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에 관세인하도 방위분담 증액도 요구 않아

트럼프, '엡스타인 파일' 의혹 덮을 호재가 필요했다?

일본 쪽 주요 관심사는 쌀 개방과 자동차 관세 15%

일본 “협상카드 다 꺼내지도 않았다” 안도 분위기

미국 쌀 수입 75% 늘리고 농업제품 80억 달러 구매

미국 주요 관심사는 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 국기 이미지. 7월 23일 촬영.. 미국과 일본은 이날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2025.7.23.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 국기 이미지. 7월 23일 촬영.. 미국과 일본은 이날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2025.7.23. 로이터 연합뉴스

23일 타결된 미일 관세협상에서 더 서두른 쪽은 미국이었으며, 트럼프 정권은 일본에 관세인하를 요구하지 않았고, 안보를 거래대상으로 삼지도 않았다고 일본 언론들이 24일 전했다.

그리고 미일 관세협상에서 타결된 대일 관세 15%(자동차 포함)가 앞으로 미국이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과 관세협상을 진행하는데 기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 <일본경제신문>(닛케이) 등은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23일 미국과 이날 교섭을 재개한 EU가 일본과 마찬가지로 15% 관세율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두른 쪽은 일본이 아닌 미국”, ‘엡스타인 파일’ 때문?

<닛케이>는 “합의를 서두른 쪽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었다”는 일본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겐 자국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만한 성과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소녀 매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자살한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관련 정보공개를 둘러싸고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요구하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미 국내 상황을 거론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월 23일 미일 관세협상 타결 발표 뒤 도쿄의 총리실에서 기자들의 짊누에답하고 있다. 2025.7.23.AP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월 23일 미일 관세협상 타결 발표 뒤 도쿄의 총리실에서 기자들의 짊누에답하고 있다. 2025.7.23.AP 연합뉴스

자민당 대패로 끝난 참의원선 이후 일본사정도 고려

트럼프가 협상 타결을 서두른 데는 참의원선거 패배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진론이 불거진 일본의 최근 정치사정에 대한 고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닛케이>는 지적했다. 신문은 이시바 총리 사퇴론이 나오고 있는 집권 자민당이 이시바 계속 집권 쪽과 퇴진 요구 쪽으로 분열돼 불안정해질 경우 “미국 일본의 관세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미국이 일본과의 협상 타결을 서두른 데에는 그런 일본사정에 대한 판단도 고려했을 것으로 봤다.

미국, 일본에 관세인하도 안보 딜도 요구하지 않아

그리고 합의를 서두른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쪽의 관세 인하를 요구하지 않았고, 안전보장을 거래 재료로 삼지도 않았다”면서, “(일본 쪽은) 방위 장비품(무기)의 추가구입을 요구받지도 않았다”고 ‘일본 쪽’ 협상 관계자들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닛케이>는 전했다.

또 지난 협상에서 미국 쪽은 방위 장비품뿐만 아니라 미국 정보기술 대기업의 서비스를 일본정부의 안전보장 관련 시스템에 도입하는 안 등을 압박했으나 이번엔 달랐다면서, 일본정부에서는 사전에 준비한 협상 카드를 다 꺼내지도 않고 타결이 된 것에 대한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국기 이미지. 2025.7.23.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국기 이미지. 2025.7.23.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방위비 분담금 요구 없을지도

이런 일본과의 협상 전례로 볼 때, 미국이 한국과의 관세협상에서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안보상의 문제를 협상 재료로 삼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 한일의 사정이 각기 달라 대응전략도 다르겠지만, 미국이 관세협상을 안보문제와 직접 연결지어 압박할 가능성은 일본의 예를 보건대, 크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한일이 이미 독일 등 미군 주둔 유럽국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방위비 분담금' 명목으로 미군에게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SNS 계정에 “일본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방위(군사) 장비품을 구입하는데 동의했다”고 썼으나, 이날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연간 수억 달러의 추가구입으로 미국산 방위 장비품 구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성명은 방위 장비품의 구입 확대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상호운용성과 동맹의 안전보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일본정부 고위관리는 이날 이와 관련해 22일의 미일 관세협상에서 “일본의 미국산 방위 장비품 구입확대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닛케이>는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이시바 총리 방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외 유상 군사원조(FMS)’로 10억 달러어치의 장위 장비품 매각을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신에 일본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100대를 비롯한 미국제 민간 상업용항공기 대량 구입을 약속했다.

일본 쪽 주요 관심사는 쌀 개방과 자동차 관세 15%

이번 협상에서 일본 쪽의 주요 관심사는 쌀 시장 개방과 자동차 관세 문제였으며, 미국 쪽은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 약속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타결된 일본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관세는 15%로, 기존 상호관세 25%에서 10%p 줄었다. 일본의 대일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가 일본 산업 및 일본사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일본정부로서는 다른 분야에서 상당한 양보를 하더라도 자동차에서 최대한 관세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동차 수출이 어려워질 경우 광범위한 연관산업의 고용 및 생산까지 타격을 받아 일본경제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쪽 안도 분위기

결과는 기존 2.5% 자동차 관세에다 이번에 12.5%의 상호관세를 합해 15%로 낙착이 됐다. 일본 쪽은 선방한 것으로 보고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실망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관세(25%) 유지를 요구해 온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빅 쓰리(3)’ 참여 미국 자동차정책위원회(AAPC)의 한 간부는 미일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미국의 산업과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나쁜 딜”이라며 비판했다.

한국산 자동차의 경우 8월 1일부터 대미 수출 자동차에 적용될 25% 이전의 기존 관세가 제로(0%)였다면, 이번 협상에서 12.5% 관세를 추가한 일본산 자동차와 같은 추가관세를 적용할 경우 12.5%가 되거나 15% 일괄 기준에 맞출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원래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등은 전체 상호관세와는 달리 품목(분야)별 추가관세 대상으로 25%가 따로 적용됐는데, 이번 미일 관세협상에서 보듯 품목별 관세도 협상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 미국산 쌀 수입 75% 더 늘리기로

농업분야에서 미국은 자국산 쌀의 일본수출 할당량을 지금보다 75% 더 늘리라고 요구해 관철했다. 지금까지 일본이 수입해 온 MA쌀(Minimum Access 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에 따라 일본이 최소한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의 양)의 총량은 77만 톤이며, 이 가운데 약 35만 톤이 미국산 쌀이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일본은 기존 미국산 수입 35만톤을 75% 더 늘려야 하므로 약 60만 톤의 쌀을 미국으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산 쌀 다음으로 많이 수입하는 태국산 쌀을 이번 협상 결과로 늘어나는 미국산 쌀 추가 수입량만큼 줄일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국산 쌀의 한국 수출에 대해서도 일본에 대해 요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요구를 하지 않을까.

농업관련 제품 약 80억 달러어치 따로 구매

일본은 쌀 외에 옥수수, 콩, 비료, 바이오 에탄올, 재생 항공연료(SAF) 등 농업 관련 제품을 미국으로부터 약 80억 달러어치 구입하기로 했다. 일본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수출 확대가 이뤄질 분야는 농업 외에 식품, 에너지, 항공, 방위(군사), 자동차 등이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개발과 가스 수입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며 “새로운 협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 실행 시기와 상세한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오히려 흑자를 보는데다 무역규모도 일본보다 훨씬 작은 영국의 10% 관세를 빼면 일본의 15%가 “대미 무역 흑자국들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지금까지 타결된 각국과의 관세협상 결과를 보면, 미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는 19%(인도네시아, 필리핀)나 20%(베트남)를 적용했으며, 일본의 예로 볼 때 유럽연합(EU)과 한국 등에는 15%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 주요 관심사는 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미일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합의의 핵심은 트럼프 씨가 일본에 대해 미국산업 활성화를 위해 55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게 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권은 이 5500억 달러의 투입 분야 등 사용 방법은 미국이 정하겠다면서, 에너지 인프라와 반도체 제조 및 연구, 주요 광물, 의약품, 조선 등 전략분야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백악관은 23일 이 자금이 “트럼프 대통령 재량으로 사용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자금이 각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일본 쪽은 원래 4000억 달러안을 들고 들어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5000억 달러로 바꾸고는 다시 500억 달러를 더 얹었고, 양국은 그 선에서 타협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두 나라가 아직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문서에 서명한 것은 아니라면서, 합의내용을 둘러싸고 쌍방간에 생각이 다른 부분이 남아 있다고 했다. 예컨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말한 5500억 달러의 “혁신적인 자금조달 툴(tool)”과 관련해 일본 쪽은 그것이 일본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한 정부계 금융기관의 융자나 보증 형태라고 했으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융자나 보증만이 아니라”며 미국기업에 대한 출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권은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에서 이미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실행 중인 한국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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