 현재 가자에서 벌이는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이 있다"고 못 박았다.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내쫓고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거론하는 것에 대해 드레즈너는 "이는 정착민 식민주의의 전형이며 전 세계 개혁파와 보수파 유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했다.
유대계 미국인 석학 '정착민 식민주의' 비판
"전 세계 개혁파‧보수파 유대인들에 경종"
드레즈너가 보기에, 올해로 접어들면서 전반적 흐름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뀌었다. 이런 흐름은 국제 사회에 확연하고 미국 내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 그는 "가자의 인도주의 상황이 '매우 나쁜' 수준에서 '전범 재판에 회부될' 수준으로 악화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와 미국의 여론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와 정치인이 이제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고, 일부 이스라엘인도 이 용어를 쓰고 있다. 다른 이스라엘인들도 (가자의) 고통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네타냐후의 최후 보루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진짜 기근"을 우려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들은 물론, 미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주지사 조시 샤피로, 캐서린 클라크 하원 민주당 수석 부대표,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 등 서방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즉각적 조치를 촉구하고 나선 게 그런 흐름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특히 하원 민주당 서열 2위인 캐서린 클라크는 14일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제노사이드"라고 비난해 파장을 일으켰다.
갤럽에 따르면, 10.7 공격 직후에 미국인의 다수가 이스라엘의 가자 군사 행동을 지지했지만, 지난달 조사에선 찬성은 32%에 그치고 반대는 60%에 달했다. 유고브 조사에서도 미국인 다수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 축소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레즈너는 "여러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이 점령지 내의 이스라엘 행동에 경악하며 미국이 계속 지원해야 하는지 묻기 시작했다"며 "여러 면에서, 가자에서 벌인 이스라엘 행동에 대한 엘리트의 불만은 확산하는 대중의 불만을 뒤따르고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MAGA 지지층도 가자 참상에 경악
"미국이 계속 지원해야 하는지 묻기 시작"
현 네타냐후 정권의 문제는 제동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10.7 하마스의 '만행'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2년 가까이 무자비한 군사 작전을 밀어붙이면서 하마스는 물론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을 무력화하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몰락과 핵시설 폭격 등을 통해 이란마저 견제에 성공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강력한 나라가 됐는데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위대한 유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완전한 가자 장악과 팔레스타인 주민 인종 청소,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면서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내세우며 점령 정책을 용인해왔지만, 가자 상황이 극단적 인도주의 재앙을 초래하면서 흐름이 빠르게 반전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특히 민주주의 체제에서 '유대인 독재체제'로 흑화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를 내세워 묵살하는 전략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드레즈너는 해석했다. 그는 "이스라엘 비판과 반유대주의를 동일시하는 것 또한 작년보다 올해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스라엘 정부와 가자 전쟁에 대한 모든 실질적 논쟁을 억압하고자 반유대주의를 무기화한 유대인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만 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유대인이 나만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정권의 '만행'으로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의 분열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방 진영서도 '제노사이드' 논의 본격화
"이스라엘, 해명하면서 수십 년 보낼 것"
그렇다고 트럼프가 당장 네타냐후에 대한 지원을 끊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미국의 지원이 계속되는 한 '제노사이드'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온갖 비난과 대가에도 가자 완전 장악을 밀어붙일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지금처럼 규범이 해체되는 시기에 '제노사이드'를 저지른 국가라고 비난받는 '손실'보다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을 병합해 '더 위대한 유대 국가'를 건설하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네타냐후 극우 정권은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드레즈너의 생각은 다르다.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범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정치 구조 변동의 신호"라는 것이다. 그는 "한번 '제노사이드'란 낙인이 찍히면 그 오명을 지우기는 어렵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수십 년을 가자에서 현재 자국군이 자행하는 일에 대해 비난을 회피하거나 해명하면서 보내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드레즈너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이스라엘과 서방 동맹국들은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시대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비교되는 걸 막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국제 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위상을 해칠 거란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바야흐로 그것을 막던 둑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그 범죄의 정도가 남아공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남아공 같은 처지"
드레즈너는 "많은 죄를 저질렀어도, 남아공 정부는 제노사이드를 조장했다는 비난은 받지 않았다. 이제 이스라엘 정부는 르완다의 후투 정권,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마오의 중국, 그리고 나치 독일과 한데 묶일 위험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198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남아공 같은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남아공 백인 정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에 저항했지만, 1986년 미 의회가 레임덕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면서 결국은 남아공 정권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 그 결과, 남아공인들은 외교적으로 고립됐고 올림픽과 다른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드레즈너는 "이스라엘도 비슷한 외면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학자들은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배제되고, 외국 관광객은 끊기고 이스라엘인의 외국 여행에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은 계속 존재하겠지만, 그 주민들은 이스라엘 밖에선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미국, 언제까지 네타냐후 보호할까
"MAGA 분노가 커지면, 트럼프 바뀔 수도"
그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점이 이스라엘의 문제다. 전투에선 승리해도 여론전 등 전쟁에선 패배할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당장 프랑스, 영국, 캐나다, 포르투갈, 호주, 뉴질랜드 등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대열에 동참하고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 원죄'로 유럽에서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수호자였던 독일도 흔들리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드레즈너는 "다른 나라들이 뒤를 이으면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한 줌'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트럼프 미국이 언제까지 네타냐후를 '보호'하느냐다. 미국 여론에 대해 드레즈너는 "좌파 진보 활동가와 우파 '마가' 고립주의자들 모두 이스라엘의 호전성과 책임을 비난하는 만큼, 이스라엘이 미 의회를 설득해 추가 지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국가에 대한 비판이 초당적으로 변하면, 비판에 대한 금기는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드레즈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미국인이 이스라엘에 대한 애착을 잃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 복음주의자에서도 이스라엘 지지가 급락했다"며 "미국의 중동 개입에 대한 '마가'의 분노가 커지면, 트럼프는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제재를 부과한 후, 프리토리아(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5년도 채 버티지 못했다. 만약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대중의 적대감이 커져 정책 변화로 이어진다면, 이스라엘 정권의 앞날도 마찬가지로 얼마 남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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