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5곳 중 1곳 이자 감당 못해
내수 침체로 중견기업 이익 확 줄어
윤 정부 민간 주도 성장 정책 무색
가계는 빚더미…기업은 실적 부진
경제 살리려면 정부 재정 역할 절실
내수 침체가 이어가는 상황에서 수출 회복세마저 둔화하며 기업 실적에도 먹구름이 짙어졌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 중에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 영업 비중이 큰 중견기업들은 매출이 늘었는데도 이익은 큰 폭으로 줄었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는 것이다.
기업 데이터연구소인 CEO스코어는 27일 국내 500대 기업 중 금융사를 제외한 분기 보고서 제출 기업 271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과 이자 비용을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내 대기업 중에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약 20%인 52곳에 달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3%포인트(8곳)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이 수치가 1보다 작다는 것은 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기업은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분류된다.
올해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중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와 SK온, 한화솔루션,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29곳이다. 최근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LG디스플레이, SK온, 롯데쇼핑, 태영건설, 효성화학, 한화오션 등 16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기업 전체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35조 299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비 77.9%(59조 2625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 3곳이 전체 증가액의 98.5%(58조 3509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들 기업은 특수한 이유로 올해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3곳을 뺀 나머지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3분기 4.34에서 올 3분기 3.98로 0.36 낮아졌다. 그만큼 실적이 부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 중에 LG디스플레이는 이자 비용이 △2022년 3분기 2840억 원 △2023년 3분기 5086억 원 △올해 3분기 69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 –1조 2093억 원 △2023년 3분기 –2조 6419억 원 △올 3분기 –6437억 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SK온도 이자 비용이 △2022년 3분기 1129억 원 △2023년 3분기 3365억 원 △올해 3분기 6351억 원으로 늘어난 데 비해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 –7347억 원 △2023년 3분기 –5632억 원 △올해 3분기 –7676억 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롯데쇼핑은 이자 비용이 △2022년 3분기 3646억 원 △2023년 3분기 4418억 원 △올해 3분기 4668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 2932억 원 △2023년 3분기 3060억 원 △올 3분기 3259억 원으로 횡보했다.
조사 대상 17개 업종 중에 업황이 나빴던 석유화학 업종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3% 감소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0.42에 그쳤다. 이 업종의 이자 비용은 2023년 3분기 3조 608억 원에서 3조 7733억 원으로 23.3%(7125억 원)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GS칼텍스와 에쓰오일, LG화학 등 21곳의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
중견기업은 대기업보다 사정이 더 좋지 않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상장 중견기업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상장 중견기업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488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기업은 반도체 등 주력 수출 업종이 회복되면서 실적 타격이 덜했으나 상대적으로 내수 업종이 많은 중견기업은 경기침체와 고물가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대상 전체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 880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641억 원)보다 1835억 원 감소했다. 올해 3분기 전체 매출액은 57조 86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55조 9082억 원 대비 3.5%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2000조 원에 육박하며 임계점에 도달했고, 대기업과 중견기업마저 실적 부진으로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경제를 견인하는 3개 주체 중에 기업과 가계가 빈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가계부채가 계속 쌓이고 소비 부진으로 기업 실적도 좋아질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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