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0%→25%…총수출 절반이 고관세 타격
가격 수천 달러 올라 미국 소비자도 부담 커져
미국 관련기업도 매출·이익 감소하며 고전할 듯
EU 등 보복관세도 불사…무역전쟁 확대
대외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 충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이 수입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다음 달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완성차뿐 아니라 핵심부품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트럼프 관세 폭탄에 한미 FTA 무력화
한국은 멕시코, 일본과 함께 대미 자동차 수출국 최상위권에 속한 국가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은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자동차 관세 부과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수출이 큰 폭으로 줄 게 뻔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밝히겠다고도 했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부과되면 우리 경제가 얼마나 타격받을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관세 정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우리 수출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 차원의 기민한 대미 협상이 시급하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가 길어지면서 기업들은 각자도생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는 여러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받지 않으면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트럼프 핵폭탄급 자동차 관세 행정명령 서명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서명한 자동차 관세의 근거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산업을 위협하거나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에도 자동차 관세 카드를 쓰려고 했다. 하지만 교역국들의 반발이 큰 데다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실행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6년 만에 수입 자동차와 핵심부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이날 백악관이 내놓은 설명자료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1985년에는 미국인이 소유한 미국 내 시설에서 제조한 자동차가 1100만 대로 전체 국내 생산 차량의 97%를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에 미국인들은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 경트럭 약 1600만 대를 샀는데, 그 중 절반인 800만 대가 수입품이었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자동차 분야를 보호하고 강화할 것이다.”
미국 내 차량 가격 대당 수천 달러 오를 수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세수 확보와 감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 전문가는 관세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자동차같이 전후방 파급력이 큰 산업일수록 더 그렇다.
업계에서는 25% 관세가 붙으면 미국 내 자동차 판매 가격이 대당 수천 달러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안에서 생산된 자동차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한 나라 안에서 모든 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도 상당량의 핵심부품을 수입해야 한다.
여기에 25%의 관세가 붙으면 자동차 생산단가가 크게 올라간다. 이 정도 비용은 업체가 떠안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 상무부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외국산 승용차와 경량 트럭은 전체 차량 판매량의 절반인 약 800만 대에 달했다. 액수로는 2435억 달러다. 자동차 관세 파장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관세 강행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주는 게 시장 원리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판매 부진으로 매출과 이익 감소 등 경영난을 겪을 확률이 높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와 핵심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증시에서 자동차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트럼프 관세 폭탄은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며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는데 무차별적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를 동결하거나 최악의 경우 올려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과도한 관세 부과는 매우 위험한 경제 정책이다.
미국 안에서도 비판받는 트럼프 관세 정책
관세로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029년까지 매년 0.2%포인트씩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도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했고,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내렸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의 보복관세도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로 무역전쟁의 전선을 확대하면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다. 무역전쟁으로 교역량이 급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안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폭주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출신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과 일본, 멕시코, 캐나다, 유럽 등 우리의 가까운 무역 상대국 다수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동차 관세는 무역협정으로 미국의 약속이 갖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게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수출 감소 전망에 한국 기업들 신용등급 하락
국가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도 이런 국가 중 하나다. 당장 자동차 관세로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 8900만 달러였는데 이중 대미 수출액이 347억 4400만 달러로 약 49%에 달했다. 미국은 한미 FTA에 따라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2016년부터 무관세를 적용해왔다. 그런데 앞으로 2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27일 ‘한국: 무역 긴장에 직면한 수출 중심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난해 기준 7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의 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P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한국 기업 중에 13%가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고 긍정적 전망을 받는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발 무역전쟁으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짙게 낀 상황에서 내수 경기를 살리는 일이 더 급해졌다. 하루빨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집행도 서둘러야 한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가라앉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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