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수출 전망 지수 급락

최대 수출 품목 반도체는 반토막

“수출증가율도 1.4%에 그칠 것”

수출 부진에 제조업 지수도 하락

“리더십 공백 최소한으로 줄여야”

극심한 내수 경기 침체 상황에서 수출 전망까지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내란 사태로 경제 분야에서도 리더십 공백 상태라 즉각적인 대응이 힘들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를 앞두고 급변할 통상 환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 안정화를 위한 정책도 시급하다. 하지만 총리권한대행 체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현재로서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파면과 새로운 정부 출범 시기를 앞당기는 것만이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시장 혼란을 최소화 하는 길이다.

 

주요국 경기 침체와 트럼프 2기 출범 등으로 내년 수출 전망이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요국 경기 침체와 트럼프 2기 출범 등으로 내년 수출 전망이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년 1분기 수출 전망 지수 비관적으로 돌아서

연합뉴스에 따르면 22일에도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다수의 자료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수입 규제 강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1분기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둔화할 것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EBSI는 96.1에 그쳤다. EBSI는 0~200 사이 지수로 표시하는데 기준선인 100보다 높을수록 다음 분기 수출이 잘 될 것으로 보는 것이고, 100보다 낮으면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무역협회는 전년도 수출 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2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EBSI를 조사하는데 이번 조사에는 총 1010곳이 참여했다.

EBSI는 지난해 4분기 97.2에서 수출 회복이 시작됐던 올해 1분기 116.0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이후 4분기째 100을 상회했다. 그러나 2분기 108.4, 3분기 103.4로 하락세를 보였고, 내년 1분기는 다시 100 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조사 대상인 주요 15대 수출 품목 중에 10개 품목이 기준선을 밑돌았다. 그만큼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본 것이다.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추이 [한국무역협회 제공] 연합뉴스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추이 [한국무역협회 제공] 연합뉴스

올해 잘 나갔던 반도체의 추락이 최대 걱정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EBSI가 64.4까지 하락했다는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세계 경체게 침체해 정보기술 기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데다 중국의 범용 메모리 반도체가 헐값에 시장에 나오면서 D램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게 반도체 수출 전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는 올해 1~4분기 각각 103.4, 148.2, 125.2, 135.2로 수출 전망이 좋았다. 그런데 내년 1분기 지수가 급락한 것이다. 기업들의 반도체 수출 부진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가전(52.7)도 북미와 유럽연합(EU)의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쪼그라들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비철금속 제품(64.1)과 의료·정밀·광학기기(74.8), 농수산물(77.7), 전기·전자제품(85.3), 섬유·의복 제품(87.9), 기계류(91.9), 무선통신기기·부품(94.0), 석유제품(98.9) 등도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박(146.6)과 생활용품(137.9), 자동차·자동차부품(130.7), 화학공업(121.5),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100.5) 등 수출 전망이 좋은 품목은 5개에 그쳤다.

항목별 EBSI는 수입 규제·통상마찰(74.5)과 수출상품 제조원가(82.7) 등 10개 중 9개가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고환율 영향으로 수출단가(106.2)만 유일하게 100을 상회했다. 주요 수출 애로 요인으로는 원재료 가격 상승(17.4%),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5.2%),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12.0%),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물류비용 상승(10.9%) 등의 순으로 높았다. 무역협회는 “주요 수출기업들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각국의 통상 정책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내년 1월 경기 현황 [산업연구원 제공] 연합뉴스
업종별 내년 1월 경기 현황 [산업연구원 제공] 연합뉴스

주요국 경기 부진에 트럼프 2기까지…악재 겹쳐

한국경제인협회도 비슷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내년 전년 대비 수출증가율이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39.7%)과 관세 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 원자재·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11.1%) 등을 꼽았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할 것으로 본 기업이 32.6%로 그렇지 않다고 본 기업보다 12%포인트 더 많았다. 수출 채산성 악화 요인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관세 부담 증가(46.9%)와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20.5%), 원자재 가격 상승(12.2%), 원화 평가 절하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12.2%) 등이 지목됐다.

내년 우리 기업들의 수출 여건이 제일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1,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48.7%로 가장 많았고 중국(42.7%)이 뒤를 이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관세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 우선순위로는 외환시장 안정화(31.5%),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22.8%), 원자재 수입 관련 세제 지원(18.0%), 원자재 등 안정적 공급대책(11.4%) 등이 꼽혔으나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 나올지 의문이다.

 

2025년 업종별 수출 증감률 전망 [한경협 제공] 연합뉴스
2025년 업종별 수출 증감률 전망 [한경협 제공] 연합뉴스

수출 비관론에 제조업 업황 지수도 19포인트 하락

우리 경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부진은 제조업 업황에 대한 비관론과도 무관하지 않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2월 제조업 업황 현황 PSI가 81로 전월(100)보다 19포인트 급락했다. 제조업 업황 현황 PSI가 기준치(100)를 밑돈 것은 지난해 7월(99)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지난 2022년 12월(78)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PSI 역시 100(전월 대비 변화 없음)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증가(개선) 의견이 많다는 것이고, 0에 근접할수록 감소(악화) 의견이 많음을 의미한다.

12월 PSI는 내수(80)와 수출(87), 생산(85), 투자액(84), 채산성(83) 등 모든 수치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세부 업종별로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82로 전월(100)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18개월 연속 100을 넘었던 흐름이 멈춘 것이며 지난해 5월(70)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다. 디스플레이(73), 휴대폰(79), 가전(92), 자동차(96), 조선(100), 기계(71), 화학(76), 철강(56), 섬유(75), 바이오·헬스(70) 등 다른 산업도 PSI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내년 1월 업황 전망 PSI는 75로 지난 11월에 발표된 12월 전망치(96)보다 2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2022년 11월(70)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수출 전망이 비관론으로 돌아서며 제조업도 경기가 나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수(74)와 수출(76), 생산(81) 투자액(76), 채산성(80) 등 거의 모든 항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제조업의 업황 PSI 추이 [산업연구원 제공] 연합뉴스
국내 제조업의 업황 PSI 추이 [산업연구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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