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불확실성 사라져 시장 안도

트럼프 2기 관세 전쟁 위험 여전

경제 체력 약해져 원화 가치 추락

내수 경기 초토화·수출 회복 둔화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점점 커져

소비 진작·통상환경 변화대응 시급

윤석열 탄핵안 가결은 불확실성을 일부 걷어냈다는 측면에서 금융시장과 경제에는 분명 호재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 가결 불발 이후 서울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처음 열린 9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대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야당이 다시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고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공개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와 거래 중인 원/딜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4. 12.13.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와 거래 중인 원/딜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4. 12.13. 연합뉴스

불확실성 걷히며 금융시장은 안도할 듯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 10일부터 급락했던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모두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윤석열 탄핵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으로 시장은 판단한 것이다. 14일 실제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최소한 정치적 불안으로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정책 실패와 비상계엄 사태로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가 단기간에 살아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탄핵안 가결로 ‘최악의 사태’를 피했을 뿐이다.

‘윤석열’이라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우리 경제 앞에는 더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그것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이로 인해 벌어질 관세 전쟁은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여전히 위험 요인

지난 13일 달러당 1430원 중반대까지 치솟은 환율은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말해준다. 통화 가치는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 기초 체력을 반영한다. 다른 통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원화 가격 하락 폭이 큰 편이다. 트럼프 2기라는 대형 폭풍을 한국 경제가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은 보여준다.

국내 증시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투매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이 돌아오며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순매도 금액은 지난 9일 1조 221억 원에 달했으나 13일 982억 원으로 줄었다. 탄핵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증시는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달러 강세와 한국 상장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 등 여러 요인 때문에 국내 증시를 이탈하고 있어 상승세가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윤석열 탄핵 당시 경제 상황 비교. 연합뉴스
박근혜-윤석열 탄핵 당시 경제 상황 비교. 연합뉴스

내수 최악·수출 회복 지연…난제 산적

수출과 내수 등 실물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뒤를 이은 고금리와 고물가로 내수 경기는 초토화됐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 수요가 급감하며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내수 부진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물론 중소기업을 강타했다. 치솟은 물가와 이자 부담으로 가계가 지갑을 닫고 기업들도 투자를 축소하다 보니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어 내수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경제 정책의 기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 타령만 하며 소비 진작에 소극적이었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작년에는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아 주력 산업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극심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며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기저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한 10월부터 수출 증가율이 뚝 떨어졌다. 이런 게 된 원인 중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패착도 작용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편승해 중국 시장에 소홀했다.

우리에게 중국은 여전히 최대 수출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도전받고 있는데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우리 기업들을 더 힘들게 했다. 그 결과 중국 사업을 포기하는 한국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끼어들어 불필요하게 우크라이나 편을 들며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를 준 책임도 윤석열 정부에 있다. 외교 헛발질로 수출 환경이 나빠진 상황에서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야 한다. 

 

지난 11월 4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PG 페인츠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1.4. AP 연합뉴스
지난 11월 4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PG 페인츠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1.4. AP 연합뉴스

탄핵안 가결은 무너진 경제 살리기 출발점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정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을 인용하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불확실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수출마저 불투명해 한국 경제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대로 하락했다. 정치 불안과 저성장 고착화는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해외에서는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지지는 않았으나 이번 사태로 한국의 대외신뢰도가 떨어진 건 분명하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 부처들이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5일 오후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다른 금융수장들과의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국제사회에 한국 경제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알리는 중이다. 대외신뢰도 실추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탄핵안 가결로 우리 경제는 한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모든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선 비상계엄 사태로 추락한 대외신인도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 연말연시 특수마저 사라진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가파르게 상승 중인 원/달러 환율에 대한 대응책과 함께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트럼프 2기 관세 전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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