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대표 및 편집 이사 휴대폰도 압수

"백주대낮 언론 탄압" 독자, 시민들 몰려와 사무실 앞 강력 항의

이태원 참사 3달 뒤에도 희생자 명단 '기밀'로 분류, 숨기는 정부

기성언론 ,정부 은폐 기도 능동·수동적 협력, 되레 민들레 비난도

 

26일 오전 서울 공덕동의 시민언론 민들레에 대한 기습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경찰이 취재진 및 시민들의 사무실 진입을 막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공덕동의 시민언론 민들레에 대한 기습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경찰이 취재진 및 시민들의 사무실 진입을 막고 있다. 

경찰이 26일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국에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경찰관 20여 명(책임자 노정웅 경정)은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편집국에 들이닥쳐 압수수색 절차를 시작했다.

민들레 편집국 사무실 앞에는 오전 10시 40분쯤부터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독자와 시민 20여명이 "언론탄압 중단하라"고 외치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경찰은 인터넷 기자협회 임원을 비롯해 취재진의 진입도 사무실 입구에서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이들이 제시한 수색영장에는 이태원 참사자 명단의 보도와 관련,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혀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118조(영장의 제시와 사본 교부)에 따르면 영장 제시 및 사본 교부가 명시돼 있지만, 경찰은 영장 교부를 안하는 것은 물론 촬영도 제지했고 여러 차례 영장 사본 교부 요청을 거절했다. 

경찰은 전체 6시간 넘게 진행된 압수수색이 거의 끝날 쯤에야 민들레 고문변호사에게 영장 사본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 때까지 경찰이 영장 열람만 허용함에 따라 영장의 정확한 적시 내용은 추후에나 확인됐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압색이 시작되자 입장문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는 참사의 발생과 이후 대응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과 부실, 나아가 은폐에 대한 긴급행동적 보도행위였다"고 적시했다. 입장문은 또 "민들레가 공개한 것은 진정한 추모와 애도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 단지 희생자들의 이름 뿐이었다"고 밝혔다. 

헌법상 국민보호의 의무를 갖고 있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서 압사당한 150여 명의 명단을 기밀로 분류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21세기 한복판, 서울에서 벌어졌다. 민들레는 공적 책임을 내버리고 참사를 무마하는 데 열중했던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판단에 참사 16일 만인 지난해 11월 14일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보도했었다. 

민들레의 명단 공개는 당초 시민사회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윤석열 정부의 10·29 참사 진실 은폐 음모에 능동적 또는 수동적으로 부여할 즈음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진실찾기에 불을 댕긴 보도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민들레에 보도된 명단을 토대로 유족 모임을 만들 수 있었다"며 되레 감사를 표했다.

정부는 참사 발생 3달이 되도록 아직도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차례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서도 희생자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거짓 증언을 되풀이 해왔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시민언론 민들레의 입장문.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시민언론 민들레의 입장문.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국 압수수색 장면.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국 압수수색 장면. 

영장은 이태원사망자, 사고 당사자, 유족 연락처 등에 대한 내용이 기재된 메모, 수첩, 문서, 관련 서류 등 민들레에서 현재 업무를 담당하는 자들이 소지, 사용, 관리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압색대상으로 적시했다. 

또 근무자들이 소지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휴대폰기기(USB, 외장하드, CD)와 녹음, 문서, 사진 파일, 메일, 문자 메시지, 통화내역 등을 선별압수 대상으로 지정했다. 

''민들레 업무 담당자'는 대표이사, 편집이사, 에디터 등으로 적어 사실상 구성원 전원을 대상으로 했다.

통상 압수수색 영장은 대상자의 이름 및 대상 장비 및 자료를 특정하지만 반부패수사대가 제시한 영장은 '등'이라고 표시, 전방위적인 압색의 근거를 제공했다.  피고인은 '성명 미상'으로 기재돼 있었다. 영장은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판사가 발부한 것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민들레 사무실이 있는 르네상스타워 1층에서 이명재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휴대폰을 압수했고, 서울 송파구 김호경 편집이사의 집 앞에도 별도의 수사관들을 보내 김 이사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압수수색은 오후 3시가 임박해서야 종료됐다. 이 탓에 민들레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했다. 

 

압수수색 장면
압수수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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