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쪽 "황금폰 포렌식서 강철원 문자 나와"
"여론조사 설문지 보내서 명태균에 자문 구해"
후보 단일화 경쟁 땐 명태균 여론조사로 홍보
말 바꾼 오세훈 "2번" → "2월까지 끊는 과정"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행태에 문제가 있어 '관계를 끊었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쪽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 시장의 최측근이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오세훈 후보 캠프 비서실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을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 설문지를 보내 자문을 구한 '메신저 대화 내용'이 검찰의 포렌식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창원교도소에서 구속 중인 명 씨를 만나고 온 김한나 더불어민주당 부패·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 대변인(변호사)은 28일 오후 시민언론 <뉴탐사>에 출연해 "오 시장 최측근인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명 씨에게 설문지 내용을 메신저로 보냈다고 한다"면서 "이러한 내용이 검찰 (황금폰) 포렌식을 통해 확인됐다"고 명 씨의 말을 전했다. 명태균 씨의 변호인도 "(강철원의 메신저 대화를) 나도 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명 씨는 2021년 3월 국민의힘 경선 때까지 오 시장, 강 전 부시장과 접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경선 경쟁자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보다 비교적 정치 성향이 중도였던 오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명 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다. 명 씨는 여론조사 설문지를 어떻게 작성하고, 어떻게 여론조사 표본을 만들고, 무응답층을 몇 번 조사할지 등을 조언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강 전 부시장이 설문지를 작성해서 오 씨에게 여론조사 자문을 구했다는 것이다.
그간 오 시장 쪽은 명 씨와 만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고, 강 전 부시장도 명 씨의 여론조사를 보고 '손절'(손해를 보더라도 끊어낸다는 주식투자 용어)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여론조사를 엉터리로 판단한 당시 오 후보 캠프 강철원 비서실장이 명 씨에게 손절을 통보하자 명씨가 다른 곳에서 개입해 오 후보는 전혀 모르는 엉뚱한 일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 씨 쪽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 입장과는 반대로, 강 전 부시장이 명 씨에게 메신저를 통해 적극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설문지를 보낸 것 역시 강 전 부시장이 명 씨에게 일종의 컨설팅을 부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진행됐던 2021년 3월 14일 오 시장 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세훈풍이 분다'는 글을 올리고 야권 단일후보로 오세훈이 적합도와 경쟁력에서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2개를 올렸다. 그중 하나가 명 씨가 실소유한 걸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였다. 당시 오 시장은 SNS에 "골든크로스가 이뤄졌다"면서 자신이 서울시장으로 적합하다고 적극 홍보했다. 명 씨의 여론조사가 문제가 있어 관계를 끊었다는 오 시장 쪽 설명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언급이다.
또한 오 시장 쪽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발언도 나왔다. 당초 오 시장 쪽은 명 씨와 "두 차례 만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명 씨 쪽에서 "네 차례 만났다"고 반박하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지난 27일 명 씨가 검찰 조사에서 "오 시장과 기존 4번 외에 추가로 3번 만난 적 있다"고 주장하고 날짜·장소까지 최대한 특정한 것으로 전해지자, 오 시장은 명 씨와의 만남에 대해 슬쩍 말을 바꿨다.
오 시장은 다음 날인 2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태균이)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계속 캠프 근처를 맴돌면서 자기 여론조사를 사라고 그랬다. 그런 사람들이 쉽게 포기 안 한다"며 "그래서 끊어내는 과정은 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2월 중순까지는 계속해서 끊어내는 과정이었다"며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까 1차로 '당신 물건 안 산다' 했던 게 1월 말경이고 2차로 계속 와서 이야기해서 끊어냈던 게 2월 중순 정도로 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했다.
당초 오 시장 쪽은 2021년 1월 20일 명태균 씨와 서울 광진구 중식당 '송○○'에서 만난 후에 명 씨 쪽과 관계를 끊어냈다는 취지로 설명해왔지만, 실제로는 명 씨 쪽 주장처럼 더 많은 만남이 있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2월 중순이라고 하지만 명 씨 쪽이 기존에 주장한 4번 외에 3번 더 만났고, 3월 국민의힘 경선 전까지 연락을 주고 받았은 메신저 대화가 포렌식에서 나왔다면 오 시장이 추가로 주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 씨는 자신을 고발한 오 시장 쪽에 상당히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명 씨는 최근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글에선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금수만도 못한 자들이다. 나를 고발한 오세훈, 홍준표를 특검 대상에 넣어 달라. 위 둘은 이미 나를 여러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대선과 관련하여 그 자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겠다. 껍질을 벗겨주겠다"고 한 바 있다.
명 씨는 교도소 접견을 한 김 대변인을 통해서도 오 시장 측근인 강 전 부시장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강철원 애쓴다. 너와 내가 주고받은 카톡, 황금폰 포렌식하면서 다 나와버렸다. 나경원이 왜 최종 경선에서 떨어졌는지 잔칫날 너도 허위사실유포 사기죄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테니 기다려라."
자세한 내용은 <뉴탐사>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민언론 뉴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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