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D-1 지역구 의원에게 "현수막 만들라"

사진 크기까지 지정해 "발표시점 맞춰 내걸어라"

국책사업 비밀정보가 개인한테 누설된 까닭은?

뉴스타파가 지난 16일 명태균 씨가 지난해 3월15일에 있었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 결과를 미리 알았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2024.09.25. 명태균 페이스북
뉴스타파가 지난 16일 명태균 씨가 지난해 3월15일에 있었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 결과를 미리 알았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2024.09.25. 명태균 페이스북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실시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16일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회계 책임자 강혜경 씨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해 명 씨가 국정개입을 했다는 의혹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었고 산업부는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할 15개 지역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경남 창원시는 방위·원자력 융합으로 선정됐는데, 명 씨와 밀접한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인 의창군은 창원시에 포함돼 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명 씨와 강 씨의 통화는 민생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해 3월 14일 오후 3시 51분에 있었다. 명 씨는 강 씨에게 현수막을 제작하라고 지시하며 “다 좋은데 그 두 사람 원희룡 장관하고 나온 거 있다. 그건 좀 확대해야 한다”고 수정을 지시했다. 여기서 원 장관과 사진을 찍은 사람은 김 전 의원으로, 명 씨는 김 전 의원과 원 장관이 같이 찍은 사진을 수정하라고 한 것이다.

 

2023년 3월 15일 경남 창원시의 국가산단 최종 후보지 선정 발표를 앞두고 제작된 김영선 전 의원의 홍보 현수막 시안. 2024.10.16. 뉴스타파
2023년 3월 15일 경남 창원시의 국가산단 최종 후보지 선정 발표를 앞두고 제작된 김영선 전 의원의 홍보 현수막 시안. 2024.10.16. 뉴스타파

문제는 두 사람의 현수막에 다음날 윤 대통령이 발표할 창원시의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을 홍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공식 발표가 나기 하루 전날인데 현수막에는 ‘창원이 제2 국가산단 후보지에 선정됐다’ ‘윤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적혀 있었다. 창원시가 국가첨단산업단지에 선정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지 않으면 현수막을 만들 수 없다.

다음 날인 지난해 3월 15일 오전 9시 16분에는 명 씨가 강 씨에게 추가 지시 사항을 내린다.  곧 있을 오전 10시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산단 후보지 결정 보고가 진행될 것이니 창원시의 산단 선정을 알리는 현수막과 보도자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이다. 명 씨는 강 씨에게 “(오전) 10시에 대통령 주재 회의해서 보고할 거다. 인터넷 방송에서 중계한다. 그러니까 10시 30분이나 이렇게 되면, (현수막과 보도자료를) 11시에 다 걸어야 된다”고 했다.

 

2023년 3월 15일 배포를 위해 김영선 전 의원실 측에서 작성한 보도자료. 2024.10.16. 뉴스타파
2023년 3월 15일 배포를 위해 김영선 전 의원실 측에서 작성한 보도자료. 2024.10.16. 뉴스타파

이후 26분 뒤 명 씨가 강 씨에게 “여기 맨 앞에 타이틀이 ‘창원 의창구 북면 국가산단 2.0 후보지 선정 쾌거’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 ‘창원 제2 국가산단’이라고 넣어달라. 그 다음에 ‘방위산업 원자력 후보지 선정 쾌거’도 해 달라”며 “그 다음에 ‘김영선 의원-창원시 원팀 되어 일군 값진 성과물’이라고 해 놓고, 국회의원 51명의 건의문이 있다. 거기에 김영선 의원을 넣어달라”고 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지난해 3월 김 전 의원이 산단 선정을 알리는 현수막 JPG 파일에는 원희룡 장관 사진이 확대돼 있고, 김 전 의원의 보도자료에는 명 씨가 불러준 문구가 그대로 옮겨졌다. 또한 이때 작성한 현수막 JPG를 강 씨가 관리했는데, 파일이 만들어진 날짜가 3월 14일 오후 4시 27분이다. 명 씨가 말한 대로 강 씨가 현수막 파일을 만들었고, 모두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식 발표가 일어나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뉴스타파>는 명 씨와 강 씨의 지난해 3월 15일 두 차례 통화, 다음날 한 차례 통화기록, 현수막 JPG 파일, 김 전 의원의 보도자료를 분석해서 명 씨가 창원이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고 했다. 국가첨단산업단지 선정은 국책사업으로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는 일반인이 알기 어렵다. 명 씨가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발표한 국책사업 결과는 발표가 나오기 전까진 대외비에 준해 관리된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명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와 전화를 수차례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산단선정 최종시안'이라는 제목의 현수막 JPG 파일의 기록 정보. 2024.10.16. 뉴스타파
'산단선정 최종시안'이라는 제목의 현수막 JPG 파일의 기록 정보. 2024.10.16. 뉴스타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