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로만 60조 벌어…비이자 수익의 10배

기준금리 인하에 예금이자는 재빨리 내리고

정부 가계빚 억제 정책에 대출금리 그대로

시중은행 예대 금리차 2년 반만에 최대 폭

서울시 규제 완화 헛발질에 가계대출 급증

어려운 경제 상황 탓에 기업과 가계, 소상공인들은 빚더미에 올라 이자를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가 오르며 이자 부담이 확 늘었다. 경기 침체가 길게 이어지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도 실적 악화로 보릿고개를 넘는 중이다.

이처럼 모두가 힘든데 속으로 웃은 곳이 있다. 은행들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는 전광석화처럼 대출금리를 올리고, 기준금리가 하락해도 대출금리는 거의 내리지 않고 예금금리부터 인하한 결과다. 올해 들어서도 은행들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는 벌어지고 있고, 이자 수익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주요 은행 ATM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요 은행 ATM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은행 당기순이익 22.4조로 역대 최대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2024년 국내은행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이자 이익이 전년보다 2000억 원가량 늘면서 60조 원에 육박했다. 비이자 수익은 6조 원에 불과했다. 이자 이익이 다른 모든 것을 합쳐 번 수익의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자 수익이 늘어난 덕에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2조 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 2000억 원(5.5%) 증가했다.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비용 1조 4000억 원을 포함한 영업외손실이 컸는데도 순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이자 이익만 59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비용 측면에서는 지난해 국내은행의 판매비·관리비는 27조 4000억 원으로 전년(26조5천억원) 대비 9000억 원(3.2%) 늘었다. 대손비용은 전년(10조 원) 대비 3조 1000억 원(30.9%) 감소한 6조 9000억 원에 그쳤다. 금감원은 지난 2023년 대손충당금 산정방식 개선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던 것에 따른 기저 효과라고 설명했다.

 

국내은행 영업 실적 추이. 연합뉴스
국내은행 영업 실적 추이. 연합뉴스
자료 : 금융감독원. 국내은행 수익구조
자료 : 금융감독원. 국내은행 수익구조

정부 가계대출 옥죄며 예대금리차 더 벌어져

은행들의 이자 수익 증가는 최근 6개월 간 급격히 벌어진 예금과 대출 금리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를 인용해 연합뉴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지난 1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29~1.46%포인트였다. 이는 2년 반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진 수준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은행들이 기준금리·시장금리 인하분을 대출금리보다 예금 금리에 더 빨리, 큰 폭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못한 건 정부 책임도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자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대출을 묶어두는 방법은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시중금리도 하락했으나 가계대출 금리만 내려가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1.46%포인트로 가장 컸고, 신한(1.42%포인트), 하나(1.37%포인트), 우리(1.34%포인트), KB국민(1.29%포인트)이 뒤를 이었다. 전체 19개 은행 중에서는 전북은행의 1월 예대금리차가 5.33%포인트로 가장 컸다. 한국씨티은행(2.61%포인트), 토스뱅크(2.43%포인트), 광주은행(2.08%포인트), BNK부산은행(1.98%포인트)도 예대금리차가 큰 편이었다.

 

5대 은행 예대금리차 현황. 연합뉴스
5대 은행 예대금리차 현황. 연합뉴스

소상공인 평균 부채액 2억…가계부채도 급증

은행들은 이자 수익으로 배를 불이고 있으나 가계와 기업, 소상공인들은 최근 몇 년 간 쌓인 빚을 갚느라 허덕거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그러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졌고 가계대출도 늘었다. 집값이 오를까 걱정돼 은행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1월보다 5조 원가량 늘었다. 저금리로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2021년 2월(9조 7000억 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소상공인 부채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기업체 평균 부채액은 2년 전에 이미 평균 1억 9500만 원으로 2억 원에 육박했다. 소상공인 기업체 596만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소상공인들은 부채 규모에 비해 매출과 수익은 매우 적은 편이다. 기업체당 연평균 매출액은 1억 9900만 원, 영업이익은 2500만 원에 불과했다. 내수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어 2024년에는 빚이 더 늘었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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