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카콜라'에 미래한국연구소 의뢰 여론조사 홍보
홍준표, 복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낸 직후 복당 선언
여론조사 비용은 홍준표 최측근 최용휘가 지불해
명태균, '홍준표 복당' 도와준 정황·증언도 수두룩
사건 관계자 "명태균이 홍준표, 김종인 화해시켜"
검찰 수사보고서에도 '홍준표 복당' 추진한 정황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021년 국민의힘에 복당하는 과정에서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 의뢰 여론조사를 내세워 자신의 '복당 여론'을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여론조사 비용도 홍 시장의 아들 친구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최용휘 씨가 낸 것으로 파악됐다.
홍 시장은 명 씨에 대해 만난 적도 없고 여론조사 역시 자신과 상관없이 진행된 일이라며 비용 대납 의혹을 일체 부인하고 있지만, 명 씨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여러 정황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경남 창원에서 명 씨를 직접 조사한 검찰이 홍 시장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의 '칼날'을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홍 시장은 지난 2021년 5월 10일 국민의힘 복당 선언을 하고, 이어 다음 날인 5월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TV 홍카콜라'에 '국민여론에 힘입어 돌아가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띄우면서 자신의 복당 여론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삽입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머니투데이와 함께 명 씨의 미래한국연구소가 의뢰를 했고, PNR(피엔알, 피플네트웍스 리서치)이 조사했다. PNR은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여론조사 업체다. PNR은 5월 8일 홍 시장의 복당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고, 5월 9일 머니투데이를 통해 공표했다.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가 의뢰해 PNR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홍 시장에 대한 복당 찬성 여론은 47%, 반대 여론은 34.9%였으며,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복당 찬성 여론은 64.7%, 반대 여론은 26.5%로 나타났다.
홍 시장은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복당 선언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당원과 국민들의 복당 신청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이젠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여론조사 과정을 보면 5월 8일 홍 시장에게 우호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5월 9일 언론을 통해 공표한 뒤, 5월 10일 복당을 선언하고 5월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도 홍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 쪽에서 복당 여론을 띄우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흔적들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민들레>가 확보한 최 씨의 입금내역을 살펴보면, 여론조사가 실시된 5월 8일 낮 12시 23분쯤 미래한국연구소 강혜경 씨 계좌에 450만 원이 입금됐다. 강 씨가 여론조사 비용이라고 검찰에 진술한 '450만원'은 홍 시장 아들 친구이자, 측근으로 '양아들'로까지 불리는 최용휘 씨가 '박○○'이라는 타인 명의로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명태균이 홍준표, 김종인 화해시켜"
홍 시장은 명 씨와의 관계를 부인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증언이나 녹취는 넘친다.
명 씨를 대리하는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 씨가 홍준표 시장이 복당하기 전에 복당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더라"면서 "자문한 것이 아니라 (복당할 수 있게 누군가와 연결해달라는) 부탁했다고 해야 하나"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그러면서 구체적인 부탁 대상과 관련해 "당시 비대위원장이 누군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지칭한 것이다.
이는 최근 민주당이 언론에 배포한 명 씨 녹취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 10월 28일 지인과의 통화로 알려진 해당 녹취에서 명 씨는 "(홍 시장이) '여야를 넘나드는 김종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김종인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라며 "결국은 복당시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홍 시장)가 나한테 하루에 다섯 번씩 전화가 왔다"며 "나보고 복당시켜달라고, 김종인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김종인을 만나게 해줬잖아"라고 말했다.
당초 홍 시장은 2020년 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다가 총선 뒤 복당하려고 했으나, 홍 시장과 '정치적 악연'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당시 총선 패배 국면을 수습하기 위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복당이 1년 넘게 늦어졌다.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서 피의자(김종인)와 검사(홍준표)로 만났던 두 사람의 악연을 끊고 그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게 명 씨라는 게 명 씨와 주변 인물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1년 4·7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뒤부터 같은 해 6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되던 시기에 본격화됐다고 한다.
미래한국연구소 관계자는 <민들레>와 만나 "(명 씨가) 전당대회 전에 홍준표를 김종인 광화문 사무실에 데리고 가서 인사까지 시키고, 서로 화해시켰다"며 "(6월에) 전당대회 기간 중에는 대전에서 지방유세 했을 때 저녁 행사가 끝나고 대구 수성구에 기차 타고 가서 이준석과 홍준표 사무실에 갔다. 당시 (홍준표 사무실에서) 명 씨가 이준석에게 '당 대표되면 첫 번째 홍 대표(홍 시장)님 복당시키는 거다'라고 했고, 이준석도 '알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실제로 이 의원이 2021년 6월11일 국민의힘 당대표에 당선된 뒤, 13일 후인 6월24일 홍 시장의 복당 신청은 받아들였다. 1년 넘게 끌어온 일이 보름도 되지 않아 처리된 셈이다. 당시 홍 시장의 아들은 명 씨에게 문자를 보내 "고맙다"고 했다. 홍 시장 아들 문자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보고서서도 홍준표 복당 추진 정황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명 씨가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을 통해 홍 시장의 복당을 추진한 적극 추진한 정황도 검찰 수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검찰 수사보고서(2024년 11월 21일 결재)에 따르면 홍 시장이 복당을 선언한 다음 날인 2021년 5월 11일 지 원장은 카카오톡으로 불상의 사진파일 2장을 명 씨에게 보내며 "이렇게 가면 서로 갈라서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고, 명 씨는 "내일 홍준표 의원 측근과 (김종인) 위원장님 찾아 뵐 계획입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대화에 대해 "위 대화 내용에 비춰 지상욱이 전송한 사진은 홍준표의 복당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수사보고서에 적었다.
명 씨가 홍 시장과 지 원장의 만남을 추진한 정황도 확인됐다. 2021년 5월 16일 지 원장이 <나경원, 당대표 출마할 듯…여의도 캠프 사무실 재계약>, <홍준표 '뻐꾸기 정치 하지 말라'…복당반대파 향해 연일 공세>기사를 카카오톡으로 공유하자, 명 씨는 "홍 대표 쪽은 내일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5월 23일에는 명 씨가 카카오톡으로 "원장님 홍 대표님께서 월요일 약속을 수요일로 늦추고 싶으시다는데요 괜찮을까요?"라고 묻자, 지 원장은 "그리합시다. 수요일로 하지 말고 일단 미룹시다"라고 답변했다. 이같은 카톡 대화는 홍 시장의 복당에 명 씨가 직접 개입했고, 홍 시장과 지 원장 두 사람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가 홍 시장의 복당을 위해 여론조사를 하고 김 전 위원장과 이 의원에게 다리를 놓아줬을 뿐 아니라 지 원장까지도 다각도로 포섭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홍 시장이나 측근 그룹에서 명 씨와의 관계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은 드러난 정황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인다.
홍 시장의 측근인 최 씨는 여론조사 의혹 등과 관련해 <민들레>와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홍 시장 쪽도 "보도를 확인해보겠다"고 한 뒤, 입장을 주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주 명 씨를 조사한 검찰은 오는 5일과 6일 미래한국연구소 관계자인 강혜경 씨와 김태열 씨를 차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검찰은 명 씨가 홍 시장과 관련해 진술한 내용들을 참고인에서 맞춰볼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정치인에 대한 수사 내용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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