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공산주의자 미치광이'라고 매도한 트럼프
거대언론, 여론조사, 거물 경쟁자 꺾고 승리 이변
주거 위기, 불평등, 민주당 기득권 파고들어 승리
노동자, 소수자, 이민자, 청년층의 목소리를 대변
트럼프의 반이민과 친이스라엘 정책을 강력 비판
미국 민주당은 어디로? - 더 뜨거운 논쟁의 예고
“드디어 일이 터졌다. 민주당이 선을 넘었다. 100% 공산주의자 미치광이 조란 맘다니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했고, 시장이 될 길을 가고 있다. 지금까지 급진 좌파들이 있었지만, 이건 좀 터무니없다. 그는 끔찍하게 생겼고, 목소리는 거슬리며, 별로 똑똑하지도 않다. … 그래, 이건 우리 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다!”(도널드 트럼프의 '트루스소셜'에서)
트럼프가 악마화하던 모든 요소(무슬림, 이민자, 사회주의자,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를 가진 사람이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가 됐다. 2025년 6월 24일, 뉴욕시 민주당 시장 예비선거에서 33세의 무슬림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Zohran Kwame Mamdani)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던 수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적대적인 언론의 부정적 보도와 패배를 예측하던 여론조사 결과들, 민주당 주류와 억만장자들의 후원을 받는 전직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같은 쟁쟁한 거물 경쟁자들을 제치고 승리했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 선거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미국 민주당의 미래와 '민주적 사회주의' 운동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맘다니는 이민자 출신이자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로서, 뉴욕시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 될 가능성을 열었다. 그의 승리는 경제적 불평등, 주거 위기, 그리고 기존의 민주당 주류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며, 평범한 노동자들과 소수자 중심의 새로운 정치적 연합을 구축했다. 그는 이스라엘 집단학살도 강력 비판해왔다. 트럼프 시대에 이것은 중요한 승리이다!
맘다니는 우간다 출신의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퀸스에서 성장해 뉴욕주 하원의원을 지냈다. 뉴욕시 '민주적 사회주의자'(New York City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NYC-DSA)의 일원으로, 2020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이것은 2018년에 또 다른 민주적 사회주의자이며 서비스 노동자 출신의 청년 여성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의 선거 승리 이후 급성장한 지역 좌파 운동의 성과였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경제적 정의, 주거 권리, 이민자 보호 등 노동자 중심의 진보적 의제에 집중되어 있었다. 맘다니는 이번 선거 캠페인 초기에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후보로 시작했지만, 그의 명확한 경제적 메시지와 대중 친화적 태도는 빠르게 지지층을 확대했다. 그는 뉴욕의 높은 생계비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
“뉴욕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밤낮없이 일하는 뉴욕의 노동자들을 위한 시장이 필요하다”라며,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의 캠페인은 전통적인 민주당 기득권층과 연결돼 있는 부동산 및 금융 대자본가의 영향력을 거부하고 노동자, 소수자, 이민자, 청년층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는 뉴욕의 심각한 주거비와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임대료 동결, 무료 버스 서비스, 공공 소유의 식료품점 도입, 공공주택 확대, 무상보육, 시간당 최저임금 30달러 등을 공약했고, 이것은 슈퍼 부자와 대자본가들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와 법인세 인상을 통해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으로 뒷받침되었다.
맘다니의 캠페인은 또한 뉴미디어와 SNS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소셜 미디어 전략은 '민주적 사회주의자' 대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AOC의 성공적인 캠페인에서 이미 그 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맘다니는 X(구 트위터) 플랫폼에서 270만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을 포함해, 젊은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갔다.
'데이터 포 프로그레스'(Data for Progress) 여론조사에서 맘다니는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61%의 지지를 얻었다. 물론 단지 온라인 캠페인이 다가 아니었다. 맘다니의 캠페인은 3만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45만 번의 호별 방문(미국에서는 집집마다 방문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전통이 있다), 14만 통의 전화로 이루어진 대규모 현장 조직화로도 유명했다.
이것은 뉴욕시 시장 선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원봉사 캠페인이었다. 더구나 그의 캠페인은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의 후원에 의존하던 민주당의 기존 거물 정치인들과 달리, 2만여 명에게 8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으며 소액 기부자들에 의존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맘다니를 꺾고 당연히 시장 후보가 될 것으로 여겨진 것은 전직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였다.
쿠오모는 2021년 성추행 스캔들로 주지사직에서 사임했지만, 2500만 달러 규모의 거대한 정치자금을 모으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같은 유명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맘다니는 쿠오모의 과거 스캔들뿐 아니라 '그는 트럼프와 맞서 싸우기보다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비판하며 차별성을 내세웠다.
그래서 맘다니는 1차 투표에서 벌써 43.5%를 얻어 쿠오모의 36.3%를 앞서며 빠르게 승리를 확정 지었다. 쿠오모의 패배는 트럼프 시대에 미국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민주당 주류와 같은 온건하고 타협적인 '구시대 정치' 노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존엄한 삶은 소수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된다"라며 자신을 '99%를 위한' 시장으로 내세웠다.
무엇보다 맘다니는 흑인, 아랍계, 아시아계, 라틴계 유권자들을 포괄하는 다인종 유권자 연합을 구축했다. 이것은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정책과 이민자 폭력 단속과 추방에 맞서는 격렬한 저항과 거리의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했다. 또한 그는 팔레스타인 연대의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왔고,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이후에 5일간 단식을 하며 그것에 반대했고, '내가 시장이 되면 네타냐후가 뉴욕을 방문할 때 체포하겠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현재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전쟁범죄자로 기소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와 공화당으로부터 “반유대주의”라는 비판을 받았고 '하마스 지지자'라는 공격과 마녀사냥을 당했지만 “이스라엘 비판이 반유대주의와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이런 입장은 트럼프 정부의 이스라엘 집단학살 지원에 반대하는 미국 시민들의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운동에 더 도움이 됐다.
맘다니의 승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와 해리스의 패배 이후에 민주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에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는 “민주당은 노동계급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며, 기득권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캠페인은 버니 샌더스와 AOC에 이어서 '민주적 사회주의'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와 하층민들의 경제적 불만을 자극하며 '민주당은 워싱턴의 엘리트와 월스트리트만을 대변한다'라면서 인종주의적 선동과 결합한 '우익 포퓰리즘'을 이용해서 권력을 잡은 측면이 있다. 반면 맘다니와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은 그 정반대 편에서 '좌파적 포퓰리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적 불만을 인종주의적 갈라치기로 돌리는 게 아니라, '1% 대 99%'의 문제로 접근해 적극적인 사회복지와 재분배 정책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이 다가오는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해리스의 노선을 고수할 것인지, 새로운 더 급진적인 방향 전환을 할 것인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맘다니는 아직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것이고, 올해 연말 뉴욕 시장 선거 본선에서의 승리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이기는 하지만, 본선에서는 현직 시장 에릭 애덤스(Eric Adams)와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Curtis Sliwa), 그리고 이번에 맘다니에게 패배한 쿠오모가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만만찮은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뉴욕시장의 등장 가능성을 앞두고 충격과 공황에 빠진 월스트리트'와 민주당 주류 기득권층, 심지어 트럼프와 공화당까지도 모두 손을 잡고 맘다니를 좌절시키기 위한 동맹을 결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이슬람포비아까지 이용해서 맘다니를 악마화하는 마녀사냥의 시도는 거대언론과 민주당 일부와 공화당을 비롯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맘다니가 자신들의 밥줄을 건드릴 것으로 생각하는 부동산과 금융 대자본가들은 여기에 기꺼이 막대한 자금을 후원할 준비가 돼 있다. 맘다니도 “억만장자와 기득권층이 나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구나 본선은 단지 민주당 지지자만이 아니라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실용주의적 타협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맘다니는 이미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경찰 예산 삭감' 같은 구호는 더 이상 제시하지 않았고, 중도파와 동맹도 맺었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눈여겨보게 되는 지점들이다. 한국에서도 윤석열과 극우 세력을 극복하는 과정은 이낙연 지도부 같은 민주당 구주류에 의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재명과 민주당 신주류도 넘어서는 더 진보적인 정치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조란의 승리는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주류가 아니라 좌파적 비주류가 진정으로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런 대안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경로가 어느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쿠오모를 패배시키기 위해서는 진보-좌파 연대가 필요했다. 조란은 좌파 진영에서 널리 퍼진 경향인 자유주의자와 자유주의를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경쟁자로만 보는 태도를 현명하게 거부했다. 좌파는 혼자서 낡은 기득권 체제를 이길 수 없다. 더구나 우파를 극복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상호성은 양방향이다: 우리가 앞서갈 때만 자유주의자와 동맹을 맺을 수는 없다."(에릭 블랑, '민주적 사회주의' 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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