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지검장, 윤석열과 서울중앙지검 근무연

윤석열 직무 정지에 "총장 찍어내기" 반발

뼛속 검찰주의자…"김학의는 인권 침해 당한 것"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지난 17일 대구지검 신관 7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연합뉴스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지난 17일 대구지검 신관 7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연합뉴스

윤석열·김건희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폭로한 내부고발자 강혜경 씨가 23일 창원지검에 출석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윤'으로 잘 알려진 정유미 창원지검장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정 지검장이 지휘하는 창원지검이 국정농단 수사를 잡고 놓지 않는 것 자체를 두고 사건을 축소·왜곡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부터 그를 비호해왔던 정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30기수로, 2001년에 연수원을 수료한 뒤 검사에 지원해 임명됐다. 그는 서울서부지검 부부장을 거쳐 2017년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으로 임명됐는데, 이 시기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기용되면서 근무연을 맺었다. 이후 정 지검장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을 했던 2020년부터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을 옹호했고,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법원에 직무 정지를 신청했을 때에도 정 지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심재철, 박은정 선배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추 장관을 옆에서 도운 심재철 당시 검찰국장과 박은정 당시 감찰담당관을 비판했다. 비판이라고 하지만, 정작 내용은 '정치 검찰' 조직과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방불케했다.

그는 "현재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태가 바로 우리가 개혁해야 할 검찰의 악습 아닌가"라면서 "거의 모든 동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절차를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해가며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온몸을 바치는 것에 눈물겨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당신들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윤석열을 제거하는 것' 그 자체인가, 아니면 '검찰이 진보적 정치세력에 복무하는 것'인가"라며 "둘 중 어느 것도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왜 직무 정지를 당했는지에 대해선 언급도 없이, '검찰총장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전임 정부의 '검찰개혁'을 자신들이 행하는 '악습'으로 깎아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조국, 추미애 등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에 대한 힐난도 서슴지 않았다. 정 지검장은 이프로스에 "검사가 내부 게시판에 자기 의견을 게시했다고, 무려 전 장관(조국)과 현 장관(추미애) 두 분이 좌표를 찍었다. 치졸하고 졸렬하다는 단어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건가 보다"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군가 자기 의사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대놓고 좌표를 찍어 탄압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만천하에 자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게재했다.

정 지검장은 두 장관과 장관의 측근까지 비난했지만 전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학의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인권 침해'라고 감싸 안았다. 김학의 출국금지 조치를 두고 정 지검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론에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행위인데 관행 운운하며 물타기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다"며 "검사들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 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그 인권이 설령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의 인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김학의 사건은 '별장 성접대'에서 시작됐지만, 검찰은 법 절차만 따지면서 해외로 도피하는 범죄자를 붙잡은 출금 조치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며 사건의 본말을 전도했고, 언론도 합심해 이를 띄웠다. 오로지 '검사 지키기'였다. 윤 대통령이 김학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음에도, 검찰이 별도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정 지검장의 김학의 옹호는 전형적인 '검찰제일주의자' '윤석열 옹호자'라는 사실만을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창원지검의 수사를 신뢰할 수 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17일 대구지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창원지검 수사 대신 서울로 이송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정 지검장에게 "현재 수사관 5명인 창원지검 인력상 감당을 못할 것"이라며, 서울에서 특별수사팀을 꾸려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 지검장은 "입이 단내나도록 수사 중"이라며 "인내를 갖고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기존 권력형 사건과 비교하면 5명으로 수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2024.10.23. 연합뉴스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2024.10.23. 연합뉴스

'친윤 인사'인 심우정 검찰총장도 사건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심 총장은 지난 21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창원에 주요 참고인과 관련 증거들도 있고 창원지검에서 오래 수사를 해왔다"며 "(현재로써는 이송보다는) 창원지검이 수사할 수 있도록 인력이든 충분히 지원하며 수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신속한 수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서 하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하자, 심 총장은 그제서야 "고려해보겠다"고 답했지만 실제 사건이 이송될지는 의문이다. 검찰에 대한 용산의 '그립'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심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고려해보겠다"고 답변한 만큼 이송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심 총장에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상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총장 취임 뒤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에서 줄줄이 불기소 처분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심 총장 탄핵소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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