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선 버텨오던 소비자심리지수 80대 급락

비상계엄 영향에 금융시장 불확실성 커진 탓

코로나 팬데믹 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악화

내려야 좋을 금리‧부채‧물가 관련 지수만 올라

경기 침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상계엄과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 사진은 성탄절을 앞둔 23일 오후 서울 한 재래시장 모습. 2024.12.23. 연합뉴스
경기 침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상계엄과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 사진은 성탄절을 앞둔 23일 오후 서울 한 재래시장 모습. 2024.12.23. 연합뉴스

12‧3 내란 사태가 불러온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발표 일주일 후인 지난 10~17일 조사된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p나 급락했다. 지난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월 대비 하락 폭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았던 2020년 3월(-18.3p) 이후 가장 컸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에 비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으며, 90% 이상의 응답이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14일) 하루 전인 13일까지 모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조사 대상인 지수 가운데 대부분이 11월보다 하락했다. 상승한 지수는 금리수준, 부채, 물가 관련 지수 밖에 없다. 서민들의 소비 생활에 있어서 내려가는 게 바람직한 지수들만 오르고 나머지는 다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소비심리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수 가운데 경기 관련 지수가 가장 눈에 띄게 하락했다. 12월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52로 전월보다 18p나 떨어졌다. 지난 2020년 3월(-28p) 이후 가장 큰 폭 하락이다.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56으로 지난 2022년 7월(-19p) 이후 가장 큰 18p 떨어졌다. 이밖에 현재생활형편(87·-4p), 생활형편전망(86·-8p), 가계수입전망(94·-6p), 소비지출전망(102·-7p) 등도 모두 하락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는데, 이달 초 비상계엄 사태가 지수 하락 요인으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을 찾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자료 : 한국은행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자료 : 한국은행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3으로, 11월(109)보다 6p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 둔화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9월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석 달 연속으로 내렸다. 취업기회전망지수도 65로 전월보다 14p나 크게 떨어졌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98로 전월(93)대비 5p 올랐다. 한은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의 영향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고, 내란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1년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유지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보다 0.1%p 올랐고,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동일했다.

 

소비자동향조사 (2024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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