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처럼 국제 신용평가사들 사냥감 될 텐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기법을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라고 한다.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빚을 얻어서 기업을 인수한 후,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서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2015년 MBK파트너스는 3조 2000억 원의 자금을 조성해서 차입금 2조 7000억 원과 함께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LBO는 저금리를 이용하는 위험한 금융 기법
인수 당시에도 테스코가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철수했기에,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당시 홈플러스는 많은 이익을 내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었고, 전국에 점포를 소유하고 있어서 부동산 자산 가치도 높았다. 저금리 시대에 금융비용이 적었기에, 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의 출자를 받아 투자를 감행했다.
홈플러스는 핵심 점포 부지를 매각하고 재임대를 하는 방식으로 빚을 갚아 나갔다. 예상했던 대로 임대료와 금융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매출은 늘지 않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쿠팡이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해 들어가면서, 대형마트의 경쟁이 심화되던 시기였지만, 홈플러스는 추가 투자를 할 수 없었기에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홈플러스의 당기순이익은 점차 줄어들어 최근에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사모펀드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 후 다시 기업을 재매각하는 방식에 전문화된 기업사냥꾼이다. 온라인 쇼핑의 확대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자 홈플러스는 이중 삼중의 타격을 입게 되었다. 추가 투자 없이는 개선이 힘든 시기에 MBK는 재매각을 위한 기회만 바라보고 있었다.
금리 인상과 동시에 폭탄으로 돌변하는 LBO 기법
2024년 2월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무려 3200%로 뛰어올랐다. 11월에는 1400%로 줄어들었지만, 서둘러 부채로 계상되어 있는 1.1조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전환하는 편법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외형적인 숫자는 개선되겠지만, 실질적인 재무 상황이 개선되리라고 판단하지 않은 신용평가사는 2월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추었다.
놀랍게도 신용등급 하락 발표가 있고 바로 다음 거래일인 3월 4일에 홈플러스는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피인수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리에 전문적인 사모펀드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MBK파트너스는 네파와 홈플러스 등 기업을 손실 처리하더라도 이미 다른 인수기업을 매각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손절을 위해 법원에 뒤처리를 맡긴 것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부채비율을 높이고 자산 매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LBO 기법은 금리 인상기에는 예고된 폭탄이 된다. 미국에서도 LBO로 인수한 많은 기업들이 금리 인상기에 무너지곤 했다. 금리인상기에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신용평가사의 평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홈플러스처럼 신용평가사들 먹잇감이 된 한국 경제
불행하게도 빚더미에 올라있는 한국 경제는 홈플러스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주식회사 한국은 설비투자나 연구개발비에 투자하여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부채를 늘려 부동산에 투자해 왔다.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이 500조 원을 넘어섰으며, 주택담보대출은 1100조 원을 넘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과 제조업 분야는 뒤처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부담이 커져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침체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홈플러스처럼 빚더미에 올라있지만 수익은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신용평가사들의 먹이감이 되었다.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중소기업의 비중이 50%를 넘은지 꽤 되었고, 정책자금에 기대어 연명하고 있는 좀비기업들이 많다. 신용평가사들은 조만간 이런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금융시장의 경색을 초래할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신용평가사들의 한 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IMF사태를 기억나게 한다. 지금도 국가 신용등급을 저울질하고 있는 국제적인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있는 점을 주의해서 지켜봐야 한다. 해외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내수침체와 경쟁력 상실,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를 이미 날리고 있다.
부채 관리해야 할 당국은 부동산 경기 부양에만 몰두
한국 경제 전체가 안정적으로 부채를 관리하지 못하면, 언제든 홈플러스 사태를 맞이하게 될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이나 한국은행은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기 보다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서울시장은 서울 강남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하고,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대책없이 정책 금리를 낮추고,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인하를 독촉하여 대출액을 늘리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결과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폭등했고 언론들은 일제히 아파트 가격 폭등이 확산되고 있다며 대서특필하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은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한국 경제를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에도 속절없이 무너진 홈플러스 사태를 보면서, 향후 국제적인 신용평가사들이 줄줄이 신용등급을 인하해서 한국 경제에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홈플러스 사태는 한국 경제 금융위기의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 거꾸로 가고 있는 정책 당국을 보고 있노라니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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