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회의 임박할 때 명태균 보고서 받아"

신용한 '명태균 보고서'…2022년 3월 8일 작성

강혜경 작성한 '명태균 보고서'의 날짜와 동일

보고서 내용은?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확실"

신 "대통령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공천 개입 수사해야"

관련 의원들… "명태균 보고서 본 적도 없다"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 2024.10.27. 뉴스타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 2024.10.27. 뉴스타파

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가 대선 당일 캠프 핵심 참모진들에게 '명태균 보고서'가 공유됐고 이를 토대로 전략 회의도 했다고 폭로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7일 명태균 보고서와 관련된 신 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신 씨는 인터뷰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당시 자신이 받아서 보관했던 '명태균 보고서' PDF 파일을 공개했다.

명태균 논란이 지속되자 대통령실은 지난 8일 "경선 막바지쯤 명태균 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 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다"며 "이후 대통령은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경선이 끝난 건 2021년 11월 5일로, 대통령실의 말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후보 측이 경선 후 만들어진 ‘명태균 보고서’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명 씨도 언론을 통해 공표한 여론조사 외에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명태균 보고서)는 윤 후보에게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맞춤형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다면, 이는 윤석열 후보가 명 씨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셈이 된다. 이 때문인지 대통령실과 명 씨가 일관되게 '명태균 보고서'의 존재와 전달을 부인했다. 그러나 신 씨의 폭로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명 씨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다.

신 씨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지냈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영입 인재 15호로 발탁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2년 전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책과 공약을 만드는 정책총관지원 실장이었다. 신 씨는 직함 그대로 '정책과 공약'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였다. 분야별 전문가 600여 명의 보고를 받아 취합하고 정리해서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하는 위치였다.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 2024.10.27. 뉴스타파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 2024.10.27. 뉴스타파

신 씨는 핵심 참모진 20명 가량이 모이는 캠프 회의에도 참석했다. 아침에는 분야별 실무 책임자가 모이는 '전략조정회의', 저녁에는 '일일상황점검회의'라는 이름의 회의가 대선 당일까지 매일 열렸다. 국민의힘 이철규, 윤재옥, 김은혜, 이상휘, 강명규 의원,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김오진 전 대통령실 비서관 등이 회의 멤버였다. 중요한 회의 결과는 대부분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됐고, 윤석열 후보가 회의 석상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한다.

신 씨는 "전략상황(조정)회의에는 각 파트별 실무 책임자들이 차출됐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고 알려진 김오진 전 대통령실 비서관, 국토부 차관도 했다"고 했다. 이밖에도 국가보훈부 박민식 전 장관,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은 팀장으로 전체적인 수행 일정을 짰고, 홍보·공보 담당으로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등이 있었다.

'명태균 보고서' 회의에서 논의돼

신 씨는 회의에서 여론조사가 어떻게 활용됐는지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선거 한 60일, 30일 임박했을 때는 여론조사를 놓고 지시를 했다"며 "어느 지역이 생각보다 낮게 나온다. 그러니 담당 위원장에게 보강을 요청하자는 등으로 회의했다. 데이터가 나오면 긴급하게 동선을 바꿨다"고 했다.

'명태균 보고서'에 대해서 신 씨는 "전략상황(조정)회의에서 자주 이야기했다. 내가 불법으로 입수할 길은 없다"며 "그 당시에 회의가 임박하게 이뤄질 때 그 파일(명태균 보고서)을 줬던 것 같다. 전략회의에서 그런 논의를 했으니 내가 그걸(명태균 보고서)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뉴스타파>에게 2022년 3월 8일자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보고서 PDF 파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파일은 신 씨의 외장하드에 보관돼 있었다. 외장하드에는 자신이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할 때 만들거나 수집한 약 7기가 바이트 분량의 자료가 담겨 있었다.

'명태균 보고서' 파일은 대선 당일인 3월 9일 핵심 참모진들에게 공유됐다. 신 씨는 자신의 외장하드 '전략조정회의' 폴더에 파일을 저장했다. 저장한 시점은 PDF 파일에 ‘수정한 날짜’로 나오는 2022년 3월 9일 오후 2시 31분이다.

 

신용한 씨의 외장하드에 담긴 2022년 3월 8일자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보고서(명태균 보고서) 파일. 여론조사 이튿날인 대선 당일, 핵심 참모진들에게 공유됐다. 신 씨가 외장하드에 이 파일을 받은 뒤 저장한 날짜가 2022년 3월 9일로 확인된다. 2024.10.27. 뉴스타파
신용한 씨의 외장하드에 담긴 2022년 3월 8일자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보고서(명태균 보고서) 파일. 여론조사 이튿날인 대선 당일, 핵심 참모진들에게 공유됐다. 신 씨가 외장하드에 이 파일을 받은 뒤 저장한 날짜가 2022년 3월 9일로 확인된다. 2024.10.27. 뉴스타파

그런데 이 PDF 파일의 문서 정보 값을 보면, 파일이 최초로 만들어진 '만든 날짜'는 3월 8일 오후 6시 20분이다. 미래한국연구소의 강혜경 씨가 '명태균 보고서' PDF 파일을 최초로 만든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문서 정보 값은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즉 '메타 데이터'라고 불려 사용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뉴스타파>는 이를 두고 "외장하드 속 명태균 보고서가 신 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물증이 되는 이유"라고 했다.

'명태균 보고서'는 총 37쪽으로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예측이 주된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이 보고서가 실제로 미래한국연구소가 만든 것이 맞는지 추가로 확인했다. 강혜경 씨는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미래한국연구소가 만든 여론조사 보고서 일체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대선 하루 전날인 3월 8일에 강 씨가 작성한 <2022. 차기 대통령 선거 면밀조사 결과 보고서 9차>가 포함됐다.

강 씨의 보고서와 신 씨의 '명태균 보고서'는 제목, 내용, 분량은 물론 보고서를 PDF 파일로 만든 시각까지 정확하게 일치한다. 위조나 변조, 조작의 가능성은 찾을 수 없었다. 신 씨가 <뉴스타파>에게 ‘명태균 보고서’ 파일을 제보한 시점은 강 씨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기 훨씬 전이다.

앞서 강 씨는 "매일 윤석열한테 보고해줘야 돼"라고 말하는 명 씨의 통화 음성을 공개했다. 신 씨의 이번 증언은 명 씨가 말한 그 보고가 사실이며, 그 보고가 대선 당일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졌던 정황을 가리키고 있다.

반면 신 씨는 '명태균 보고서'가 캠프로 전달된 경로를 알진 못했다. 다만 신 씨는 캠프 전략기획부총장 이철규 의원이나 선대본 부장 겸 상황실장을 맡았던 윤재옥 의원이 여론조사 데이터를 주로 공유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캠프 회의에서 여론조사 데이터는 중점적인 논의 대상이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후 보의 일정과 동선이 하루아침에 바뀔 정도로, 여론조사 보고서의 힘은 강력했다. 

대통령이 몰라? 무조건 '거짓말'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캠프에 '명태균 보고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신 씨는 "최종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받았다고 추정한다"며 "내가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서를 보거나) 놓는 등의 장면을 보지는 않았어도 그건 당연한 흐름이다. 일정이 짜여지고 정책이 바뀌니까. 회의를 계속 했으니 윤 대통령이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전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이제 빠져나가려고 할 것"이라며 "자신은 아무 것도 몰랐고 하라는 대로만 했다고 하며 빠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 씨는 윤 대통령이 정말로 몰랐다면, 참모인 자신이 어떻게 '명태균 보고서'를 파일 형태로 받을 수 있었겠냐는 반문도 덧붙였다. 신 씨는 명 씨나 강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더구나 공짜 여론조사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자신의 외장하드에 '명태균 보고서'가 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 했다고 한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캠프에 '명태균 보고서'가 존재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신 씨의 증언을 통해 ▲윤석열 캠프가 '명태균 보고서'를 전달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보고서를 선거 전략 수립에도 활용한 사실이 처음 확인했다.

 

강혜경 씨가 작성한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좌)와 신용한 씨의 외장하드에 담겨 있던 보고서(우)는 제목과 내용은 물론 파일을 만든 날짜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2024.10.27. 뉴스타파
강혜경 씨가 작성한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좌)와 신용한 씨의 외장하드에 담겨 있던 보고서(우)는 제목과 내용은 물론 파일을 만든 날짜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2024.10.27. 뉴스타파

신 씨의 증언은 강 씨의 주장과도 이어진다. 강 씨는 명 씨가 여론조사 비용 대신 김영선 의원의 공천을 받아온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강 씨의 주장이 진실이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명태균 씨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후보 혹은 윤석열 캠프에 전달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둘째, 윤석열 캠프가 명 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명태균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에 전달됐고, 이를 토대로 회의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신 씨의 증언으로 첫째 조건이 확인된 셈이다. 둘째 조건, 즉 윤석열 캠프가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비용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건 공표된 회계 자료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강 씨의 주장은 진실로 입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스타파>는 "대통령실과 명 씨가 첫째 조건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신 씨의 증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혐의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단서다. 언론이 공개한 단서에도 검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윤재옥 의원과 이철규 의원에게 캠프에서 '명태균 보고서'를 공유하거나 논의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윤재옥 의원은 "명태균 보고서를 본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이철규 의원은 "윤석열 캠프는 명태균 혹은 미래한국연구소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신 씨의 주장을 전면 부정했다. 

민주당 "특검으로 명태균 게이트 밝혀라"

신 씨의 증언을 두고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캠프가 대선 당일에도 '명태균 보고서'로 회의했다는 정언이 나왔다"며 "당시 대선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이었던 신 씨가 갖고 있던 자료를 공개했다"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경선 후 명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니, 대선 당일까지 '명태균 보고서'를 놓고 회의한 것이다. 거짓말 아닌 것이 없다"며 "'명태균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의 대선 전략을 사실상 뒷받침했다는 점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대선 당일까지 캠프 핵심 회의에 명 씨의 보고서를 올려놨는데 관계를 끊었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며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 대가로 이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미래한국연구소 소장도, 명 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받으러 간다고 말했고 검찰 자술서에서 실토했다"고 말했다.

김건희 씨와 명 씨의 통화 내용도 언급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오빠 전화 왔죠? 잘 될 거에요'라는 김건희 씨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있다. 용납할 수 없는 희대의 선거 범죄"라며 "이 사태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다. 대통령실은 명태균 게이트의 실체를 밝힐 특검을 즉시 수용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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