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명태균 구속 전 김건희에게 녹음 전달했나"
명태균 쪽 "USB 김건희에게 줬다"고 최근 언급
계엄-수사 비교하면 '명태균 게이트'가 영향 준 듯
"황금폰 터질까 우려해 비상계엄 선포로 막은 듯"
비화폰 또 도마에…야당 "통화 기록도 수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12·3 내란 사태의 동기가 '명태균-김건희 게이트'로 일컬어지는 '김건희 씨 공천개입 사건' 노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정치권과 법조계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 내란 청문회에서도 윤 대통령의 본질적인 범행 동기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의 5차 청문회에서, 전날 시사인(IN)이 공개한 명태균 씨와 김건희 씨 육성녹음 녹취록을 제시한 뒤,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관련 질의를 이어갔다.
해당 육성 녹음은 명태균 씨의 이른바 '황금폰'에 담겨 있는 것으로, 김 씨가 명 씨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금 전화해서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될 거니까 지켜보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25일자 기사, 김건희-명태균 통화 육성 첫 공개…"김영선 밀라고 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황금폰에서 공개된 김건희 씨와 명태균 사이의 육성 통화 녹음은 명태균 씨가 구속되기 전…, (명태균 씨가) 2024년 11월 15일 구속되는데요. 이분이 한 4일간 잠적했다고 합니다, 구속되기 직전에. 그 사이에 아마도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김건희 씨와의 육성 통화 녹음을 담아서 대통령실과 윤석열에게 전달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언론사를 통해서 한 번 더 보냈다고 합니다. 명태균은 자신을 보호하라고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를 상대로 압박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격노했다고 전해지는 데 맞습니까?
○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 검사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좀 있다 묻기로 하고요. 김봉식 서울청장님 나와주시죠.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한 것이 이런 겁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대통령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개인적인 가정사 때문이다.' 이렇게 증언하셨나요?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제가 국회 측 의원님들께서 물어서 예, 아니오로 답변한 걸로 기억납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저렇게 답변하셨습니까?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계엄 사유로 말씀하셨다고 답변한 적은 없습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대통령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받았고 가정사라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거죠?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계엄의….
○ 추미애 민주당 의원 네, 좋습니다, 그러면. 쭉 들으셨을 거예요. 언론을 통해서도 (명태균-김건희 게이트가) 많이 보도가 됐습니다. 그러면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까?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계엄 사유로 가정사를 언급하신 적은 (없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가정사가 이것과 유사한 것입니까, 아닙니까?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다른 겁니까, 건강상의 이유입니까?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전혀 이런 내용이 아닙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이런 걸로 (김건희 씨가) 건강이 안 좋다, 빼빼 말랐다, 이렇게 들었습니까?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아닙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김건희 씨가) 안타깝다, 이렇게 들었습니까?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부인을 좀 해방 시켜주고 싶다 그런 이야기 들었습니까?
○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전혀 아닙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이진동 차장님 한 번 더 나오시죠.
○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 검사 나왔습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 명태균 사건을 중앙지검이 이첩받았는데요, 제대로 된 수사가 이어져야 하고요, 내란 숨은 동기는 이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내란 수사는 동기마저도 '부실 수사'입니다. 또 윤석열 김건희 '방탄 수사'라고 이름붙여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첩받은 중앙지검과 함께 (대검이)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서 제대로 된 내란 배후와, 아직 김건희 씨와 내란 관련해서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안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것도) 제대로 된 수사할 용의 있습니까?
○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 검사 철저히 수사하겠습니다.
이진동 차장과 김봉식 전 청장 등 관계자들이 명태균 씨의 '황금폰' 육성 녹음과 관련해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명태균 씨가 구속 전에 USB에 김건희 씨와의 통화 녹음을 담아서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 쪽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 의원의 발언은 명 씨 쪽의 진술에 근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 씨 쪽은 최근 야당 인사들을 만나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명 씨는 당시 육성 녹음을 모 언론사에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제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윤 대통령 쪽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고 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서" 12·3 계엄을 선포했다고 궤변에 가까운 주장을 해왔지만, 계엄 동기로서 본질적인 문제는 '명태균-김건희 게이트'라는 분석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은 2024년 12월 3일이었지만 앞서 계엄준비가 직접 실행되기 시작한 때는 같은 해 11월 초이다. 11월 4일 창원지검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명태균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280개 내용이 확인된 검찰 수사보고서'를 작성했고, 얼마 뒤인 11월 9일 노상원 전 육군 정보사령관은 안산의 한 음식점에서 문상호 육군 정보사령관 등에게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고 합동수사본부 수사단 단장은 내가 맡을 것'이라고 알렸다. 같은 날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방장관 공관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시국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 계엄 전날인 12월 2일 명태균 쪽은 '황금폰'을 민주당에 제출할 의사를 보냈다.
2024년 11월 4일 창원지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공익제보자 강혜경 씨 PC에서 나온 명태균 씨와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주고 받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메신저 메시지 280개를 바탕으로 작성됐지만, 내용은 상당히 적나라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2021년 7월 김건희 씨가 대선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전송한 명태균 씨에게 "충성" 이라고 보낸 메시지뿐 아니라, 2021년 7월 윤석열 당시 후보가 명 씨에게 언론 인터뷰 방향을 직접 묻는 문자메시지, 2022년 11월 24일 김건희 씨가 명 씨에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관련한 자문을 구하고 명 씨 본인이 답변하는 메시지, 2022년 12월 31일 명 씨가 윤 대통령과 신년인사를 주고받으며 창원 국가산단 지정 기원문 이미지 파일을 전송한 내용 등을 확보했다. 겨우 280개 메시지만 해도 파급력이 상당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육성 녹음이 담긴 '황금폰'과 USB는 상당한 충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명태균-김건희 게이트'와 황금폰, 검찰의 수사보고서 등이 비상계엄의 동기였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해왔다. 앞서 지난 16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은 명태균의 '황금폰'이 세상에 공개될 경우 자신과 (부인인) 김건희가 치명상을 입을 것을 알고 있었고, 그걸 막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자신과 김건희의 처벌을 막으려면 반대파를 숙청하고 영구 집권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명태균 게이트는 비상계엄의 '트리거'(방아쇠)였다"며 "명태균 구속과 황금폰 공개 입장은 비상계엄을 앞당긴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이자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도 이날 오전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11월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자기는 명태균과 취임한 이후에 별로 통화한 적이 없다 이렇게 부인을 했다"며 "그런데 김용현 공소장을 보면 11월 24일에 명태균 게이트 언급을 한다. 그러면서 비상 대권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다음에 그러니까 그다음 달 12월 2일에 명태균이 검찰이나 언론에 황금폰을 내겠다고 선언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다음 날 계엄이 선포가 된다"면서 "12월 3일 비상계엄은 명태균 게이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윤석열 탄핵심판 과정에서 김건희가 (조태용) 국정원장한테 문자를 2번 보낸다. 그게 계엄 전날이다. 2번을 보내고 계엄 당일에 국정원장이 답신을 보낸다"며 "그런데 계엄 당일에 윤 대통령이 김봉식 서울청장과 조지호 경찰청장을 불러서 계엄을 선포하는 이유로 개인적 가정사 얘기를 한다, 무슨 내용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런 걸로 봐서 명태균 검찰 수사, 또 명태균이 황금폰을 언론과 검찰에서 제공하겠다는 부분이 계엄을 선포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은 비상계엄 모의 과정에서 쓰인 비화폰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사퇴 후 일주일 넘게 지난 12월 12일 또는 13일에 반납했다"며 "대통령경호처에 해당 비화폰이 보관돼 있으니 이를 입수하면 주요 임무 종사자 간 통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호처 관계자들도 수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같은 당 박선원 의원도 비상계엄과 관련해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건희 씨 간 문자메시지 소통을 거론하며 "김 씨가 조 원장에게 (계엄 상황에서) 명태균에 대한 감시 등을 요청했을 수 있으니, 비화폰 통화 기록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청문회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불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이 야당 주도로 의결됐다. 특위는 마지막 청문회인 동행명령에 불응한 증인들을 고발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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