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초호화 결혼식에 약 5600만 달러 지출
드러난 극단적 불평등, 억만장자의 도덕적 파탄
베이조스 친구 트럼프의 부자 감세와 복지 삭감
가자 200만 명에 한 달간 식량 지원 가능한 돈
착취와 약탈 위에 쌓아 올린 바벨탑 무너뜨려야
지난 6월 말에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결혼식은 억만장자의 막대한 부를 과시하는 화려한 이벤트였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부유한 인물(포브스 기준, 순자산 약 2440억 달러)인 베이조스는 3일간의 결혼식에 약 5600만 달러(약 760억 원)를 지출했다.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킴 카다시안 등 200여 명의 A급 셀러브리티를 초대한 이 행사는 베니스의 고급 호텔 5곳을 통째로 예약하고, 90대의 개인 제트기, 30대의 수상 택시, 500만 달러 규모의 슈퍼요트를 동원했다.
돌체앤가바나의 맞춤 웨딩드레스(25만~40만 달러), 미슐랭 3스타 셰프의 요리, 수백만 달러를 지급했을 축하 공연은 이 결혼식이 얼마나 사치와 돈 자랑으로 넘쳤는지 극명히 보여준다. 이 결혼식은 단순한 부와 사치의 과시를 넘어, 억만장자의 도덕적 파탄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베이조스의 결혼식 비용은 아마존 창고 노동자 1400명의 연간 임금(평균 4만 달러)에 해당했고, 미국 보통 시민들의 평균 결혼식 비용의 1700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이번 결혼식 비용은 베이조스의 순자산(2440억 달러)의 0.02%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에서 억만장자의 소비가 일반인의 경제적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상징하고 있다.
결혼식이 열린 장소는 이탈리아의 베니스였는데, 베이조스의 결혼식은 도시의 공공 공간을 사유화하며 주민의 이동과 생활을 제한하기도 했다. '여기는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No Space for Bezos)라는 항의 캠페인을 벌인 베니스 지역 주민들은 “베이조스가 베니스를 돈으로 샀다”라고 말하며, 억만장자의 결혼식이 지역사회를 상품화하고 공공성을 침해하는 구조를 고발했다.
베이조스의 결혼식 비용은 미국 공공복지 시스템의 열악한 현실과도 극명히 대조된다. 현재, 미국의 의료복지인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는 자금 부족으로 2034년까지 수천만 명이 보험을 잃을 위험에 있다. 베이조스의 결혼식 비용이면 시애틀 공립학교에서 4만 9000명의 학생들에게 1년 동안 무료급식 제공이 가능하고, 미국에서 800만 가구의 집 없는 노숙자들에게 영구적 주거 전환 비용을 제공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트럼프 정부는 부자 감세와 서민 복지 삭감을 담은 ‘하나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을 통과시켰다. 이제 메디케이드 등 미국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는 더욱 삭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조스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기에, 억만장자의 사치의 반대편에서 공공복지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베이조스의 결혼식 비용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굶주리는 200만 명에게 한 달간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통한 기술 지원과 이스라엘 정부 및 군과의 계약으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도와 온 대표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비교가 나오는 것이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즈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관여한 대표적 기업으로 아마존을 포함시켰다. 가자에서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로 이미 7만여 명에 가까운 시민이 살해당했고(일부 전문가들은 10만 명으로 추정), 지금도 전쟁 무기로 사용하는 식량 봉쇄 때문에 심각한 기아와 영양실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것을 도와 온 베이조스의 돈 잔치는 굶주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그동안 베이조스는 자신이 ‘베이조스 지구 기금’(100억 달러)과 ‘데이 원 펀드’(20억 달러)를 통해서 환경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의 화려한 결혼식과 돈 잔치로 그것이 얼마나 위선적인 이미지 세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밝혀졌다.
미국 민주당의 내부 경선에서 뉴욕시장 후보가 된 '민주적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억만장자가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토록 불평등이 심각한데 … 우리 도시와 우리 주와 우리나라에 걸쳐 더욱 필요한 것은 평등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맘다니는 부유세와 재분배 정책을 통해 억만장자의 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억만장자의 재산은 노동 착취와 공공 자원의 약탈을 통해 형성되며, 이들의 존재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 베이조스의 결혼식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노동 착취, 공공복지 위기, 가자지구의 비극을 외면하는 위에서 쌓아 올린 바벨탑이다. 극단적인 부의 불평등과 억만장자가 없는 정의로운 세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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