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영향 11월도 물가 상승률 1.5% 그쳐

채소류는 두 자릿수 뛰고, 올라간 음식값도 불변

상승률 줄었지만 누적된 물가 수준 자체는 높아

오른 환율 물가에 반영되면 다시 폭등할 가능성

디플레 우려 1%대 성장·내수 부진 방관한 결과

소비자물가가 석 달째 1%대 상승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큰 폭으로 내린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떨어뜨렸다. 심지어 한 편에서는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일컫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성급한 소리까지 나오지만, 서민들의 피부에 닿는 물가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생활 밀접형 품목인 채소류가 여전히 두 자릿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 : 통계청
2024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 : 통계청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40(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지난 9월(1.6%)과 10월(1.3%)에 이어 석 달째 1%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8월에도 연속 2%대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까지 '고공행진' 하던 과실류 가격은 8.6% 하락했다. 한때 '금사과'로 불렸던 사과도 8.9% 내렸다. 석유류는 작년 같은 달보다 5.3% 내리면서 전체 물가를 0.22%p 끌어내렸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물가는 1.0% 올라 전체 물가를 0.08%p 끌어올렸다. 특히 채소류 물가가 10.4% 뛰면서 0.15%p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9월(11.5%), 10월(15.6%)에 이어 석 달 연속 10%대 상승이다. 다만 기상여건 개선, 출하량 확대 등으로 상승 폭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무(62.5%), 호박(42.9%), 오이(27.6%)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소비자물가 추이 및 주요 품목 상승률
소비자물가 추이 및 주요 품목 상승률

서비스 물가는 2.1% 상승했다. 외식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2.9% 올라 전체 물가를 0.97%p 끌어올렸다. '밥상 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지수는 0.4% 상승률을 기록해 2022년 3월(-2.1%) 이후 3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생활물가 지수 상승률도 1.6%로, 석달째 1%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1.9%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8% 상승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대로 고착될 것이란 전망이 나라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도 1%대로 수렴하자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경기침체에 저물가,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모습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극구 부인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높았던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물가 움직임은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효과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정부 당국의 분석과는 별개로 앞으로 물가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아직 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때이른 디플레이션 걱정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내수 부진의 파고가 깊고 길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자료 :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자료 : 통계청

지난달까지 올해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집계됐다.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3일 오전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 효과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물가 상승률이 1~2%에 머물고 있는데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물가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이유는 물가지수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4.40으로 기준연도인 2020년(100)보다 14% 이상 상승했다. 그동안 누적된 고물가가 여전히 서민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상태라는 얘기다. 재료값이 너무 올랐다며 일제히 오른 음식비는 한번 오르고 난 뒤에는 내릴 줄을 모른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인플레이션이 누적돼 물가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체감물가는 아직 높을 것"이라며 "고물가 추세가 둔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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