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 줄줄이 계약 보류·취소

중소기업 3곳 중 1곳 계엄 직격탄

10곳 중 6곳은 “향후 피해 볼 듯”

해외 특사 파견보다 더 급한 일은

윤석열 탄핵과 특검 신속한 진행

한덕수 ‘성장률 킬러’ 윤과 닮은꼴

“12월 3일 이후 해외 거래업체가 가끔씩 단발성으로 요청했던 주문은 다 끊겼습니다. 기존 계약도 취소하거나 보류하겠다는 연락이 옵니다. 장기 계약을 맺은 물량 수출로 근근이 버티는 중입니다. 정치 불안을 빨리 해소해야 할 텐데 이번 내란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걱정입니다.”

한 대기업 계열사 대표가 최근 사석에서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대기업이 이 정도이니 중소기업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은 대기업이 중소 거래업체에 하도급을 주어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로 돼 있다. 대기업 수출 계약이 취소 또는 보류되면 그 파장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중소기업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 기업에 직접 수출하는 중소·중견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 오찬 간담회'에서 이구치 카즈히로 서울재팬클럽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12.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 오찬 간담회'에서 이구치 카즈히로 서울재팬클럽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12.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정치 불안·환율 급등 이중고에 수출 기업 신음

전국의 주요 산업단지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공장 가동을 중단한 곳이 적지 않다. 한국의 정치 불안을 염려한 해외 거래처가 내란 정국이 해소될 때까지 계약을 미룬 탓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등한 원/달러 환율도 우리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환율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해 해외 거래처가 주문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업체로서는 원화 가격이 추가 하락하면 한국 제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 수출 기업들이 정치적 불안과 환율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이처럼 12.3 내란 사태 이후 산업 현장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원인 제공자인 윤석열 파면 절차는 더디기만 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민의힘이 끊임없이 탄핵을 방해하고 있어서다. 한 권한대행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여야가 타협안을 갖고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즉시 실행에 옮겨야 할 일을 미룬 것이다.

한덕수의 윤석열 탄핵 방해로 기업 피해 확산

그러면서도 한 권한대행은 “경제를 지키는 데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국제금융협력대사와 국제투자협력대사를 임명해 주요국 정부와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에 파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한국 경제의 잠재력이 탄탄하며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예측가능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국제사회를 향해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의 국무회의 이런 발언은 헛소리일 뿐이다. 국제사회와 한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해외 거래처들이 진정 원하는 바는 한국이 정치적 불안을 하루빨리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탄핵 절차에 속도를 내고 내란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 권한대행이 해야 할 가장 중대한 임무다. 이를 외면하고 탄핵과 내란 특검을 지연시킨다면 주요국과 글로벌 신용평가사에 특사를 파견해봐야 기업이 겪고 있는 고통을 줄일 수 없다. 지금은 특사 파견보다 정치 불안 해소가 훨씬 시급한 과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년 수출 전망은 더 암울해졌다. 사진은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는 부산항.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년 수출 전망은 더 암울해졌다. 사진은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는 부산항. 연합뉴스

내란 사태 후 줄줄이 취소 또는 보류되는 수출 계약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상공인들뿐 아니라 수출 기업들 피해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13일 수출 중소기업 513개(제조업 463개, 비제조업 50개)를 대상으로 긴급 현황조사를 한 결과 이번 사태로 10곳 중 약 3곳(26.3%)이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계약 지연, 계약 감소 또는 취소’가 47.4%로 가장 많았고 해외 바이어 문의 전화 증가(23.7%), 수주·발주 지연 또는 감소 및 취소(23.0%)가 뒤를 이었다. 아직 피해는 없으나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예상된다는 수출 중소기업도 63.5%에 달했다.

청주에 있는 한 제조업은 “12월 3일 이후 논의 중이던 계약들을 해외 바이어들이 지연시키고 있으며 불안정한 국내 상황으로 인해 해외 바이어들이 계약시 선지급금 지불을 꺼려하고 있어 경영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부산에 있는 중소기업은 “원래 바이어가 12월 중 방문 예정이었으나 그 일정이 잠정적으로 연기됐고 현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진행 예정인 주문을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통보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비상계엄 이후 독일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부스 방문객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기존 거래처에서도 불안감으로 인해 문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만약 기존 거래처들과 재계약이 안 된다면 신규 업체를 찾아야 할 상황입니다.”

 

자료 : 중소기업중앙회. 내란 사태의 피해 현황
자료 : 중소기업중앙회. 내란 사태의 피해 현황

수출 상위 기업 3곳 중 1곳 “내년엔 더 어려울 것”

이번 사태 직후 급등한 원/달러 환율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경기도 소재 제조업체는 “비상계엄 전날 송장을 받아 결제를 앞두고 있었는데 하루 사이에 갑자기 환율이 올라 손해가 발생했다”며 “해외 거래처에서 제시간에 결제가 안 될 것을 우려해 결제기일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경북 칠곡에 있는 한 제조업체는 “기존에 진행 중인 계약 건이 환율이 오르니까 상대 업체 쪽에서 단가를 계속 낮추려고 하고, 계약을 지연시키거나 보류시키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내란 사태가 아니라도 중국 기업들의 덤핑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내년 수출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전인 지난달 9~30일 200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출 규모 상위 20%에 해당하는 기업의 32.5%가 내년 수출 감소를 전망했다.

 

수출 기업들의 내년 전망. 연합뉴스
수출 기업들의 내년 전망. 연합뉴스

한덕수, ‘성장률 킬러’ 윤석열 아바타 자임

국내외 금융기관과 해외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실추하고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에 대해 ‘성장률 킬러’라고 비판하는 해외 언론도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윤석열 탄핵과 특검을 지연시켜 내란 사태가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 공포를 거부하자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 체제가 흔들리고 신뢰를 잃게 되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고 한다. 대단한 착각이다.

지금의 경제 위기를 가장 빨리 타개하는 길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신속하게 윤석열 탄핵하고 헌법이 정한 일정을 진행해야 대외신인도를 유지하고 내년 이후 성장률 하락도 방어할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아바타를 자임한다면 그 역시 ‘성장률 킬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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