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명태균에 보낸 중식당 예약 문자 확인

중식당에도 오세훈 '친필 사인' 선명하게 박제

식당 관계자 "오세훈 단골, 당선 전 까지 왔어"

명태균 변호인 "휴대폰 문자 있어…만남 확실"

오세훈, 명태균 만나기 위해 '살려달라'며 부탁

명태균 영향력 확인하고 적극 만남 갖자고 해

오세훈 후원회장 "원하는대로 조사 만들어달라"

서울시 "중식당 갔지만 캠프 비서실장만 소개"

진실공방 계속…명태균 쪽 "SH사장 준다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 청사에서 투자·출연기관 규제철폐 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2.13.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 청사에서 투자·출연기관 규제철폐 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2.13.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씨와 4차례 만났다"는 보도를 두고 '진실공방'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이 명태균 씨와의 만남을 위해 직접 보낸 식당 예약 문자 내역이 명 씨의 휴대전화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 씨와 명태균 씨가 만난 장소로 지목된 식당의 관계자도 "선거 직전 오세훈 후보가 다녀간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명 씨의 측근은 <워치독> 취재진에게 "오 시장이 명 씨와의 만남에 공을 들이면서 '창원에서 언제 서울로 오시냐. 빨리 올라오시라'고 직접 설득하는 전화통화를 명 씨 옆에서 들었다"고 증언하고 나섰다. 오 시장의 후원회장인 김한정 씨가 강혜경 씨에게 "명태균에게 내가 원하는 대로 여론조사 결과만 만들어내라고 말했다"고 하는 통화 녹취록도 추가로 확인됐다.

중식당 "오세훈 단골, 보궐 당선 직전까지 왔어"

24일 오전 11시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중식당 '송○○'은 점심 장사 준비로 분주했다. 이곳은 과거 오 시장의 광진을 당협위원장 사무실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최근 명 씨 쪽은 오 시장과의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이 가게의 이름과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중식당은 배달을 중심으로 하는 일반 중식당보다는 고급 요리나 중식 코스 요리를 파는 곳이었다. 가게 안쪽 창가에는 예약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룸(방)을 4개 정도 갖추고 있어, 비밀스러운 대화를 하기에 적절해 보였다.

식당 입구에는 슈퍼주니어 신동, 방송인 서정희 씨 '사인'(서명)을 비롯해 과거 광진구를 지역구로 뒀던 추미애 의원의 사인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의 친필 사인이 걸려 있었다. 오 시장이 친필로 서명한 종이에는 "송○○ 맛으로 승부하는 집!, 오세훈, 2020년 1월 21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식당 직원들은 "오세훈, 추미애 등 유명한 정치인이 다녀가시는 곳"이라고 전했다. 오 시장의 서명으로 최소한 21대 총선이 있었던 2020년까지는 해당 식당에 방문했음이 확인된 셈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중식당 '송○○'에 걸린 오세훈 서울시장 친필 서명. 2025.2.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중식당 '송○○'에 걸린 오세훈 서울시장 친필 서명. 2025.2.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중식당 '송○○'에 걸린 오세훈 서울시장 친필 서명.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슈퍼주니어 신동, 방송인 서정희 등의 사인도 함께 걸려 있다. 2025.2.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중식당 '송○○'에 걸린 오세훈 서울시장 친필 서명.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슈퍼주니어 신동, 방송인 서정희 등의 사인도 함께 걸려 있다. 2025.2.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2018년부터 이 식당에서 근무했다는 관계자는 "오 시장은 옛날부터 오시던 단골 손님이었다"면서 "(2021년) 보궐선거 이전에 오셨고,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이 많이 오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인 2021년 1~3월 사이에 왔느냐'는 질문에도 "당선 직전에 오셨다"고 답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명태균 씨 관련 뉴스를 통해 가게 이름이 특정된 것을 안다"면서도 "(당시) 너무 많은 사람이 와서 그 사람(명태균)인지 아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명 씨 쪽 남상권 변호사는 24일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명태균의 전화기에 오 시장이 직접 보낸 문자메시지가 있다. '(2021.1.20) 오늘 저녁 6시반. 예약명:김병성,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돼 있다"며 해당 식당에서 명태균과 오세훈이 만난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메시지 내용을 분석하면, 오 시장이 식당 예약을 하고 직접 명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 오 시장이 정중하게 명 씨를 초대하는 형식의 자리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식당 예약자 '김병성'은 오 시장의 수행 운전기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오 시장은 2021년 1월 20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를 직접 들러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등록하고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 "오늘 저녁 6시반. 예약명:김병성,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해당 내용은 명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다. 2025.2.24. 굿모닝충청 디자인팀
지난 2021년 1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 "오늘 저녁 6시반. 예약명:김병성,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해당 내용은 명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다. 2025.2.24. 굿모닝충청 디자인팀

아울러 식당 관계자의 증언과 오 시장의 친필 서명 등 여러 정황을 보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전인 2020~2021년 해당 식당을 자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명 씨는 검찰에서 오 시장과 2021년 1월 20·23·28일, 2월 중순까지 모두 4번을 만났고, 2월 중순에는 오 시장과 명 씨, 그리고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가 함께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4·7 재보궐선거 직전 시점이다. 식당 쪽과 명 씨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명 씨와의 만남에서 이곳 중식당을 이용했을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오세훈 측근 "원하는 대로 조사 만들어오라고 해" 녹취록

<워치독> 취재진은 오세훈 시장이 명태균 씨를 만나기 위해 공을 들여왔던 과정에 대해서도 명 씨의 측근으로부터 이달 초 추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명 씨가 들려주었다는 통화 녹취록을 거론하며 "2021년 초 명태균이 오세훈 전화를 받았는데, 오세훈이 '언제 서울로 올라오실 거냐. 아직도 거기(창원)에 있으면 어떡하냐. 빨리 서울에 올라와달라'고 말하는 걸 직접 들었다. 그 후 무슨 중국집에서 만났고 그 자리에서 오세훈이 '살려달라' 고 말했다고 명 씨로부터 추가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9.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9. 연합뉴스.

명 씨 측근의 추가 설명을 종합하면, 오 시장에 대한 접근은 처음에는 명 씨가 더 적극적이었지만, 명 씨의 영향력을 확인한 오 시장 역시 만남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을 만나기 전, 명 씨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나경원이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붙으면 밀리는데 오세훈이 박영선 후보와 붙으면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어떤 경로로 명 씨의 분석이 오세훈 쪽에 전달됐고, 오 시장 쪽에서 적극 만남을 갖자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후원회장인 김한정 씨가 명 씨에 대한 여론조사를 알아서 의뢰했다는 취지로 언론에 설명하고 있지만, 명 씨 측근의 설명은 좀 다르다. '오 시장이 먼저 명 씨를 만났고 이후 오 시장의 보증 속에 김한정 회장이 명 씨를 만났기 때문에 명 씨가 여론조사를 돌린 것도 김 회장의 부탁 때문이 아니라, 오 시장과 김종인 위원장과의 관계 때문에 진행한 것'이라는 게 명 씨 측근의 설명이다.

오 시장의 부탁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명 씨는 강혜경 씨에게 '오세훈을 1등으로 만드는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오라'고 지시했다고도 한다. 강 씨는 <워치독>에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이 계속 1등으로 나오고 오세훈이 2등으로 나왔다. 명태균이 어느날 '오세훈이 1등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소연 한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조작 조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실제 <워치독>이 확보한 김한정 씨와 강혜경 씨가 나눈 2024년 10월 통화 녹취록을 보면, 김 씨는 "명태균에게 '안심번호 난 그런 거 몰라. 복잡해서 잘 모르겠고 내가 그냥 원하는 대로만 만들어 내라고 했다'"고 말하는 것이 확인되기도 한다.

 

강혜경 씨가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로부터 송금 받은 3,300만원의 입금 내역. 2024.11.22. 뉴스타파
강혜경 씨가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로부터 송금 받은 3,300만원의 입금 내역. 2024.11.22. 뉴스타파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 실행 날짜와 오세훈 시장 최측근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이 강혜경 씨 개인계좌로 돈을 보낸 날짜. 2024.11.22. 뉴스타파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 실행 날짜와 오세훈 시장 최측근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이 강혜경 씨 개인계좌로 돈을 보낸 날짜. 2024.11.22. 뉴스타파

서울시 "중식당엔 갔지만…소개만 해준 것"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워치독>의 '중식당 회동' 관련 질의에 "송○○ 식당 건은 한 번도 부인한 적 없고, 처음부터 (언론에) 알려드린 일"이라고 했다. 명 씨와 오 시장이 중식당 송○○에서 만났음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이 특보는 "(송○○에서) 명태균과 김영선 의원이 찾아왔고 그들을 강철원(당시 오세훈 캠프 비서실장)에게 소개해줬다"면서 "'4번을 만났다' '대가를 대신 주기로 했다' 이런 주장들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반면 양쪽의 공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명 씨 쪽 남상권 변호사는 2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신집중> 인터뷰에서 "오세훈은 '송○○' 만남에서 강철원이 오기 전 김영선 의원, 명태균이 있는 자리에서 '다선의원인 김영선 의원이 도와주시면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자리를 주겠다' 그런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이어 "그런데 어떤 경위인지 몰라도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자리에는 김영선의 전 지역구의 후임자인 김현아가 내정된다"며 "김영선 의원은 자신의 전 지역구인 고양시장에 자신의 보좌관인 이모 씨가 출마했지만 오히려 친분이 두터운 김현아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는데, 오세훈 시장이 김현아를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에 내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배신감에 격노한다"고 밝혔다.

허재현·김성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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