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일 관세압박 방위분담,자동차,무역적자에 초점

트럼프 대일 압박전략,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

일본의 주일 미군 주둔경비 분담 연 2조 1천억 원

1조5천억 원 규모 한국이 인구 GDP 대비 더 높아

1978년부터 시작한 일본의 주일 미군 ‘배려 예산’

일본의 ‘배려 예산’ 복사판인 한국 방위비분담금

지난 1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관세협상을 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마이니치신문  4월 18일
지난 1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관세협상을 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마이니치신문  4월 18일

“미국은 일본을 지키기 위해 몇 천억 달러를 지불한다. 전액 미국이 부담한다. 일본은 아무것도(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백악관 국무회의 때 기자들을 앞에 두고 한 말이다.

그에 앞서 지난 2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발동방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콕 집어서 “한국은 (수입 쌀에 대해) 50%에서 513%까지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고 자동차에 대해서도 “한국이 세운 무역장벽 때문에 한국에선 81%가 한국산”이라고 주장했다. 그 전에 그는 주한 미군 주둔 관련경비 중 한국의 부담분(이른바 ‘방위비분담금’)에 대해서도 한국 역시 ‘한 푼도 내지 않는’ 일본만큼이나 인색하다고 얘기해 왔다.

트럼프의 이런 주장은 사실무근이거나 부분적 사실을 전체인 양 부풀리거나 왜곡한 것이다. 한마디로 거짓말과 협박에 가깝다.

미 대일 요구 3대 요소=방위분담, 자동차, 무역적자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간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회담한 뒤 큰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17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특히 다음 3가지를 일본에 중점적으로 요구했다.

1. 주일 미군 주둔경비 부담을 늘려라.
2.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내 판매를 늘려라.
3.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미국의 적자)를 줄여라.

트럼프는 주일 미군 주둔경비와 관련해, 일본의 부담분이 부족하다고 했다. 일본이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기자들 앞에서 한 얘기보다는 조금 톤을 낮췄지만, 결국 방위비분담금을 더 많이 내라는 얘기다.

 

16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트 트럼프 등 미국 정부 관리들과 관세협상을 벌였던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18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2025.4.18. 로이터 연합뉴스
16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트 트럼프 등 미국 정부 관리들과 관세협상을 벌였던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18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2025.4.18.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의 주일 미군 주둔경비 분담 연 2조 1천억 원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이 실제로 내고 있는 주일 미군 주둔경비 연간 부담금은 약 2110억 엔(약 2조 1천억 원)이나 된다. 5년 단위로 협상하고 있는 주일 미군 주둔경비의 일본쪽 부담분이 2022~2026년간 연평균 약 2110억 엔이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주일 미군 주둔경비 중 일본쪽 부담분의 1978~2024년 간 총액은 약 8조 4961억 엔(약 84조 2천억 원)이다.

일본쪽 부담분은 주로 주일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일본인 노동자(직원)들 노무비(임금 등)과 시설에 필요한 전기 난방 등의 광열비, 수도 요금, 미군의 훈련 이전경비 등이다.

1978년부터 시작한 일본의 주일 미군 ‘배려 예산’

일본이 주일 주둔경비 분담금을 낸 것은 1978년부터다. 그 전까지는 그런 형식으로 돈을 내지 않았으나, 그 해에 당시 자민당 실세 가네마루 신 방위청장관(당시. 2007년에 방위성으로 승격되고 장관도 대신으로 격상됐다)이 원래 없던 주둔경비 분담금을 내기로 결정했고, 그 돈에 ‘배려 예산’(思いやり予算)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말하자면 낼 의무가 있어서 내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미국 처지를 생각해서 베풀어 주는 돈이란 의미다. 당시 일본은 세계경제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미국은 닉슨 독트린(닉슨 쇼크)에서도 보듯 ‘달러 일극강’의 지위가 흔들리고 경제적 곤경에 처해 있었다. 일본 보수우파 지배세력으로서는 돈을 좀 내더라도 주일 미군을 붙잡아 두는 것이 자국에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일본 재무장과 미일 군 통합지휘체제 구축

2027년 3월까지는 그 이후 5년의 분담금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다. 아베 신조와 기시다 후미오 정부 때 일본은 방위비(국방비)를 기존 GDP(국내총생산)의 1% 이내 상한을 2%로 올리고, 2027년까지 5년 간 43조 엔(약 426조 원)을 추가로 방위비에 보태기로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일본과 미국은 자위대에 통합작전사령부를, 주일 미군엔 통합군사령부를 각각 신설해 양국 군대의 통합지휘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일본 재무장 및 미일 군사동맹체제 강화 움직임과 연동돼 있다..

트럼프는 이 방위비를 GDP의 3%, 나아가 5%까지 올리라고 유럽과 일본 동맹국들에 요구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일본은 트럼프의 주장대로 주일 미군 주둔경비를 전혀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돈을 내고 있다. 미국은 그것을 좀 더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주일 미군 ‘배려 예산’ 복사판인 한국 방위비분담금

한국의 주한 미군 ‘방위비분담금’이라는 것도 일본의 ‘배려 예산’과 비슷한 것으로, 그 복사판이다. 내야 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었으나, 낼 수밖에 없게 되면서 그 근거를 적당히 만들었다. 한국이 분담금을 내기 시작한 것은 일본보다 한참 늦은 1991년부터다.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이 이 분담금을 내야 할 법적 근거는 없다. 주일미군의 지위는 1966년에 체결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규정돼 있다. SOFA 5조에 명시돼 있는 주한 미군 경비 부담원칙은 “한국이 주한미군에 시설과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운영 유지비 모두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은 땅과 시설만 제공하고 나머지 모든 주한 미군 유지 경비는 비국이 책임지게 돼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의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미국의 형편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점, 당시 소련 붕괴 등 사회주의권 몰락과 함께 동서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해외 주둔 미국 군사시설의 철수, 축소가 거론되면서 주한 미군 철수론이 다시 등장한 점 등을 배경으로 한국 보수 지배세력은 주한 미군을 붙들어 두려 했고, 그래서 1991년에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라는 것을 체결했다. ‘특별’협정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유)은 소파 5조의 주한 미군 운영경비 규정, 특히 미군이 비용 일체를 부담한다는 원칙을 이 협정 유효기간 중에만 잠시 중단시키는 특별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덧 일상이 되고 당연한 것처럼 돼버렸다.

주한 미군의 주둔 성격이 종래의 북한 억지 내지 북의 침공 저지가 주목적이었던 데서, 주적이 중국으로 바뀐 듯한 지금 상황에서 주일, 주한 미군의 역할은 한국 일본 방위만이 아니라 대중국 견제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른바 ‘유연성’ 강화다. 따라서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이 트럼프가 주장하듯 오로지 한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보면서 자국 돈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과 일본이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주한 주일 미군은 종국적으로 미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1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가 계류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주한미군 등 해외미군 감축 문제가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무역 협상과 패키지로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2025.4.10.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가 계류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주한미군 등 해외미군 감축 문제가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무역 협상과 패키지로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2025.4.10. 연합뉴스

인구, GDP 규모 대비 한국 분담금이 일본보다 많아

2025년 올해 주한 미군 경비의 한국 부담분(방위부담금)은 1조 4028억 원이다. 지난해엔 1조 3463억 원이었고, 내년 2026년에는 올해보다 8.3% 더 늘어난 1조 5192억 원이 된다. 이처럼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매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만큼 인상된다.

이는 일본의 2022~26년 5년간 연평균 2110억 엔(약 2조 1천억 원)보다 절대액은 적지만, 인구나 국가GDP 규모로 보면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일본 수입쌀 700% 관세 주장의 허구

트럼프는 일본의 쌀 관세에 대해 “일본에서는 우리의 벗(일본)이 (미국산 쌀에) 700% 관세를 붙이고 있으나, 그것은 우리에게 쌀이나 기타 물품을 (일본에) 팔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정부는 주식인 쌀이나 농업(농가)을 지키기 위해 쌀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1995년에 방침을 바꿨다. 관세 없이 쌀을 수입할 수 있는 최저선(미니멈 액세스, MA)을 설정해, 지금은 연간 약 77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산 쌀이 그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 상한선을 넘어서는 수입쌀에 대해서는 가격과 상관없이 1킬로그램당 341엔(약 3376원)의 관세를 붙이는데, 2024년 회계연도(올해 3월말까지)의 경우 MA 상한을 넘은 쌀 수입량이 올해 1월 말 현재 991톤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가 일본의 쌀 관세가 700%대라고 한 발언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2000년대에 세계무역기구(WTO)와의 교섭에서 쌀의 국제적인 평균가격을 1킬로그램당 약 44엔(약 436원)으로 보고, ‘참고가격’으로 778%라는 높은 관세율을 제시한 적이 있다. 이렇게 높은 참고가격을 설정해 놓으면 그 뒤의 실제 협상과정에서 관세율을 낮춰가더라도 일정한 세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그렇게 설정한 것이다. 쌀 수입량을 억제하기 위해 그런 고율의 참고가격을 제시했으나, 지금은 이 수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일본을 압박할 때 그 수치를 곧잘 입에 올린다.

일본 농수산 분야 관료를 지낸 국제무역 협상 전문가 사쿠야마 다쿠미 메이지대학 교수에게 일본의 수입 쌀 관세율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결과 최근의 미국산 수입 쌀 중에서 중간 크기 쌀알 종의 2023년도 가격은 1킬로그램당 약 150엔(약 1485원)으로, 관세율로 환산하면 227% 정도였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700%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 저율관세할당량에 5%, 그것 넘으면 513%

한국이 수입 쌀에 대해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발언은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한국은 미국산 쌀 수입 때 5%의 관세를 붙이고 있다. 매년 의무적으로 미국에서 구입해야 하는 13만 2304톤의 저율관세할당량(TRQ)에 대해서 그렇게 한다. TRQ를 넘는 미국산 수입 쌀에 대해서는 513%의 관세를 붙이는데, 사실상 적용대상이 될 수입 물량이 거의 없다. 지난해 미국산 쌀 수입액은 2억 1024달러(약 3063억 원)로, 전체 수입액(721억 3231만 달러. 약 102조 2400만 원)의 0.3%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이 이런 미미한 규모의 거래에 적용되는 특별한 관세율을 끄집어내 공표하는 것은 협상(딜)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려는 전술 내지 기술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산 자동차 수출 부진은 가성비 등 자체 문제 탓

자동차의 경우도 트럼프는 미국산을 왜 많이 수입하지 않느냐고 호통치고 있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미국차의 덩치가 대체로 커서 좁은 길, 협소한 주차장이 많은 일본에 불리하고 기름값도 많이 드는데다 운전석도 왼쪽에 있어서 영국과 함께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같은 수입차라도 독일제 자동차들은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산 자동차를 차별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의 경우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에서 운행되는 자동차의 81%가 한국산이라며 미국산을 차별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산 차들은 가성비 측면에서 불리하고, 독일차 일본차에 비해서도 인기가 없다.

트럼프의 대일 압박전략, 한국에도 적용될 것

그럼에도 <아사히>가 보도한 트럼프의 대일본 관세 인하 압박전략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즉 1. 주한 미군 주둔경비 부담을 늘려라, 2.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내 판매를 늘려라, 3.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미국의 적자)를 줄여라.

트럼프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호관세 부작용을 조기 진압하기 위해 만만한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우선적 협상대상국으로 삼아 조기에 성과를 낸 뒤 이를 모범적인 선례로 내세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한국 일본 관리들을 워싱턴에 불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아카자와 일본 경제재생상과의 미국 쪽 회담상대는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정도였을 텐데, 그 자리에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참석했다. 예방 차원이 아니라 회담 예정시간을 수십 분이나 늘려가며 트럼프 자신이 실무적 ‘딜’에 가담했다. 그만큼 트럼프 정권이 관세와 관련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미국민들에게 빨리 그 성과를 제시하려 애를 쓰고 있고, 그런 목적에 적합한 쉬운 상대로 한국과 일본을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고른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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