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트럼프 보편관세 세계 성장률 0.3%p 낮춰”
보복 관세로 확전 땐 미국 GDP도 최대 0.9% 하락
달러 강세와 물가 상승으로 ‘스태크플레션’ 우려
한국의 대미 투자에 직격탄…44조 이상 줄 수도
미국 수출 길 막힌 중국 공산품과의 경쟁도 격화
트럼프 발 쓰나미에도 ‘정치적 불안’ 한국 무기력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공언했던 관세 정책을 실행에 옮기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20%에 육박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대미 투자액도 크게 늘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의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안 탓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 땐 올해 세계 성장률 2.7%→2.4%
세계은행(WB)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을 별도 위험 요인으로 언급한 것이다. 세계은행은 다른 돌발 요인이 없으면 내년 세계 성장률도 올해와 같은 2.7%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가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여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5%로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아진다. 트럼프 보편관세에 맞서 다른 나라가 비례적 수준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하락 폭은 0.3%포인트까지 내려간다. 세계은행은 “이 시뮬레이션 결과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을 분석한 다른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한 연구 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보편관세를 10% 부과하고 다른 나라가 이에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9%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도상국 향후 25년 힘든 시기 보낼 것”
중국과 인도 등이 속한 개발도상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4.1%, 내년에는 4%로 각각 예상됐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은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빈곤을 줄이고 광범위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2년간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률은 4% 안팎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개도국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2000년대 5.9%, 2010년대 5.1%, 2020년대 3.5%로 하락 추세에 있다. 그 이유로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생산성 증가세가 꺾인 데다 투자 부진과 과도한 부채, 보호무역 확장 등을 꼽았다. 세계은행은 “앞으로 25년이 지난 25년보다 개발도상국에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은 경제 성장률이 올해 1.7%, 내년에는 1.8%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진국 중 미국은 올해 2.3%, 내년 2.0%, 일본은 올해 1.2%, 내년 0.9% 각각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경우 올해 만료 예정인 ‘2017년 트럼프 감세안’이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연장되고 다른 경제 조건에는 변화가 없으면 내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0.4%포인트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보편관세가 스태그플레이션 유발
국제결제은행(BIS)도 1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트럼프 2기 달러 강세와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달러 강세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보리스 호프만 등 BIS 연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일으키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는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달러 가격은 고공 행진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10을 넘어서기도 했다.
BIS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강세는 미국 이외 국가의 수입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2기 관세 전쟁이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교역이 줄고 불확실성이 커지며 각국은 통화정책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거의 모든 국가가 타격을 입겠지만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
한국 대미 수출 최대 44조 감소할 수도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은 16일(현지시간)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공언한 보편관세가 한국에 부과되면 대미 투자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근거로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서 지난해 19.5%로 줄어든 반면 미국 비중은 12~13%에서 작년 18.7%로 급증했다는 점을 꼽았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무역과 투자, 글로벌 공급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구조적 흐름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제조업을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산 공산품이 한국을 포함한 제3국으로 수출 방향을 바꿀 것이고, 이는 한국의 제조업이 겪는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 선임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혼란을 겪는 한국이 처한 경제 상황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심각하다”며 “글로벌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다른 국가는 미국에 보복하거나 관세 면제를 얻으려고 협상을 시도하겠으나 한국은 지도자가 없어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트럼프 2기 관세 폭탄이 한국 수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경고는 여러 차례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보편관세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44조 원, 총수출은 65조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연구원도 대미 수출이 최대 13.1%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이 줄면 실질 GDP와 일자리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길은 정치적 불안 기간을 단축하는 수밖에 없다. 윤석열 파면 절차를 앞당기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대로 적극적인 대미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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