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인터뷰] 트럼프의 '히든 브레인' 오런 캐스

2001년 중국의 WTO 편입으로 미국 산업기반 와해

'25년 탈공업화' 되돌리려면 '관세 충격요법' 불가피

트럼프는 과도기적 인물…건강한 세대교체 진행중

트럼프 관세전쟁의 뿌리는 뉴라이트 '개혁 보수'

윤 정권은 미국 정치흐름 패턴 닮았지만 과거 회귀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19일 미국 텍사스 브라운스빌에서 스페이스X 스타쉽(SpaceX Starship)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 발사를 관람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2024.11.19.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19일 미국 텍사스 브라운스빌에서 스페이스X 스타쉽(SpaceX Starship)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 발사를 관람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2024.11.19. 로이터 연합뉴스

“2001년 중국의 WTO(국제무역기구) 가입으로 미국의 산업기반은 (중국의 수출 증대 등으로) 가속적으로 약체화하면서 한계에 도달했다.” 그에 따라 미국사회도 허약해졌고 절망사(絶望死)가 만연했다. “특히 중년의 저학력 백인들 사이에 마약이나 알코올 의존, 자살이 늘어 평균수명까지 짧아졌다. 글로벌화 속에서 미국은 젊은이들을 해외의 전쟁터로 보내고, 실업과 절망을 수입했으며, 중요한 일(사업)들을 해외로 내보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시대)보수의 발상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이었으나 모두 그런 상황을 해결하는데 효과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관세 관련 연설을 하던 중 MAGA 모자를 손에 쥐려 애쓰고 있다. 2025.4.2.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관세 관련 연설을 하던 중 MAGA 모자를 손에 쥐려 애쓰고 있다. 2025.4.2.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과 미국 제조업 부활

그래서 도입한 것이 지금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 관세정책이라고 트럼프 정권 브레인 중의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보수파 경제전문 논객 오런 캐스(Oren Cass)는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애덤 스미스도 데이비드 리카도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대국과의 자유무역에 대해 생각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중국과 자유무역을 하는 것은 공산주의의 우선순위나 정책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는 물건을 사고 파는 스미스나 리카도식 국제분업이 아니라,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로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는 형태로 해외에서 물건을 사들이는 상태를 스미스나 리카도는 상정하지 않았다며, 그 때문에 미국은 생산보다 소비에 치우친 나라가 됐고 제조업이 무너졌으며, 거대 무역적자국이 됐다. 그에 따라 미국사회도 흔들려 실업과 마약, 절망사가 만연하는 가족과 커뮤니티(지역 공동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이것을 되돌리려면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무엇보다 미국 국내 제조업을 부활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 방식보다는 강력하게 기존구조를 뒤흔드는 쪽이 더 유효하고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데도 유리할 수 있다. 그런 전략이 집약돼 있는 것이 바로 트럼프의 ‘관세전쟁’이다.

 

트럼프 정권 정책 브레인 중 한 사람인 '아메리칸 컴퍼스' 창설자 오런 캐스.  4월 1일 아사히
트럼프 정권 정책 브레인 중 한 사람인 '아메리칸 컴퍼스' 창설자 오런 캐스. 4월 1일 아사히

‘아메리칸 컴퍼스’ 창설 “트럼프 이후 중도우파의 길”

1983년 미국 보스턴에서 나고 자란 유대계 오런 캐스(42)는 윌리엄스 칼리지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20대에 2012년 미국 대선 공화당 예비선거 후보였던 밋 롬니의 국내정책 책임자가 됐다. 2020년에 보수계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퍼스’를 창설했다. “트럼프 이후 중도우파가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 그 목표다. 캐스는 트럼프의 재야 정책 브레인이지만 포퓰리즘적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원도 아니고 일론 머스크의 테크노 리버테리언(기술 자유지상주의자) 그룹도 아니며, 임신중절 반대파나 종교 우파도 아닌 “진정한 보수파”임을 자임한다. 그가 주도한 아메리칸 컴퍼스 멤버들 다수가 트럼프 2.0체제의 요직을 차지했지만, 그가 노리는 것은 다음 세대, 다음 미국 대선이다. J. D. 밴스 부통령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새로운 세대가 2028년 대선 공화당후보로 나서 제조업 강국 미국을 재창출하는 것이다.

보수파 신세대 리더들의 과제는 동서냉전 시대를 살아 온 구세대의 반공주의가 아니라 격차 확대(양극화), 노동자와 가족, 커뮤니티 문제에 초점을 맞춰 폭넓은 보수파 정치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른바 ‘개혁 보수’다.

한국 ‘뉴라이트’와 닮은 미국 공화당 ‘개혁 보수’

한국 정치판에 빗대어 보자면, 캐스는 ‘뉴라이트’의 기수다. 올드 라이트의 반공주의, 올드레프트의 내셔널리즘과 선을 긋고 폭넓은 중도우파적 정치개혁, 정치연합을 꾀했던 뉴라이트는 2000년대 초에 등장한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쳐 윤석열 정권 탄생에 핵심적 역할을 했고, 윤 정권의 요직들을 차지했다. 그러나 윤석열의 뉴라이트 정권은 전격적인 등장과정 만큼이나 급속히 몰락했다.

윤석열 정권 몰락원인은 올드라이트로의 퇴보

몰락의 이유는 뉴라이트가 올드라이트의 낡은 반공주의 이념 탈각을 선언했음에도 실제로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기에 포획돼 스스로 올드라이트로 되돌아가 그 함정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올드라이트의 옛 둥지 속에 웅크리고 ‘종북 반미 반국가세력 척결’만 되뇌었던 윤 체제의 몰락은 필연적이었다. 친위쿠데타로 연명을 시도했지만 몰락을 더 앞당겼을 뿐이다.

 

미국 정치판 흐름과 닮은 패턴 보이는 한국 정치

1980년대 미국에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정권이 등장하면서 대선에서 연패하게 된 민주당은 1985년에 ‘민주당지도자회의’((Democratic Leadership Council, DLC)를 설립해, 전통적인 리버럴 정책을 버리고 시장경제를 중심에 둔 좀 더 중도적인 정책을 추구했다. 레이건 정권 타도를 위한 DLC의 민주당 혁신의 성과가 1992년 아칸소 주 지사 빌 클린턴의 백악관 탈환이었다. 그러나 클린턴의 성공에 안주한 민주당은 거기에 대항한 공화당의 뉴라이트적 혁신에 다시 패배하게 된다.

트럼프 1, 2기 정권의 등장은 민주당의 안주와 정권탈환을 노린 공화당 혁신 노력의 결과다. 지금 미국 민주당에서 변혁 추구 움직임은 맥을 추지 못하고 있으며, 거꾸로 전쟁 전의 뉴딜 연합 때부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노동자와 비백인 유권자들을 트럼프의 공화당에게 빼앗기고 있다.

한국 뉴라이트와 우익정권의 대두 및 몰락도 미국 정치판의 그런 성쇠 흐름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MAGA를 흉내낸 MKGA('Make Korea Great Again'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윤석열 전 대통령. 나무위키
MAGA를 흉내낸 MKGA('Make Korea Great Again'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윤석열 전 대통령. 나무위키

토머스 쿤 “장례식 한 번 할 때마다 진보한다”

캐스는 <과학혁명의 구조>를 쓴 토머스 쿤이 얘기한 “장례식 한 번 할 때마다 진보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안주는 죽음이요 개혁(혁신)이 살 길이라며, 과도기적 트럼프 이후의 혁신적 신세대가 차기 정권을 잡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은 지금 혁명 진행 중

캐스의 미국적 뉴라이트는 그런 함정을 피해 가기 위해 싱크 탱크 ‘아메리칸 컴퍼스’를 만들었고, 그 자신은 정권에 가담하지 않는 재야 이론가, 사상가로 ‘새로운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캐스를 트럼프 1기 정권(트럼프 1.0)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 ‘테크 우파’ 또는 테크노 리버테리언의 일론 머스크, 그리고 MAGA의 포퓰리즘만큼이나 중요한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는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사상사가인 아이다 히로쓰구는 그를 일본 메이지유신의 사상적 리더였던 후쿠자와 유키치 같은 인물로 평가했다. 아이다는 트럼프가 재집권한 것은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결과라며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일종의 혁명”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을 선도하고 있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캐스라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판도 그런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난 4월 1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실린 오런 캐스 인터뷰(그는 지난 3월 일본 국제교류기금 초청으로 처음 일본을 방문했다) 기사와, 거기에 붙인 아이다 히로쓰구(74)의 해설을 아래에 붙인다.

 

지난 3월 일본방문 당시의 오런 캐스. 4월 1일 아사히
지난 3월 일본방문 당시의 오런 캐스. 4월 1일 아사히

왜 관세 강화인가?
트럼프 정권 브레인이 말하는 ‘개혁 보수’의 진상

관세 강화로 돌진하는 미국 트럼프 정권. 그것을 건의한 정권 브레인의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미국 보수파 논객으로 경제전문가인 오런 캐스(Oren Cass)다. 정권 간부들과 일련의 정책에 영향을 끼치면서도 자신이 직접 정권에 참여하진 않고, 오히려 “중요한 것은 트럼프 이후”라고 얘기한다. 그 의미, 진짜 노림수는 무엇인가.

-잇따른 관세정책 등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생각이 아니고, 당신은 2017~21년의 트럼프 1기 정권(트럼프 1.0) 때부터 이런 정책을 짜고 진언했다는데.

“그렇다. 그것이 미국에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당시 미국경제는 전례없이 좋은 상황이라고 얘기했지만, 우리는 찬성할 수 없었다. 실제는 2001년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미국의 산업기반은 (중국의 수출 증대 등으로) 가속적으로 약체화해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그에 따라 우리 사회도 약체화했다. ‘절망사(絶望死)’라는 현상이 전형적이다. 특히 중년의 저학력 백인들 사이에 약물(마약)이나 알코올(술) 의존, 자살이 늘어 평균수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사태가 됐다. 글로벌화 속에서 미국은 젊은이들을 해외의 전쟁에 보내고, 실업과 절망을 수입했으며, 중요한 일(사업)들을 해외로 내보냈다. 1980년대 보수의 발상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이었으나 모두 그런 상황을 해결하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관세(정책을 도입했)다.”

"관세전쟁에 따른 혼란은 과도기적 현상일 뿐" 

-하지만 관세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나라들만이 아니라 미국인들도 물가 상승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것 아닌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여러 고통을 수반할지도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본다. 한마디로 관세라고 해도 각기 달리 생각해야 할 두 개의 측면이 있다. 하나는 교섭 수단으로서의, 또 하나는 경제정책으로서의 측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관세를 교섭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포기해 버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세는 경제정책으로서도 이치에 맞는 경우가 있다. 국내에서 뭔가를 제조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믿고 국내산업을 보호하려 한다면 (관세는)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다.”

-국토도 좁고, 자원 혜택도 받지 못한 일본과 같은 나라에게 자유무역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일본경제가 수출입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미국과 일본은 균형 있는 자유무역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미국 일본 사이에 통화와 무역, 산업정책 등을 둘러싼 교섭이 필요할 것이다.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기에는 내수가 부족하다는, 일본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미국 일본을 포함해서 자유무역이 성립되는 영역에 중국은 들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수의 상식으로는 자유무역을 원칙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선’이고, 중국의 WTO 가입은 보수도 (함께) 추진해서 실현됐다. 다만 미국에서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민주화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도 많았으나,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앞으로 가능성이 영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정책을 짤 때 중국의 민주화가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것임을 전제로 하는 것은 오산일 것이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각국이 자국이 우위인 산업에 집중해서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전체가 풍요를 향유할 수 있는 길 아닌가.

“교과서에서 배운 애덤 스미스도 데이비드 리카도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대국과의 자유무역에 대해 생각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중국과 자유무역을 하는 것은 공산주의의 우선순위나 정책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전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멋진 친구”라 불렀던 트럼프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을까.

“지금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스미스와 리카도는 최근의 미국처럼 물품을 사는 대신에 뭔가를 파는 것이 아니라,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빌리는 상태를 상정하진 않았던 게 아닐까. 우리는 생산보다 소비에 치우친 미국을 바꿔 가려고 한다. 그런 것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을 정리한 2018년의 당신 저작을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과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도 평가했다. 서평으로 칭찬한 프랑스 문화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를 최근에 인터뷰했다. 미국 사회와 경제의 현상 인식에 대해서는 당신과 매우 비슷한 생각이었으나, 미국의 국내산업 재생에 대해서는 ‘100년 단위의 세월을 노력해야 가능할 것’이라며 비관적이었다.

“정말인가? 토드 씨와 만난 적은 없지만, 프랑스어로 된 서평이 갑자기 나와 놀랐다.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산업재생에 100년이 걸린다는 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 25년 정도로 탈공업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같은 시간이 재생에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과정을 단축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 1980~90년대에 혼다나 도요타 자동차 등 일본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거액을 투자해서 단기간에 미국공장을 가동시킨 점을 생각해 보라.”

“1981년의 레이건 정권 탄생 때까지 일본 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은 제로였다. 처음엔 조립공장을 만들고, 결국 부품공장 등을 포함한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전체가 미국으로 옮겨 갔다. 지금은 도요타와 혼다가 미국에 거대한 연구시설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품질 저하나 가격 상승 없이 소비자에게 멋진 상품을 제공할 수 있고, 수십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앞으로 같은 일이 반도체에서도 더욱 빠른 속도로, 더 대규모로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의 자동화도 그것을 밀어주는 순풍이 될 것이다. 나는 AI(인공지능)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모든 기술 진보가 미국의 산업재생에 공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제철의 유에스 스틸(US Steel) 매수도 미국 산업재생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1980년대에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간 일본차 (대미)수출이 문제가 됐을 때 도요타가 켄터키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전통있는 포드를 매수해서 근대화하겠다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경제학자가 ‘투자라는 점에서는 같은 것이다. 뭘 그렇게 떠들어대나’라고 해도 심리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 틀림없이 사회적 반발을 샀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이후’

-한마디로 보수파라곤 해도 트럼프 정권에는 다양한 흐름이 집결해 있는 듯하다. 당신은 어떤 보수파인가.

“우리 그룹은 포퓰리즘적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의 일원도 아니고,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규제완화와 기술혁신에 관심이 높은 ‘테크노 리버테리언’(기술 자유지상주의)도 아니다. 물론 임신 중절 반대파나 종교 우파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 어느것과도 다른 ‘진정한 보수파’다. 보통의 가족이 자립해서 생활해 나갈 수 있는 능력,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저하돼 지역 커뮤니티(공동체)가 약해지고 있는 것을 무엇보다 문제시하는 보수파다.”

“아무리 주가가 높아지고 월가나 실리콘밸리가 번영해도 가족이나 커뮤니티가 약해져 버리면 의미가 없다. 레이건 정권 시절인 1980년대에 확립된(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이 선이었던) 보수운동은 동서냉전기에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다. 우리는 현대의 과제에 보수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다. 격차 확대, 노동자와 가족,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과제다. 시장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2020년대의 실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보수적인 아젠다(의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아직 보수파는 잡다한 모임으로, 빅뱅 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것이 큰 연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큰 연합이 형성될 때 그것이 매우 혼란스럽게 보일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건전한 프로세스의 일부라 믿고 있다. 나의 일은 보수적인 흐름을 통합하는 사상이나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는 공화당, 그리고 보수운동을 현대의 문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혁하고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싶다.”

-그것을 제2기 트럼프정권(트럼프 2.0)의 임기 4년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

“분명 충분하다고 할 순 없을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과도기이고 나는 트럼프 씨를 ‘과도기적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 그가 매우 잘 하고 있는 것은 이들 전혀 다른 그룹을 결집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전혀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이들의 대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일이다.”

“하지만 4년은 많은 대립을 해결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이후다. 이제부터 2028년을 향해 밴스 부통령이나 루비오 국무장관과 같은 인물이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는 세계를 상상해 보자. 다음 지도자들은 ‘이것이 새로운 보수 연합이고, 이것이 그 어젠다다’라고 얘기하기에 어울리는 존재가 될 것이다. 혼란스런 기간이 있지만, 사태가 해결되기 시작해 다음 리더가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그것을 전진시킬 시기가 올 것이다.”

“미국 대통령선거의 (당 후보자를 결정하는) 예비선거가 대단히 훌륭한 점 중의 하나는 그것이 해결책을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해결책을 내걸고 입후보해서 경쟁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시작됐다.”

-당신은 지금 41세로, 다음 대통령 후보들과 같은 세대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조금 위고, 밴스 부통령은 한 살 아래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 세대 이후는 냉전도 레이건 정권도, 역사책으로만 알고 있다. 이 세대가 직면해 온 큰 문제는 냉전이 아니라 중국의 WTO 기입에 따른 문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경제의 금융화와 금융위기, 빅테크 기업의 대두, 약물(마약)중독, 절망사, 팬데믹 등이다.”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일본에서도 읽히는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거기에 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나는 트럼프 정권의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대단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낙관하며, 트럼프 이후도 (보수정책의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트럼프 정권 4년간을 어떻게든 견뎌내면 된다는 발상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인가.

“다음 세대가 권력을 쥔 세대가 될 것이라는 것은 거의 자명한 이치다. 그것은 매우 건강하며, 경직된 상태를 타파하는 방법이다. 쿤이 즐겨 인용했듯이 좀 심한 어투이긴 하나 ‘장례식 한 번 할 때마다 진보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에서는 선거로 뽑힌 리더는 항상 조금 뒤처진 지표다. 과거 세대의 아이디어에 토대를 둔 경력과 실적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우 건강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캐리어 막바지에 다가가고 있고, 좀 더 현재적인 과제에 관심이나 유대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핵심부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가 중시하는 것이 주류가 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의 제2기 트럼프 정권에서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데.

“머스크는 보수적인 연합에서 가치 있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그의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이나 민간 섹터(부문)의 힘에 초점을 맞춘 자세는 공화당 지지자 일반이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인물이 정부기관을 효율화하고, 폐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

과거 모델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처음 일본에 와서 일본의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고 의견교환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트럼프 정권의 ‘쇼크 요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더 동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최근 방문한 캐나다도 그랬지만 특히 일본에서 낡은 패러다임이나 과거 모델에 대한 강한 고집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구사하면 어떻게든 예전 모델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서 국제교섭에 관여하는 사람들도 그들이 시도한 대화에서 미국 외의 세계에서는 사고의 변화가 너무 적고, 미국의 변화가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며, 왜 변화가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한 채 예전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선택지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 이미 예전 모델은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을 납득시키는 일이라면 그 방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경제정책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심리적인 문제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느낌인가.

“그렇다. 변화가 항구적이라고 믿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중한 접근을 하는 쪽이 신용도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강력하게 뒤흔드는 쪽이 신용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관세정책이 실시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변화하는 보수, 리버럴은?

아이다 히로쓰구

“사상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Ideas have consequences).” 미국 보수가 즐겨 사용하는 문구다. 보수 자체의 개혁을 지향하는 ‘개혁 보수(리포모콘)’로 불리는 오런 캐스 씨의 사상과 언론활동은 지난 1월에 시작된 2기 트럼프 정권의 탄생과 그 정책으로 열매를 맺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정치를 수십년, 또는 100년 단위로 역사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종래의 공화당이나 보수파는 감세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자유무역을 추진해 왔다. 그에 비해 주목을 끌고 있는 관세와 같은 보호주의적인 정책도 채용해 산업을 재생하고 백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받는 보수를 지향하는 것이 그의 주장의 특징이다. 1930년대의 뉴딜 연합에게 노동자나 진보적인 지식인만이 아니라 남부의 보수적인 백인도 참가한 것이 중요했던 것처럼, 강대한 정치적 연합은 늘 이질적인 이들을 포섭해 왔다.

지금의 트럼프 정권은 정치연합의 형성과정에 있고, 여러 가지 흐름이 병존하며 경합하고 있는 상태다. 제1기 트럼프정권에서 수석전략관을 지낸 스티브 배넌과 같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운동의 포퓰리즘적 흐름, 그리고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테크(기술) 우파’ 또는 ‘테크노 리버테리언’(기술 자유지상주의자)의 신장세는 일본에서도 보도돼 왔다.

이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MAGA’도 ‘테크노 리버테리언’도 아닌 ‘진정한 보수파’로 자임한 캐스 씨 등의 사상도 중요하다. 루비오 국무장관의 상원의원 시절에 제휴해서 싱크탱크를 설립했고, 많은 관계자들이 중요한 정권 요직에 진출했다. 한 살 차이로 40세인 밴스 부통령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사상과 정책 면에서 큰 연합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으며, 그 때문에 자신은 정권에 들어가지 않고 고향인 북동부 매사추세츠 주를 거점으로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내게는 정부에는 가담하지 않고 메이지 유신 뒤의 일본에 영향을 끼친 후쿠자와 유키치와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한편 민주당 쪽은 어떤가. 2016년의 대통령선거에서는 진보주의적인 정책을 내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약진했다. 공화당의 트럼프 등장과 마찬가지로 기성정당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불신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2020년에 당 주류파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후보로 세운 것과도 맞물려 본격적인 당 개혁에 손을 대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

일찍이 민주당은 레이건 (공화당)정권 탄생으로 1980년대에 대통령선거에서 연패하자 1985년에 민주당지도자회의(Democratic Leadership Council, DLC)를 설립하고, 레이건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전통적인 리버럴(자유주의적, 진보적) 정책을 버리고 좀 더 중도적으로 시장경제에 중심을 둔 정책을 모색했다. 아칸소 주 지사로 DLC에 참가했던 빌 클린턴이 1992년에 백악관을 탈환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내에서 큰 변혁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거꾸로 전쟁 전의 뉴딜 연합 때부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노동자와 비백인 등을 트럼프의 공화당에게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젠더나 다문화주의 등에는 열심이지만 격차확대에 대한 대응이나 노동자에 대한 배려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클린턴 시절에 기업 편향이 돼버린 민주당이 다시 한번 노동자들의 지지를 결집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트럼프는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다시 대통령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일종의 혁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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