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행 체제 한계…겉도는 통상 외교
트럼프 발 관세 전쟁 땐 대미 수출 13% 감소
미국의 중국 압박에 대중 수출도 위축될 듯
지난해 대중-대미 수출 격차 21년 만에 최소
각국은 관세 보복 피하려 다각적 방안 모색
한국은 구체적인 협상 카드 없이 대책 회의만
두 주 후인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동맹국인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외교·안보 환경도 크게 바뀔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 등 대외 통상 여건이 급변할 게 확실하다.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일본과 중국, 멕시코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피하려고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 중이다. 12.3 내란 사태로 한국 정부만 “굳건한 동맹” 같은 알맹이 없는 말만 반복할 뿐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는 한계 탓이다.
트럼프 2기 출범 코앞인데 말뿐인 대미 통상 외교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공언한 것처럼 미국이 동맹국을 포함한 모든 교역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60% 고율의 관세를 매긴다면 한국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한국의 1, 2위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국의 대미 통상 외교는 실효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국 기업들은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기존의 경제부총리 주재 대외 경제장관 간담회를 격상한 ‘대외 경제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처음 열린 회의다. 주요 의제는 두 주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범부처 대응책이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회의 내용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최 대행의 모두발언부터 그랬다. “우리 경제는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신정부 출범 전 우리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별 이슈를 꼼꼼히 점검하고 대미 협력 방안을 국익 관점에서 마련하겠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에도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 협의할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대중 수출 더 위축될 듯
트럼프가 대선 공약을 그대로 실행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해 대미무역 흑자국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만은 분명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한국의 대미 수출은 급증하고 대중 수출은 주춤했다. 대미 무역흑자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도 전년 대비 6.6% 늘었으나 대미 수출액은 10.5%나 증가하며 7년 연속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 역시 매년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액도 작년에 556억 9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년의 445억 달러보다 25% 넘게 늘어났다.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 3500만 달러로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대중 수출액은 2003년 대미 수출액을 처음으로 앞섰다.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03년 8억 910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18년 894억 500만 달러까지 벌어졌다. 이해 대중 수출액은 1621억 2500만 달러로 대미 수출액의 2배가 넘었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와 한국이 주력으로 수출하는 중간재의 중국 내 생산이 늘면서 2018년을 정점으로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 벌어지면 대미 수출 13% 줄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한편 대미 무역흑자액이 급증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한 수출시장인 한국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에 관세 폭탄을 떨어뜨리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발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적게는 9.3%, 많게는 13.1%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한 국내 부가가치도 최대 10조 6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것도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의 투자 유출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추정치다.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를 견디지 못해 국내 투자 대신 미국 내 투자를 늘리면 국내 부가가치는 추가로 감소한다. 트럼프 행정부 1기(2012~2016년) 때도 대미 직접 투자가 크게 늘었다. 산업연구원은 “보편 관세 효과가 단순히 관세 장벽으로 인한 수출 감소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을 대체함에 따라 그 효과가 장기적 관점에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미국의 관세 폭탄 피하자” 각자도생
일본과 중국, 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은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등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일부 국가는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부당하게 관세를 부과했을 때 제시할 협상 카드 또는 보복 관세 같은 강력한 대응책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내란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한국은 트럼프 2기 출범이 코앞인데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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