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경제협력 강화 합의

왕이 “일국주의, 보호주의로 세계경제 위기직면”

트럼프 재집권이 3국 관계 개선과 안정화 재촉

세계 GDP의 20%가 넘는 동북아시아 3국

윤석열 쿠데타로 경제 외교전략 발목잡힌 한국

조태열 외교부 장관(맨 왼쪽)이 21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맨 오른쪽),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함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를 합동 예방하고 있다. 2025.3.21.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맨 왼쪽)이 21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맨 오른쪽),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함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를 합동 예방하고 있다. 2025.3.21. 연합뉴스

한중일 3국 외교장관들이 22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자유무역 추진 등 경제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동북아시아 3국의 이런 접근 배경에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정권(트럼프 2.0)이 추진하는 미국 우선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전쟁’, 미국-러시아 접근 등의 대외전략 수정으로 기존 국제질서가 흔들리면서 심화되는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

왕이 “일국주의, 보호주의로 세계경제 위기”
봄 이후 3국 정상회담 개최 모색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위 정치국원이자 외교장관은 “세계경제의 구도가 심각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일국주의, 보호주의가 횡행하고 있다”고 이날 약 6년만에 따로 열린 중일 고위급 경제회의에서 말했다. 추가관세와 보복관세로 ‘무역전쟁’ 수위를 높여가는 트럼프 정권의 미국 우선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한 말이다. 중국은 최근 트럼프 재집권 이후의 이례적인 미-러 접근이 기존 중-러 밀착관계에 끼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이번 3국 외교장관 회담을 미국 주도로 진행돼 온 한미일 3국의 ‘준동맹관계’를 흔들어 놓을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은 주요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를 강화하면서 방위비(군사비) 분담 증대를 요구하는 트럼프 정권에 대응하는데 한중일 3국 관계 개선과 안정이 유효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국 외교장관들은 3국 정상회담을 서두르기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지 못했으며, 올해 봄 이후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4년 만에
정상회담은 4년 반만에 재개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는 1997년에 시작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회의에서 한중일 3국이 독립적으로 따로 만나면서 시작됐으며, 1999년에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 주룽지 중국총리가 ASEAN 회의장에서 따로 만나 첫 의견교환을 하면서 본격화했다. 공식적인 3국 정상회의(서밋)는 2008년에 일본에서 열린 것이 처음이다. 정상회담 사전 조율 등을 위해 연 외교장관회의는 3국이 매년 번갈아 가며 개최했다. 그러나 이후 3국 관계 악화와 정권교체 등으로 제대로 열리지 못한 외교장관회의는 2023년 11월 4년만에 부산에서 재개됐고, 정상회의는 2024년 5월 4년 반만에 서울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 리창 중국총리는 서울회의에서 2019년 이후 중단된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재집권이 3국 관계 개선과 안정화 재촉

트럼프 2.0 출범 이후 한중일 3국간 관계 개선과 관계 안정화는 더욱 긴요해졌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미국의 관세강화와 방위비 증액 요구 등에 따라 경제 안보 면에서 공동대응을 할 필요성이 커졌고, 부동산 경기 붕괴 등으로 심각한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대중 봉쇄정책에 대응하고 경제활로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일본과의 경제협력 강화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중일 무역 총액. 2024년 5월 현재 일본경제신문 집계. 일본의 총액(달러)은 2023년 평균 환율 1달러=141.56엔 기준. 출처: 일본은 재무성, 중국은 중국세관총서, 한국은 한국무역협회. 괄호 안의 숫자는 무역총액에서 차지하는 각국의 비율.    일본경제신문 3월 22일
한중일 무역 총액. 2024년 5월 현재 일본경제신문 집계. 일본의 총액(달러)은 2023년 평균 환율 1달러=141.56엔 기준. 출처: 일본은 재무성, 중국은 중국세관총서, 한국은 한국무역협회. 괄호 안의 숫자는 무역총액에서 차지하는 각국의 비율.    일본경제신문 3월 22일
한중일 3국 무역의 상호의존도. 출처: 일본은 재무성, 중국은 중국세관총서, 한국은 한국무역협회.  일본경제신문  3월 22일
한중일 3국 무역의 상호의존도. 출처: 일본은 재무성, 중국은 중국세관총서, 한국은 한국무역협회.  일본경제신문  3월 22일

세계 GDP의 20%가 넘는 동북아시아 3국

한중일 3국의 합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20%가 넘는데다, 경제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지난해 5월 집계 기준으로 한국은 중국에 2676억 달러를 수출(대중 수출비중이 21.0%)하고 3107억 달러를 수입(중국 총수출의 5.2%)했다. 일본은 중국에 2979억 달러를 수출(대중 수출비중 20.0%)하고 3179억 달러어치를 수입(중국 총수출의 5.4%)했다. 한일간에는 한국이 766억 달러를 일본에 수출(6.0%)하고 773억 달러를 수입(일본 총수출의 5.2%)했다.

이들 3국은 트럼프 2.0 등장 이후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는 경제상황과 저출산 및 인구 감소라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상을 매개로 한 미국-러시아의 접근과 북-러 접근에 따른 외교 안보적 난제도 공통으로 안고 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출 대처문제도 주요한 3국 공통 현안이지만 한중간의 인식 및 대응 엇박자, 긴급한 대미 대응 필요성 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중국은 최근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출 이후 금지해 온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의사를 내비치는 등 대일 접근 자세를 강화하고 있고, 일본 또한 정계와 재계 차원의 대중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6년여 만에 양국 고위급 경제대화를 재개한 것도 양국 모두의 그런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2.0 등장 이후 중일은 관계개선을 더욱 서두르고 있다.

윤석열 쿠데타로 경제 외교전략 발목잡힌 한국

수출입 비중 등 경제관계로 보면 한국과 중국이 가장 밀접하게 얽혀 있다. 한국정부는 이번 외교장관회의에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19 팬데믹 등으로 계속 미뤄져 온 시진핑 중국주석의 방한을 다시 타진했으나, 12.3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이 탄핵 최종심판을 앞두고 있는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외교 경제전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이시바 정권도 정치불안정 심화

일본 또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시비로 인한 지지율 급락과 오는 7월의 참의원 선거 대응 문제로 정정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소속 의원들에게 상품권 10만 엔씩 뿌렸다가 들통나, 그러지 않아도 기시다 정권 때부터 불거져 결국 그를 물러나게 만든 정치자금 부정문제로 악화된 여론을 다시 자극해 자민당 내에서조차 이시바 총리체제로는 참의원선거에 대비할 수 없다며 물러나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윤석열 정권 등장 이후 급발전해 온 한일관계 ‘개선’(유착)이 윤 씨의 탄핵과 윤 씨의 대일 자세에 비판적인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로 다시 유착 이전상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경계하고 있다.

이처럼 한중일 3국은 트럼프 2.0의 등장으로 상호접근해야 할 유인요소들이 많아졌으나, 각기 다른 국내외 사정으로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전망 불투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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