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명태균-김건희 카톡대화속 '오빠' 궁색 해명

"철없이 떠드는" "무식" 등 비하대상으로 등장

명태균는 '식견이 탁월한 선생님'으로 존칭

강혜경 씨 4일자 MBC 인터뷰서 "오빠 = 윤석열"

명태균-김재원 서로 공격하며 수구·보수 '자중지란'

명태균 씨가 15일 공개한 김건희 씨와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2024.10.15. 명태균 페이스북
명태균 씨가 15일 공개한 김건희 씨와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2024.10.15. 명태균 페이스북

'윤석열·김건희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15일 김건희 씨가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철없다' 무식하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건희 씨의 비선을 통한 국정농단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명태균 씨의 폭로전까지 얹어져 수구·보수 진영의 눈꼴사나운 자중지란이 계속되고 있다.

명태균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 씨와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메시지에서 명태균 씨가 "내일 준석이를 만나면 정확한 답이 나올 겁니다. 내일 연락 올리겠습니다"라고 하자, 김건희 씨는 "네, 넘 고생 많으세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제가 난감(하다)"며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라고 했다.

이어 김건희 씨는 "제가 명(태균)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며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암튼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 "해결할 유일한 분이고요"라고 적었다.

김건희 씨가 보낸 문자에서 '오빠'는 문맥상 남편인 윤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제보를 한 김영선 전 의원(국민의힘) 회계 책임자 강혜경 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명태균 씨가 김건희 씨와의 통화 음성녹음을 들려준 적 있다며, 녹음에서 김건희 씨가 명태균 씨에게 "오빠(윤석열) 전화 왔죠? 잘 될 거예요"라고 했다며 "너무 많이 듣다보니까 정확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해당 인터뷰 맥락을 고려하면 카톡 메시지의 '오빠'는 윤 대통령으로 보인다.

 

10월 4일 MBC 뉴스투데이 보도 영상. 2024.10.15. MBC 뉴스 갈무리
10월 4일 MBC 뉴스투데이 보도 영상. 2024.10.15. MBC 뉴스 갈무리

다만 김건희 씨가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오빠'에 대해 '철없다' '무식하다' '이해가 안 간다' '지가 뭘 안다고' 등의 표현을 쓰는 것으로 미뤄볼 때, 자신이 심리적으로나 관계상 대통령(대통령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의소리>가 지난 대선 기간 공개한 '7시간 녹취록'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 당시 몰래 카메라 영상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녹취와 영상에서도 김건희 씨는 본인이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이거나 그보다 위에 있는 인물인 것처럼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카톡 메시지의 김건희 씨 발언도 이와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반면 김건희 씨는 명태균 씨를 '선생님'으로 존칭을 사용하며 '사과드린다'고 말하거나 '(선생님께) 완전 의지한다'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한다' '해결할 유일한 분' 등의 표현을 썼다. 이는 김건희 씨가 심리적으로 상당히 명태균 씨에게 의지하는 상태였다는 의심을 들게 한다. 대화 내용만 단순히 봤을 때 마치 명태균 씨가 김건희 씨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명태균 씨가 이같은 카톡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표면적으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의 자신에 대한 비판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권과 벌여온 '이전투구'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태균이는 곧 철창 속에 들어갈 개죠. 그래서 지금 겁에 질려서 막 아무 데나 왕왕 짖는 것 아닐까 싶어요. 빨리 철창에 보내야 돼요"라고 말한 바 있다.

 

각종 설화와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각종 설화와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이에 명태균 씨는 카톡 메시지 공개 전 페이스북에 "김재원 씨가 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전화 통화에서 협박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내용을 다 공개하라고 하니 김재원 니가 다 감당해라!"라고 쓴 뒤, 카톡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재원아! 너의 세치 혀 때문에 보수가 또 망하는구나!"라고 했다. 그는 카톡 메시지 공개 뒤에도 "5살 막내딸이 김재원이 나오는 TV를 보면서 '아빠 감옥에 가' 울며서 물어 본다. 김재원 널 내가 용서 하겠니?"라고 적기도 했다.

앞서 명태균 씨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관계를 거론했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을 비난하자, "오 시장님, 홍 시장님, 진짜 자신 있으시냐"며 "그만하세요, 망신당하지 말고"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난타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 나경원 의원까지 2021년 이준석 전 대표와의 당 대표 경선, 오세훈 시장과의 서울시장 경선 등에 대해 명태균 씨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구보수 진영은 그야말로 진흙탕인 상황이다.

아울러 김건희 씨가 윤 대통령을 '철없다' '무식하다'고 표현하고 명태균 씨를 '선생님'이라고 떠받드는 듯한 내용을 공개한 것도 모종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명태균 씨는 여러 개 휴대전화에 김건희 씨와의 문자나 통화 녹취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굳이 이번과 같은 카톡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그간 여러 언론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명태균 씨는 지난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서초동 자택을 대여섯 번 방문했고, 국무총리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추천하는 등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했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도 자신이 관여했다고도 주장했다. 자신이 대통령 부부를 조언하는 상위의 입장인 것처럼 말한 것이다.

또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7일, 채널A),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안 나온 거야 지금. 그러다가 입 열면 진짜 뒤집히지. 내가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지겠지."(8일, JTBC)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정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명태균 인터뷰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2024.10.9. 채널A 영상
명태균 인터뷰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2024.10.9. 채널A 영상

명태균 씨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대통령과) 매일 전화는 거의 빠짐없이, 낮에도 여러 번씩 계속 통화를 했다"고 했다. 또 여권 인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허풍이라고 한 데 대해 "김재원 씨나 이런 분들 코바나컨텐츠에 한번 가본 적이 있다 하던가. 아크로비스타 306호 대통령 자택에 한번 가본 적이 있나"라고 했다.

특히 명태균 씨가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기나 상황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밤 10시 50분 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메시지 내용 중 이준석 의원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지난 대선 과정에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조언했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기 위해 명태균 씨는 이같은 카톡 메시지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답게,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현안을 돌파할 것'이라고 했던 대통령실은 명태균 씨의 카카오톡 공개에 즉각 반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 공지를 통해 "(명태균 씨가) 대통령 부부와 매일 6개월간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앞서 밝힌 강혜경 씨의 <MBC> 인터뷰 내용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실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선 당시 김건희 씨 친오빠인 김진우 씨가 공개활동을 하지 않은 만큼 이준석 의원을 언급하는 카톡에서 친오빠에 대해 '철없다' '무식하다'는 식의 발언을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지난 3월 1일 오전 4시 무렵 천하람 의원이 경남 하동 칠불사 마당에 홍매화를 심기 위해 삽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4.10.15. 명태균 페이스북 갈무리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지난 3월 1일 오전 4시 무렵 천하람 의원이 경남 하동 칠불사 마당에 홍매화를 심기 위해 삽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4.10.15. 명태균 페이스북 갈무리

명태균-김건희 씨 카톡 메시지에서 언급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빠는 항상 선거기간 내내 철없이 떠들어서 저는 공개된 카카오톡으로는 오빠가 언제 사고친 내용에 대한 부분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해명하며 "(김건희) 여사의 현실 인식은 팩트다. 오빠는 입당 전부터 당선 때까지 내내 철없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또 그는 "국감 중에 문자,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확인한다. 저는 김건희 여사가 오빠라고 지칭하는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만나거나 대화한 일도 없다. 물론 용서받을 일도 없다. 국감에 집중하겠다"고 한 뒤, "추가적인 문의는 02 800…"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 본인도 공천개입과 관련된 칠불사 회동, 당 대표 경선 개입 의혹 등이 걸려 있지만, 관련 의혹을 모두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야권은 대통령실의 '친오빠' 해명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명태균 카톡 '오빠'가 김건희 여사 '친오빠'라는 대통령실, 국민을 바보로 압니까?"라며 "대통령실의 변명은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무식한 오빠'로 몰릴 위기에 처하자 대통령실이 득달같이 나서서 '친오빠'를 앞세웠다"며 "김 여사가 언급한 '무식한 오빠'가 누구인지 대통령실이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그 오빠가 정말 '친오빠'면 더 치명적인 국정농단이 된다"며 "아무 공적 지위도 없는 대통령 부인의 오빠가 왜 당대표 이준석을 만나는 일에 관여하고, 무슨 말을 떠들어 여사의 핀잔을 듣고 사과까지 하게 됐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모든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를 범하지 말고 국민께 공천 개입과 여론조작에 대해 이실직고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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