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미국 간 아카자와, 결과는 여전히 모호

일본은 일괄 15%, 미국은 ‘기존 관세+15%’

미 “적당한 시기에 대통령령 수정해 주겠다”

기존 관세+15%는 미국의 실수가 아니라 진심?

이시바 시게루(좌) 일본총리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 겸 무역관세 협상 수석교섭관이 8월 4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미국 관세 문제에 관한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8.4. AFP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좌) 일본총리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 겸 무역관세 협상 수석교섭관이 8월 4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미국 관세 문제에 관한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8.4. AFP 연합뉴스

지난 달 22일 타결된 미국 일본 관세협상에서 구두합의한 상호관세 15%를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를 두고 일본과 미국이 전혀 다른 해석을 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좀체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일본정부는 7일부터 적용된 미국의 새 관세율 적용이 양국 관세협상 합의 내용에 어긋난다며 일본 쪽 협상대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을 9번째로 워싱턴에 파견했으나, 이날 미국관리들과 협의한 뒤 기자회견에서 밝힌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의 얘기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일본은 일괄 15%, 미국은 ‘기존 관세+15%’

일본정부는 15% 합의를, 기존 관세가 15%보다 낮은 것은 15%로 인상하고, 기존 관세가 15%보다 높았던 것은 그냥 그것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석한다. 예컨대 일본산 대미 수출품 기존 관세율이 7.5%였던 직물이나 26.4%였던 쇠고기, 2.5%였던 자동차는 모두 15%로 일괄 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정부는 15%합의를 다르게 해석한다. 그것은 기존 관세에 15% 관세율을 일괄적으로 추가하기로 한 합의라는 것이 미국 쪽 해석이다. 이에 따르면 일본산 직물과 쇠고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관세는 7일부터 기존 관세에 15%를 더해 각각 22.5%, 41.4%, 17.5%가 된다.

철강, 알루미늄 등과 같이 품목별로 따로 관세율이 적용되는 주요 물품에 속하는 자동차의 경우 트럼프 정부는 아직 최종 관세율을 정하지 않았지만, 일반 품목들은 7월 1일부터 시행된 새 관세율에 따라 모두 합의된 15% 관세율이 적용됐고, 미국은 자국 해석대로 기존 관세율에 15%를 추가한 관세율을 실제로 부과했다. 즉 일본산 직물과 쇠고기 대미 수출품에 15%가 아니라 22.5%, 41.4%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7월 18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부 장관과 회담을 하기 전 회의실로 걸어가고 있다.2025.7.18. 로이터 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7월 18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부 장관과 회담을 하기 전 회의실로 걸어가고 있다.2025.7.18. 로이터 연합뉴스

9번째 미국 간 아카자와,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모호

일본정부는 미국의 그런 조치가 지난 달 타결된 양국 관세협상 합의내용과 다른 것이라 반발하면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을 새 상호관세 발동 이틀 전인 지난 5일 워싱턴으로 보내 시정을 요구했다.

새 상호관세가 발동된 7일 밤 이시바 시게루 일본총리는 관세에 관한 미일 간 합의내용에 관해 일본 쪽이 미국으로부터 얻어냈다고 주장해 온 ‘부담경감 조치’(4월 2일 부과된 상호관세 24%를 15%로 줄였다는 것)가 이날 발동된 미국의 새 상호관세에서 일본 쪽 주장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7일 새 관세율 적용이 시작될 때까지는 기존 관세에 15%가 추가된다는 미국 쪽 해석을 인정하지 않았거나 그것이 실제로 시행될 것으로 믿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 대통령령의 수정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미국 쪽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담당상을 9번째로 워싱턴에 보낸 이유다. 아카자와가 미국으로부터 바라던 답변을 받아내지 못하면 7월 참의원선거 대패 뒤 당 안팎에서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이시바 총리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미국 카운터 파트너들에게 시정을 요구했고, 그들로부터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그 결말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7월 19일 오사카에서 열린 미국 국경일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사카 엑스포의 미국관 앞에서 일본의 경제 활성화 장관이자 무역 관세 협상 수석 협상자인 료세이 아카자와(우)와 악수하고 있다. 2025.7.19. 지지통신 AFP 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7월 19일 오사카에서 열린 미국 국경일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사카 엑스포의 미국관 앞에서 일본의 경제 활성화 장관이자 무역 관세 협상 수석 협상자인 료세이 아카자와(우)와 악수하고 있다. 2025.7.19. 지지통신 AFP 연합뉴스

“적당한 시기에 대통령령 수정해 주겠다”

7일 오전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약 3시간 동안 만나고 이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도 약 30분간 협의했다는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그 뒤(일본시각 8일 오전)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미국 쪽으로부터 앞으로 적당한 시기(適時)에 대통령령을 수정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미국 쪽의) 설명이 있었다.”(<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 8일 보도)

‘적당한 시기’라니. 미국으로부터 언제까지 어떤 내용으로 대통령령을 수정할 것인지 명확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령 수정 시기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아카자와는 “대통령령 수정 없이 반년, 1년 간다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없다. 상식적인 범위에서 미국 쪽이 대응할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아카자와의 말은 앞으로 상당기간 일본은 자국산 대미 수출품에 ‘기존 관세율+15%’ 관세율이 적용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것이 일본 쪽 요구대로 수정될지, 그리고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언제일지 그 시기도 미국 쪽이 결정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은 여전히 침묵

미국 쪽은 아카자와와의 만남 뒤에도 아무런 공식 발표가 없었다.

아카자와는 “미국 쪽은 과대징수한 것은 (새 상호관세가 발동된 7일로) 소급해서 되돌려 주겠다고 했으며, 대통령령 수정과 동시에 자동차 관세 인하에 관한 대통령령을 발령할 것이라는 점도 미국 쪽과 확인했다”고 말한 것으로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아카자와는 또 “미일 간의 합의에 따르지 않고 있는 내용의 대통령령이 발동돼 (미국 쪽 해석대로 관세율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면서도 “미일 간의 인식에 어긋남은 없다”고 말했다. 아카자와는 다만 “미국 쪽의 사무처리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리고 그가 “미국 관리들도 혼란에 대한 유감 표명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은 썼다.

모두 아카자와가 한 얘기다.

기존 관세+15%는 미국의 실수가 아니라 진심?

아카자와는 미국이 일본산 수출품에 ‘기존 관세율+15%’의 새 관세율을 적용한 것을 미국 쪽의 사무처리 과정에서 발행한 혼란 탓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같은 생각이지만, 처리과정에서 잘못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는 얘기다. 미국이 국가간의 막대한 경제적 이해가 걸린 관세율을 정해 제시하는 대통령령을 사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 때문에 잘 못 기재했다는 얘기를 믿어도 될까. 도요타 자동차만 하더라도 ‘트럼프 관세’가 15%로 확정된다 해도 기존 2.5%에서 15%로 올라가면 연간 1조 4천억 엔(약 12조 6천억 원)의 수익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17.5%나 25%로 확정된다면 더 끔찍할 것이다.

게다가 EU에 대해서는 관보에 15% 관세율 일괄 하향조정 사실을 분명히 써 넣은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는 사무처리 과정에서 혼란을 일으켜 써 넣지 못했다는 게 설득력이 있나. 미국은 애초에 일본과 생각이 달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처음부터 EU와는 다른 기준, 다른 관세율을 적용할 심산이었으나 일본 반발이 거세지자 “적당한 시기”에 보자며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카자와는 미국 관리들도 그 혼란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다는 얘기로 (잘못한 것은 미국 쪽이라는) 자신의 전언이 믿을 만한 것임을 뒷받침하려 했지만, 그가 말한 미국 관리들의 ‘유감’ 표명이 무엇에 대한 유감인지도 불분명하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유감인지, 일본 쪽의 해석 오류에 대한 유감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그가 대통령령 수정을 얻어내기 위해 밝히지 않는 또 다른 약속이라도 미국에게 해 준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문서가 아닌 구두합의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일본 내의 비판과 관련해 아카자와는 기자회견에서 “단기간에 문서를 작성하려 했다면, 기한에 맞추지 못해 상호관세는 (미국 쪽이 당초 통지한) 25% 추가하는 것으로 됐을 것”이라고 했다. 문서 작성할 시간이 없었고, 문서 작성하느라 시간을 끌었다면 미국의 애초 의도대로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두른 것은 20일의 참의원선거 투개표 전에 유권자들에게 관세협상 성과를 보여주려 애썼던 일본 쪽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9번째 방미 때 미국으로부터 받아낸 대답이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는 미국 쪽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지금 트럼프 정권이 진행하고 있는 ‘관세전쟁’ 양상으로 봐서는, 미국이 일본의 요구대로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그것을 다시 재수정 내지 뒤집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문서가 아닌 구두약속의 맹점이다. 쌍방 대표가 서명한 문서 없이 SNS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트럼프식 외교통상 협약이 유효한 것은 대등한 쌍방의 합의가 아니라 초대국 미국의 완력이 통하는 범위까지다. 그야말로 힘센 미국 멋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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