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로 국내 증시서 외국인 이탈 가속

넉 달 연속 순유출…11월에도 4조 이상 빠져

트럼프 2기 앞두고 환율 시장 변동성 지속

탄핵 가결 가능성에 코스피·코스닥 상승 전환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도 안도 랠리 이끌어

여야정 협의체 빨리 가동해 불확실성 줄여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불발 이후 급락했던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윤석열 탄핵 가결 가능성이 높아지며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 것이다. 전날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벗어나지 않았고,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릴 확률이 높아진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주식 시황 (PG). 연합뉴스
국내 주식 시황 (PG). 연합뉴스

‘윤석열 탄핵’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시장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을 가결하면 가장 큰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축소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계속 이탈 중이다. 내수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 등 실물 경제도 비상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 정책 대응이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경제 분야만이라도 여당과 야당,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위기에 대응하자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3자 비상경제 점검회의’와 관련해 “협의체가 구성되면 정부는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여야정 경제 협의체의 조속한 가동이 필요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정치적 불안이 극대화하며 개인과 외국인이 투매에 나섰다. 지난 7일 국민의힘이 탄핵 표결에 집단 불참하며 내란 상황이 연장되자 월요일인 9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전장 대비 2.78%와 5.19% 폭락했다.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 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유령처럼 금융시장을 배회한 탓이다.

그러나 탄핵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탄핵 찬성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2차 표결에서는 탄핵 가결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 탄핵 찬성을 표명한 국민의힘 의원 수는 더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탄핵은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출렁이는 증시·외환시장.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출렁이는 증시·외환시장. 연합뉴스

탄핵 가능성 커지자 코스피·코스닥 사흘째 상승

금융시장은 이런 정세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10일과 11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각각 2.43%와 1.02% 상승했다. 같은 시기 코스닥 지수도 각각 5.52%와 2.17% 올랐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2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9.61포인트(1.62%) 오른 2482.12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7.43포인트(1.10%) 오른 683.35에 거래를 마쳤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하락 폭을 어느 정도 만회한 셈이다.

원/달러 환율도 변동성도 다소 줄었다. 다만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있어 원화 가격이 다시 오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지난 10일 1435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1430원선을 맴돌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대외 환경이 불확실해 환율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 하락률은 지난 10월 말 대비 3.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달러화 지수가 2.3% 상승하며 영국 파운드화와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화 등 대부분의 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환율은 트럼프 2기 앞두고 여전히 아슬아슬

하지만 국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며 원화의 하락 폭이 컸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며 원화 가격은 20원가량 급락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8월부터 11월까지 넉 달 연속 국내 시장을 빠져나갔다. 지난달에도 국내 주식투자자금은 29억 5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지난달 말 환율인 1394.7원 기준으로 4조 1144억 원 규모다. 8~11월 순유출 규모는 총 145억 4000만 달러에 달한다.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데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12월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고 윤석열 일당의 내란 수사가 속도를 내면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정치 이슈가 일단락될 때마다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연일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탄핵 따른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히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한 만큼 신용등급이 하락할 염려가 없다고 강조한다.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자금 추이. 연합뉴스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자금 추이. 연합뉴스

‘여야정 비상경제 점검회의’ 가동 서둘러야

하지만 구두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기능이 마비된 만큼 가급적 빨리 여야정 협의체 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민주당이 ‘여야정 비상경제 점검회의’ 구성을 제안했고 정부도 호응했다. 금융시장이 안정된다고 해도 수출과 내수 경기가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2기 국제 통상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2일 “최소한 경제만큼은 여야가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여야정 비상경제 점검회의 구성을 제안했고 최상목 장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여야와 정부가 비상경제 점검회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경제관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줘 대외신인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 의장이 말한대로 정치 불안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여야정 비상경제 점검회의를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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