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보도와 무관한 자료까지 압수…'사찰' 방불

영장 사본 수색 5시간 뒤에나 제공, 수색 대상 포괄적 규정

법무장관 집 취재 시도한 더탐사엔 지금까지 15차례 압색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팀이 26일 오전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1.26. 시민언론 민들레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팀이 26일 오전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1.26. 시민언론 민들레

26일 경찰이 기습적으로 단행한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국 압수수색은 과연 목적이 무엇인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보도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압수수색의 정확한 근거가 불투명한데다 수색 대상이 두루뭉술하게 적시돼 사실상 전방위적인 수색이기 때문이다. 또 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민들레의 보도 활동은 물론 이태원 참사와 무관한 자료까지 모든 자료를 뒤졌다. 

합법적인 압수수색인지, 언론사 사찰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포괄적인 수색작전이었다. 

특히 민들레의 회계자료 및 후원자들에 관한 자료까지 압수를 시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과 무관하게 시민언론 매체의 활동 자체를 탄압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연루 부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변했지만 민들레는 지난해 11월 14일 참사 희생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더탐사와 협업으로 보도한다고 밝혔었다. 민들레는 영장 제시 및 사본 교부 의무가 명시된 형사소송법 제118조(영장의 제시와 사본 교부)를 제시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 5시간이 지나서야 영장 사본을 제공했다. 그때까지 이를 따지는 민들레 구성원들의 항의 및 소명 요구에 "천천히 설명하겠다"면서 답을 미뤘다. 영장에 전혀 명시되지 않은 자료를 무단 복사, 무단 수거하면서 답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압색 과정을 영상으로 채증하던 한 경찰관은 오히려 냉소적인 표정을 보였다. 

경찰은 게다가 이태원 참사와 무관한 자료와 메모 내용까지 수거해가려고 시도해 압수수색의 진정한 의도를 의심케 했다. 경찰은 또 소식을 듣고 달려온 취재진과 시민 20여명의 사무실 진입을 완강하게 저지했다. 

민들레는 당초 이날 오전 8시 40분쯤부터 시작된 압색에 협조했지만, 경찰이 이처럼 납득이 가지 않은 행태를 보임에 따라 정오를 지난 시점부터 협조를 일시 중단했다. 고문변호사가 도착한 뒤에야 경찰의 자료 열람과 복사, 전자기기 압수에 응했다. 

수색 영장에 명시된 근거는 공무상 기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두 개의 법에 불과하다. 공무상 기밀누설과 언론사 편집국의 자료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은 망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검찰과 법원, 경찰 등 사법당국이 총동원된 민들레 압수수색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민들레에까지 구현한 꼴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시민언론 더탐사가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자택 취재를 시도하자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고통을 주도록 지시했다. 사법당국은 이후 더탐사 사무실과 취재기자들의 집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15차례의 압수수색을 벌였다. 

결국 합법을 가장한 압수수색은 시민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였나. 윤석열 정부가 답할 차례다. 

 

26일 오전 서울 공덕동의 시민언론 민들레에 대한 기습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경찰이 취재진 및 시민들의 사무실 진입을 막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26일 오전 서울 공덕동의 시민언론 민들레에 대한 기습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경찰이 취재진 및 시민들의 사무실 진입을 막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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