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계엄령 도박이 탄핵 위한 스모킹 건”
계엄령 발동은 누적된 오산과 과오의 정점
윤 씨의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은 아내 김건희
지지율 깎아먹은 가장 큰 상처는 이태원 참사
자유 거듭 강조하면서 정작 언론 자유 죽여
박근혜 조사 검사 윤 씨의 “놀라운 운명의 역전”
“계엄령 도박은 마침내 야당이 탄핵을 위해 오랫동안 찾고 있던 결정적인 증거(smoking gun)를 제공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4일 “한국 대통령은 어떻게 자신의 몰락에 결정타를 날렸나”(How South Korea’s president sealed his own downfall)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당할 운명으로 이끈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고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린 것도 그 자신이었다고 썼다.
계엄령 발동은 누적된 오산과 과오의 정점
기사는 지난 3일 단명으로 끝난 윤 씨의 계엄령 발동은 단순한 치명적 오산이 아니라 정치 입문 때부터 문제가 있었던 그의 임기 내내 누적돼 온 오산과 과오 끝에 터진 결정타, 그 정점이었다고 했다. 그 정점에 이르기까지 윤 씨가 누적해 온 오산과 과오를 <가디언>은 이날 기사에서 나름의 관점으로 간략하게 정리했다.
기사에 따르면, 윤 씨는 2022년 3월 대선에서 간신히 이겼을 때 이미 분열을 일으키는(divisive) 인물이었다. 검사 출신으로, 대안이 없던 당시 야당(지금의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영입될 때부터 극우 보수주의자로 자처했다. 특히 젊은 남성 유권자들 표를 얻기 위해 그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한국 여성들은 체계적인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반패미니스트들에 영합하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윤 씨의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은 아내 김건희
하지만 윤 씨는 임기 초반부터 잇따른 스캔들로 지지율을 빠르게 잠식했다. 지난 2년 동안 그의 지지율은 약 35%에 머물렀고 최근에는 20%를 오르내리다가 계엄령 발동 이후에는 10%대로 떨어졌다. 이런 지지율 급락은 그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김 씨는 자신이 아는 목사로부터 300만 원짜리 디올 백 등의 불법적인 선물을 받았고, 주가 조작에도 가담했다는 혐의 등으로 윤 씨에게 가장 큰 정치적 짐이 됐다. <가디언>이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씨와 관련한 의혹들은 자신의 경력 조작과 표절에서부터 총선거 후보 공천 및 고위 공직자 인사 개입, 양평 고속도로 건설계획 변경 등 언론보도로 알려진 것들만 해도 부지기수다.
지지율 깎아먹은 가장 큰 상처는 이태원 참사
윤 씨의 지지율에 가장 큰 상처를 안긴 것으로 <가디언>은 2022년 10월 159명의 젊은이들이 숨진 이태원 군중 압사사건과 정부의 그 사건 처리방식을 꼽았다. 당시 윤 정부는 피해자 가족들의 독립적인 조사 요구를 무시한 채 희생자들이 마약을 복용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처로, 당국이 제대로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난을 샀다.
자유 거듭 강조하면서 정작 언론 자유 죽여
윤 씨의 권위주의 경향의 통치방식에 대해 경고하는 신호들이 일찍부터 나타났음에도 그는 오히려 자신의 방식을 더욱 고집했다. 여러 차례의 연설에서 윤 씨는 ‘자유’를 반복적으로 옹호(지난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39번)했지만, 정작 자신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격적인 자세를 강화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해당 언론사 사무실과 언론인들 집을 급습해 압수수색을 벌이기 다반사였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명예훼손 배상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지난 5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세계 각국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62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의 47위에서 1년 만에 15계단이나 급락한 순위다.
윤 정부는 고등학생이 그린 정치풍자 만화조차 단속했고, 김문수 장관 임명에서도 보듯 애초에 적대적 태도로 일관했던 노동조합과도 점점 더 대립각을 세워갔다.
<가디언>은 이런 자세 변화를 두고, 처음에는 정치경험 부족 탓이려니 했던 것들이 점차 체계적인 민주주의 퇴보, 말하자면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권위주의 정책의 산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시위 중심에 선 젊은층,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들
<가디언>은 계엄령 발동 이후 잇따른 시위의 참가자들이 젊은 층,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이 대세를 이룬 사실에도 주목했다. 억압적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된 K팝 응원봉을 흔들며 거리 시위에 나선 젊은 여성들 중 다수가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변과 같은 국가적 트라우마를 통해 형성된 동질적인 세대에 속하며, 그들은 나이 든 남성들이 경영하는 국가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모든 희망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윤 씨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패미니즘에 거부감을 가진 일부 마초적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등 여성과 약자들, 기후환경, 인권을 경시하고 강자, 남성적 가치에 편중해 온 정책의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인과응보일 수 있다. 가속도가 붙은 저출산 문제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
박근혜 조사 검사 윤 씨의 “놀라운 운명의 역전”
<가디언>은 계엄군 특수부대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 창문을 깨는 장면도 대중의 분노를 격발시켰다고 했다. 그 장면은 특히 군사독재를 겪은 나이 든 세대들에게도 과거의 악몽을 되살리게 해 그들을 순식간에 국회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지난 7일 첫 탄핵 표결이 국힘당의 보이콧으로 부결됐을 때, 국힘당은 윤 씨에게 그나마 “품위있는 퇴장”(‘질서있는 퇴장’)을 제안했으나 윤 씨는 거부했다. 그는 대통령직 사임을 거부하고, 도발적인 담화를 통해 계엄령 발동을 합법적인 “통치 행위”라며 옹호했다.
그런 고집불통이 결국 14일 국힘당 12명의 탄핵 찬성 투표로 이어졌다.
“윤 씨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윤 찌 자신의 행동이었다. 그의 계엄령 도박은 마침내 야당이 탄핵을 위해 오랫동안 찾던 결정적 증거(smoking gun)를 제공했다. 2017년 탄핵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 전직 검사(윤석열)에게는 놀라운 운명의 역전이었다. 윤 씨는 이제 자신이 한때 조사했던 지도자와 같은 운명에 직면해 있으며, 야당에 대한 자신의 고압적이고 비민주적인 대응으로 스스로 파멸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