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거물들이 만든 '궁핍한 세계'…"약탈적 늑대들"

"트럼프-머스크 동맹, 권력 집중의 새로운 위험"

거짓말, 권력 남용, 여성 혐오 판매에 둘 다 능숙

'자유' 지상주의 "민주주의, 서구 문명 쇠퇴시켜"

"인종과 IQ 연관성 관련 사이비 과학 퍼뜨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테크(기술) 억만장자들은 부자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중산층은 쇠퇴하며,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든 궁핍한 세계를 만들고 있다."

아쉬 나레인 로이 박사는 '내트콘, 네오콘, 프리콘, 신공화당원 또는 테크노 파시스트?'란 20일 자 <모던 디플로머시> 기고에서 "빅테크 거물들은 이제 미국 정치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 그들은 자칭 대중 신뢰의 수호자이자 기업 문화와 사상의 문지기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로이는 인도 델리에 있는 자와할랄 네루 대학에서 중남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힌두스탄타임스의 부편집장을 맡았으며, 델리의 '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일론 머스크가 2월 11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25.2.11.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2월 11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25.2.11. 로이터 연합뉴스

빅테크 거물들이 만드는 '궁핍한 세계'
"빈익빈 부익부, 그리고 중산층 쇠퇴"

이 글에서 로이 박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미국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우파 내에서 분열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빨간 야구모자로 상징되는 마가 운동은 트럼프의 브랜드이며 마가 공화당원은 다들 트럼프 지지자다.

로이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내의 마가 우파에는 국익‧군사주의‧고립주의의 극우 국가주의자(내트콘‧NatCons) △ 신보수주의자(네오콘‧NeoCons) △ 자유보수주의자(프리콘‧FreeCons) △ 신공화당원(New Republicans) △ 테크 파시스트(Tech-Fascists) 등으로 분열돼 있다. 다들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하지만, 한쪽이 다른 쪽을 '극우'라고 부르고, 극우는 다른 쪽을 '이름뿐인 공화당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마가 우파에는 △ 유전적으로 타고난 인간 본성에 대한 급진적 신념 △ 경화(硬貨) △ 철통같은 국경 등 는 세 가지 이념적 기둥이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테크 파시스트'가 가장 위험한 세력으로 지목됐다. 로이는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 거물 부호들을 "약탈적인 늑대"에 비유하면서 이들이 미국을 "하이테크 중세 시대"(일본 경제학자 사카이야 다이치의 용어)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6일 워싱턴 D.C. 백악관 타원형 사무실에서 일본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대신과 일본 관세협상 대표단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써 보이는 아카자와 경제재생대신. 2025.4.16.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6일 워싱턴 D.C. 백악관 타원형 사무실에서 일본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대신과 일본 관세협상 대표단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써 보이는 아카자와 경제재생대신. 2025.4.16. 로이터 연합뉴스

분열이 깊어지는 트럼프의 MAGA 우파
"테크 파시스트가 그중에서 가장 위험"

로이는 "빅테크 산업과 실리콘 밸리 거물들은 사상과 가치의 순응, 그리고 역사적 기억의 상실을 옹호하는 '테크노 파시즘'으로 이끌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크노 파시스트는 백인 우월주의 집단에서 크게 유행하는 '어둠의 계몽주의' 시대의 주인공들이다. 자칭 인터넷 철학자인 이들은 현대의 문제를 중세 시대의 종말에서 찾는다. 그들은 계몽시대의 인본주의, 민주주의, 평등 추구가 서구 문명의 쇠퇴를 초래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J.D. 밴스 부통령의 측근인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가 2009년 미국의 보수 성향 케이토 연구소에 올린 글을 소환했다. 여기서 틸은 "나는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라면서 복지 수혜자 증가와 여성 투표권 부여가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의 대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민주주의적 거버넌스보다 기업 거버넌스 구조를 강조하면서 역사적 민족국가가 없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까지 했다.

로이는 "거대 테크 기업들이 권위주의 정부의 동맹이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지배적인 기술은 자연 통제와 아울러 사회와 노동, 관계의 모델에 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면서 "빅테크 거물들이 트럼프에게 빨려 들어가는 방식은 그들의 권력 집중에서 위험한 새로운 단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설계도상 오늘날의 파시즘은 국제주의적이며, 하나의 승리 이론을 중심으로 명확하게 구조화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1월 22일 멕시코 치아파스 주 타파출라에서 트럼프 재집권으로 장벽에 부닥친 미국으로의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멕시코 국경에 갇힌 이주민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제한조치와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발표한 귀국 정책으로 여행을 계속할지, 아니면 본국으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한다. 2025.1.22. EPA 연합뉴스
1월 22일 멕시코 치아파스 주 타파출라에서 트럼프 재집권으로 장벽에 부닥친 미국으로의 이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멕시코 국경에 갇힌 이주민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제한조치와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발표한 귀국 정책으로 여행을 계속할지, 아니면 본국으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한다. 2025.1.22. EPA 연합뉴스

"트럼프-머스크, 권력 집중의 새로운 위험"
거짓말, 권력 남용, 여성 혐오 판매에 능숙

로이는 "일론 머스크와 다른 하이테크 거물들은 디스토피아적인 꿈을 파는 데 능숙하며, 거짓말, (권력) 남용, 여성 혐오를 파는 데 역시 능숙한 트럼프와 딱 알맞은 짝이다"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2016년, 머스크가 자신의 자율 주행차가 2년 안에 나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여전히 공상 과학 영화 수준에 멈춰 있다는 게 로이의 지적이다.

로이 박사가 보기에, 예전에는 미국 정부가 외교 정책 관련 조언을 받으려면 특정 전문가와 싱크 탱크에 의존했다. 그러나 오늘날 트럼프는 마가의 몇몇 테크 지식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는 그들이 기술 결정론의 '점괘들'을 완벽하게 해독한다고 믿는다"면서 "그들은 처방하지 않고, 단지 필연성의 복음을 번역할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로이는 "일부에선 미국의 좌파가 문화적으로 너무 나아갔다는 두려움에서 빅테크 거물들이 뭉쳤고, 트럼프의 당선은 국가 전반의 문화적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깨어 있음'(wokeness)의 사망 선언을 위해 손을 잡았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빅테크 거물들은 자신을 프리드리히 니체의 '초인'으로 여긴다. 파괴자로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는 길에 놓인 장벽이라면 어떤 것에도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워크'(woke)는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고 인종‧젠더‧문화 등의 다양성을 옹호하는 '깨어 있는' 상태다. 보수 쪽에선 나쁜 의미로 쓰인다.

이들 빅테크 거물의 정치철학과 관련해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을 사들임으로써 정치적 문지기가 되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리의 약화, 신의 사망, 가치의 전도 등 니체가 '근대성의 혼돈'이라고 불렀던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자기에게 빙의(채널링)된 트럼프와 소통함으로써 미국 권력의 이너서클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인근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긴급 수요 촛불문화제에 수많은 시민이 참석했다. 2025. 05. 07 이호 작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인근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긴급 수요 촛불문화제에 수많은 시민이 참석했다. 2025. 05. 07 이호 작가

'자유' 지상주의 "민주주의, 서구 문명 쇠퇴시켜"
"인종과 IQ 연관성 관련 사이비 과학 퍼뜨려"

'테크 파시스트'인 틸과 그의 지적 스승으로 트럼피즘 이론가인 커티스 야빈의 반민주주의 성향도 소개했다. 로이는 "이들은 대학과 언론 기관, 관료 체제, 비정부 기구가 대중의 신뢰 유지에 실패했다고 믿는다...진보적 정치적 올바름이 기술, 교육, 거버넌스 문화를 망쳤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트럼프가 미국의 쇠퇴를 되돌릴 대리인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썼다. 야빈은 군주제가 민주주의보다 본질적으로 낫다는 19세기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칼라일의 추종자다.

로이 박사는 "트럼프가 입지를 굳히면서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야수의 배 속에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괴짜 억만장자들이 그들의 공공 영역을 통제하는 세계는 살기에 매우 위험한 세계다"라면서 "좌파는 빅테크 거물들을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휴머니즘의 노력을 망치려고 작정한 '대안 우파'(극보수주의)라고 비판한다"고 소개했다.

 

MAGA를 흉내낸 MKGA('Make Korea Great Again'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윤석열 전 대통령. 나무위키
MAGA를 흉내낸 MKGA('Make Korea Great Again'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윤석열 전 대통령. 나무위키

이 대목에서 로이는 미국 보스턴대 국제사 교수인 퀸 슬로보디안을 소환했다. '하이에크의 사생아들: 인종, 금, IQ, 그리고 극우의 자본주의'의 저자인 슬로보디안은 "마가 우파가 시장 경쟁을 신경과학, 진화 심리학, 유전학, 기타 자연과학에서 수입한 아이디어들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옛 사회 다윈주의를 연상시키는 '새로운 융합주의'다.

마가 운동의 '새로운 융합주의'와 관련해 로이는 "이는 어떻게 자유지상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이 인종과 지능을 지적 유희의 화제로 삼아 오늘날의 '토착주의 우파'(nativist right)의 토대를 놓았는지를 알려준다. 그들은 생물학자, 진화 심리학자, 민족국가주의자들과 추잡한 동맹을 구축하고, 인종과 IQ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사이비 과학을 퍼뜨렸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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