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소득 3분위 흑자액 60만 원대 추락
5년새 가장 적어…윤석열 정부 이후 계속 줄어
부동산 세금 늘고 사교육비 부담까지 허리휜다
가처분소득 감소-소비 위축-내수 부진 악순환
중산층 흔들리면 경제 기반 자체 무너질 우려
중산층 가구가 한 분기에 벌어서 쓰고 남은 흑자액이 60만 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70만 원 밑으로 내려온 건 처음이다. 한 달로 치면 여윳돈이 월 20여만 원 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흑자액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소득은 찔끔 늘어난 반면 부동산 관련 세금, 대출 이자, 교육비 등을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동산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나만 놓친다는 두려움) 심리,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압박, 사교육비 부담 등 중산층 가구를 짓누르고 있는 요소들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흑자액(실질)은 전년 동기 대비 8만 8000원 줄어든 65만 8000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4분기(65만 3000원)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60만 원대로 떨어졌다.
가구의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을 처분가능소득이라 하고, 여기에서 다시 식비·주거비 등 소비지출을 제외한 것이 흑자액이 다. 말하자면 흑자액은 가구의 여유자금이다.
중산층인 소득 3분위 가구의 분기당 흑자액은 지난 2021년 3분기에는 94만 원을 넘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가파르게 줄고 있다. 흑자액은 2022년 3분기 이래 2023년 2분기와 2024년 1분기의 정체 수준의 미미한 증가를 제외하면 나머지 8개 분기에 모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감소했고, 그 폭도 갈수록 커졌다.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소득수준별로 나눈 5개 분위 가운데 3분위 만 흑자액이 계속 줄고 있다.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는 지난해 4분기 감소를 기록했지만, 그 이전 6개 분기는 모두 증가했다. 2분위와 4분위, 고소득층인 5분위는 지난해 4분기 흑자액이 늘었다. 소득 분포상 중간 계층, 즉 중산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3분위 가구의 흑자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소비지출 가운데 보건·교통·교육비 분야의 지출과 비소비지출인 이자·취등록세 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3분위의 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14만 5000원) 지출 증가율은 13.2%에 달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교육비 증가율 0.4%에 비해 10배 가까이 컸다.
비소비지출은 77만 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나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금액도 가장 많고 증가 폭도 최대다. 그 중 이자 비용은 1.2% 늘어난 10만 8000원을 기록해 4분기 만에 증가하며 다시 10만 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구입 때 부과하는 취·등록세가 늘면서 비경상조세(5만 5000원)가 5배 가까이(491.8%) 증가한 점도 가구 흑자액 감소의 요인이 됐다.
비소비지출의 급증으로 인한 처분가능소득의 감소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7일 발간한 '최근 소비 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3분위 가구의 2020년 이후 실질 소비는 코로나19 직전보다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1분위와 4·5분위가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인 점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중위소득 계층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와 이자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하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균형적인 경제성장의 척도로 여겨지는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내수 뿐만 아니라 경제 기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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