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6년 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세계국채지수 편입 시기 내년 4월로 연기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트럼프 관세전쟁 탓

내수·수출 모두 사면초가…성장 동력 잃어

ABD 올해 성장률 4개월 만에 2.0%→1.5%

JP모건도 일주일 만에 0.2%p 낮춰 0.7%로

미국과 중국이 핵폭탄급 관세를 주고받으면서 한국 경제가 유탄을 맞고 있다. 두 나라의 갈등이 격화할수록 한국 수출이 쪼그라들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국가에 부과하는 10%의 관세만으로도 한국이 받게 될 충격은 엄청나다.

여기에 더해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제2의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덮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가 하면 올해 4월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주요 기관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수정치가 나올 때마다 뚝뚝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와 함께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2025.4.9.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1484.1원…금융위기 이후 최고

우리 경제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외환시장이다. 윤석열 파면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지만 원화 가격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통화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 체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원화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것은 한국 경제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 중 한때 1490원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이날 환율은 오후 들어 달러당 1480원 대로 오른 뒤 등락을 거듭하다가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는 전장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2일(달러당 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다.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트럼프 발 관세전쟁이 격화하면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원/달러 환율 추이. 연합뉴스

이날 국내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40.53포인트(1.74%) 내린 2293.7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종가가 2300선 밑으로 하락한 건 지난 2023년 10월 31일(2293.61) 이후 1년 5개월여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06포인트(2.29%) 내린 643.39로 거래를 마감했다. 작년 12월 9일(627.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올해 11월→내년 4월로 연기

이날 원화 가격이 급락하고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한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9일부터 중국에 100%가 넘는 누적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34%의 상호관세에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은 추가로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원화는 위안화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 11월 예정돼 있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내년 4월로 미뤄졌다는 소식도 원화 가치 하락을 촉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은 선진국 투자금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고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원화 수요를 늘려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지수 편입 시기가 뒤로 밀리면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지수 편입이 확정됐을 당시 최소 560억 달러의 자금이 국내 국채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연기. 연합뉴스
세계국채지수 편입 연기. 연합뉴스

정부는 편입 시기가 늦어진 것에 대해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일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치 상황이나 트럼프 발 관세전쟁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파면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한국 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급격히 나빠진 것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편입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ADB, 4개월 만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 0.5p 낮춰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9일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작년 12월 발표했던 수치보다 0.5%포인트 내린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전망치다. 향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더 떨어질 수 있는 뜻이다.

ADB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3%로 예상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0.3%포인트 낮춘 2.0%를 제시했다. ADB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등으로 민간 소비가 약화한 데다 건설 부문의 극심한 부진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내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발 관세전쟁으로 수출까지 부진하면 한국 경제는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주요 기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연합뉴스
주요 기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연합뉴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우리 경제를 보는 시선은 더 싸늘하다. JP모건은 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일주일 만에 0.2p 내린 것이다. JP모건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예상보다 높고 미국 경기 침체 등 대외 악재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JP모건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남은 기간 한국의 실질 수출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정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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